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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깨달음

적응

어른이 된다는 건

by 아론

2018년 겨울, 전하지 못했던 편지를 수십 통 써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짧기도 길기도 한 그 편지들을 살기 위해 밤새 쏟아냈습니다. 당시의 상실감은 상처였지만, 지금은 추억인 글들을 회상해 봅니다.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 상처들은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나이에 겪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친구들이 종종 고민과 선택에 대해서 물을 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을 네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해, 상황이 너를 선택하게 되는 순간에는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야.' 그 상황은 저에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자주 겪어보고 무엇이든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쁘고 행복했던 일들도 반복되면 무미건조해졌으니까요. 힘든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고, 결국 그렇게 되더라고요.


조금 시간을 보내고 들은 생각, '누군가를 잃고 다신 볼 수 없게 되는 일들도 적응이 될까...?' 기쁘고 힘들었던 경험들은 곧이어 더 큰 기쁨을 맞이하는데,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다음이 없기 때문에 상실감만 남았습니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치유될 수는 있겠지만, 내 안을 가득 채워주던 존재의 빈자리와 공허함을 모두 메워주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쉽지 않다는 건, 무척 어렵다는 말로 고쳐 써야겠습니다.


어머니께서 몇 해 전 의지하던 동료 언니를 잃으셨습니다. 소천하신 이모님은 어머니와 자주 다투시키도 했지만 화해를 반복하며 저에게 방학 끝자락에서 학용품을 사주시던 따뜻한 분이셨어요. 갑작스레 큰 병을 얻고 떠나셨을 때 어떤 말을 어머니께 드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어머니를 뵈었을 때 의연하게 주변을 정리하시고 장례를 치르시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 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기고, 아주 멀리멀리 보내게 될 때쯤이면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 있게 되는 걸까', 얼마 전 어머니께 그 날을 회상하며 말씀드렸더니 눈시울을 붉히셨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으로 인해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세상 모든 소중한 것들이 탄생하는 과정의 하나가 제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기에 슬픔은 잠시 넣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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