나시를 입고 돌아다니면

by 강민지

부산의 여름은
늘 그렇게 더웠다.

끈이 얇은 나시를 입고
방을 돌아다녔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가
내 브래지어 끈을 보고
놀란 듯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짧은 잠옷바지가
허벅지를 삼키지 못한 채
흘러내렸다.

나는 내 방 안에 있었고
세 사람의 시선은
방보다 먼저
나를 지나갔다.

존재는 옷보다 먼저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들도 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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