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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나이프를 '보고서'

영화 이야기

by 아론

일본 배우 고마츠 나나의 배우자인 스다 마사키와 함께한 영화 '물에 빠진 나이프'를 봤다. 부족한 개연성 덕분에? 영화를 접했을 때 이곳저곳 살피지 않으면 쉽사리 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일전에 연락하던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이 음악으로 되어있어서였다. 현란한 연주로 살갗에서 뛰노는 듯한 피아노곡이 전율에 감기게 한다.


부족한 개연성에도 불과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감상하기에 좋다. 앵글과 장면마다 숨겨놓은 의미들을 유추하면서 보면 충분히 감동받고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대부분의 청춘영화처럼 권선징악과 성장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배우들의 외모와 분위기가 15살, 16살 학생들의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고 작중에 소개되는 여자주인공 나츠메는 연예계를 지향한다. 작중의 일본 연예계는 소문에 민감한데, 스다 마사키 배우가 연기한 코우는 4차원의 매력을 가진 인물로 아버지가 해당 지역의 유지이며 진화제라는 행사에서 사용되는 가면을 만드는 일을 하며 단순 불량을 지향하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에 힘들어하다 부모님을 따라 시골로 전학 온 나츠메를 출입이 금지된 바다에서 만난다. 둘의 만남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나츠메는 예전에 촬영한 사진집을 보고 연락 오는 유명 감독의 사진집 제의를 받고 코우와는 방과 후 그들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후에 진화제라는 마을 축제에서 성폭행을 당한 나츠메를 구하다 쓰러진 코우와의 결별 이후 나츠메는 유명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배역의 제의를 받는 최악의 장난질에 당하며 서서히 부서져간다. 마을 사람들의 입은 영화적 표현이길 바랄 정도로 쌌기에 바람을 타고 소문은 인터넷으로 퍼져 나츠메의 강간설이 학교에도 퍼져 왕따가 되고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다 코우와 정반대의 학교 친구였던 오토모와 재회한다.


오토모의 밝고 청량한 모습에 마음을 열었던 나츠메였지만 힘들 때마다 찾았던 건 코우였다. 이 부분에서 약간의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는데 오토모의 밝은 모습은 이용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을 때마다 이용당하러 갔던 건 코우였다. 절절한 사랑을 함께하는 건 늘 코우와의 물과 함께 했던 추억이었다. 코우는 결별 이후 작은 나이프를 들고 패싸움을 하는 등 갈등의 최고치를 향하고 나츠메도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에 방황하다 마지막 사랑을 나눈 후 나이프를 나츠메에 건넨 뒤 다음 진화제를 맞이한다. 나츠메는 또다시 성폭행에 당할 위기에 처하고 코우의 나이프를 사용하려다 놓친다. 코우가 지키러 도착했지만 범인은 나츠메에 대한 어긋난 사랑으로 나이프를 목에 긋고 자살한다. 나츠메는 쓰러지고 꿈이었는지 헷갈려하다 피가 묻은 나이프를 보여주는 친구의 서늘한 목소리에 자각하고 주저앉는다.


이후 나츠메는 유명 감독의 영화에 참가하고 대배우가 되어 코우를 추억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일본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그 특색이 있다. 선명한 카메라보다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느낌이다. 청명하고 푸른 하늘도 좋지만 해 질 녘이나 새벽의 하늘을 보며 뭉클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나는 특색 있는 주제와 감칠맛에 자주 찾게 된다. 음악과 앵글도 작품마다 차이가 크다. 단순히 배우가 걸어가는 장면에서도 배우가 없더라도 해당 장면은 하나의 작품이 될 앵글 속에서 촬영한다. 음악의 경우는 나처럼 영화의 재미보다 유튜브나 주변 사람들의 연주 등으로 접하게 될 정도로 살에 닿는 느낌의 음악을 내보인다. 만드는 과정이 다르지 않을 텐데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곡들을 접할 때면 '역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이었어'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인류라던지 지구촌이라던지 하는 말들로 같은 인간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는 각자의 인간이다. 이를 한 묶음으로 간편하게 나타내면 장점이 있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깍둑썰기한 이후 민족 간 분쟁이 잦았던 것처럼 개인이 다른 존재이며 서로를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성향과 성격으로 열심히 부딪히고 맞춰가다 갈등하고 다투다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감정이입하지 않도록 말리는 나를 볼 때마다, 난 영화가 참 좋다.


물빠나_(2).jpg 이해 안가는 것도 나름 좋았다. 배우들의 매력으로도 즐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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