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는다, 이름을 짓는다

by 김경호

인생을 배우고 음식점을 시작한다. 음식이란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히스토리이자, 스토리이다. 음식에는 그만한 감동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 식당이어야 한다.

밥을 짓고,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있다. ‘짓는다’는 말에 담긴 의미만 보아도 그렇다.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 재료를 들여 만든다. 혹은 글이나 노래를 쓰거나 만든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인 힘을 가진 언어이다.

그렇게 밥장사가 힘이 들었는데 왜 또다시 음식점을 하려고 가게를 알아보고 다녔을까? 이왕 고생을 작정하고 발을 들여 놓은 일, 돈은 좀 벌어보고 끝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살면서는 광고 기획사를 다니거나 운영했고, 독서 교육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위한 독서 논술 지도를 했었다. 월산리로 이사와서는 조경 관련된 일을 하면서 나무와 함께 살았다. ‘나무는 곧 돈이다’라는 마음이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대리석이나 화강석을 중국에서 수입하여 판매, 시공하는 일도 했다. 하남과 갈매동의 교회 석공사를 해서인지 하느님이 나를 잘 돌봐주신다는 생각도 한다. 승환이 운영하는 도로 차단 장비 회사의 현장 일과 기업체나 개인의 원고 용역을 받아 몇 년간 글 쓰는 일을 했었다. 남의 글을 쓰는 것과 나의 글을 쓰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계약금을 받고 글을 쓸 때에는 시간에 대한 강박이 있다. 물론 강박은 집중을 하게 한다. 그래서 데드라인이 지켜진다. 물론 컴플레인도 있다. 특히 광고회사의 일들이 더 그렇다. 일을 시작할 때에는 ‘뭐 별거 없으니 쉽게 쉽게 써 주시면 됩니다’라고 하지만 시안을 보내주면 빨간펜 선생님으로 돌변한다. 언젠가 라디오 CM의 카피 작업에 진을 뺀 적이 있었다. 무슨 통닭 회사의 카피였는데, 용역비는 많이 주지 않으면서 10번 이상의 수정 작업을 요구했었다. 글을 쓰는 직업으로서 과거의 단편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민예는 독서 논술 선생으로 오래 동안 일을 했다. 꽃 만드는 일을 좋아하여 꽃장식 국가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으며, 사회 봉사 단체 등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나름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몇평 남짓한 주방에서 음식과 씨름하고 있다. 음식만드는 일이 즐겁다니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월산리 건물에는 미처 떼어 내지 않은 양푼 동태찌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양푼에 김치찌개를 팔고 있는 지금의 가게와는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나 하는 싱거운 생각도 하게 된다.

가게는 얻었고, 네이밍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때 어떤 어떤 이름들의 후보작들이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여러 개의 이름을 적어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겠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업 신고를 하루 앞둔 날 민예는 ‘밥찬예술’이라는 이름이 어떠냐면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지금은 익숙한 이름이고, 어찌 잘 봐주면 좀 고상하기까지 하지만 당시엔 살짝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렵기도 하고 생소했다. 지금도 잘 못알아 듣는 분들이 있다. “반찬가게 아니예요?”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똑같이 향기가 난다는 것을” 세익스피어의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2막 1장에 나오는 말이다. 어쨌든 재미없고 별 볼일 없는 이름이 아니라, 밥찬예술이라고 하는 뭔가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밥집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 뭔가 달라야 한다는 마음의 다짐이 있었다. 밥과 반찬을 정성으로 만드는 그런, 우리 동네에 하나쯤은 꼭 있었으면 하는 그런 식당이 컨셉이었다. 지금도 불쑥 반찬을 파는 곳이냐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고, 거래하는 곳의 사장님들도 반찬예술로 명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럴 땐 그저 웃고 만다.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고, 꼭 바로 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참 그랬던 것 같다. 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마음이다. 죽기 전에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는 미슐랭 가이드의 그런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오늘 한번 들러서 밥 먹고 나면 이내 또 생각이 나는 그런 식당을 원했다. 우리 동네에 꼭꼭 숨어있는, 나만 알고있는, 그래서 오래도록 변치 않는 그런 식당말이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식당의 이름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오래가는 이름은 어감도, 내용도 좋아야 한다. 아마존이라는 이름은 좋은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루키로 시작하여 유니콘으로, 그리고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회사로 성장한 오늘을 비춰보면, 성공했으니까 좋은 이름일까?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인터넷의 사용이 2,300% 증가한 것을 보고 엄청나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는 CD를 포함한 5가지 제품을 살핀 후 책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책의 종류는 너무 많아 다른 방식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형태의 상점을 온라인에서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95년 아마존닷컴을 설립하고 1997년 18$에 상장하였다. 주가는 치솟았다. 이미 성공한 기업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거대한 삼림, 지구의 허파로 세계인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회사의 이미지를 잘 구축했던 것 같다. 포레스트 검프는 ‘사과’회사에 투자하여 돈 걱정을 잊게 된다. 한 입 베어 문 사과에 왜 열광해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마존, 애플과는 다르지만 밥찬예술이라는 이름을 세계인이 알도록 노력하고 싶지는 않고, 그저 우리 동네에서 우리 이웃들이 편안하게 한끼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가끔은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좀 쉽게, 좀 편하게’라는 유혹에 빠질 때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좀 어렵게, 좀 힘들게’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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