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할 때, 위로하는 입장에서 대하곤 한다. 눈치가 빠른 덕분에 그 사람이 어떤 것으로 힘들어하는지와 힘들어하는 대상이 외부적인 요인인지, 내부적인 요인인지를 간파하는 능력이 좋다. 정확한 포인트를 잡고 말하되, 그 사람의 마음에 닿도록 전하려 노력한다. 짧고 간결하게만 전달하려면 단어와 표현에 날을 세우게 된다. 상처를 주려함이 아님을 명심하며 대한다.
12월에 들어서며 내년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일정에 맞게 나열하고 소요시간과 여유시간을 비교한다.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대부분이 자격증과 어학, 그리고 대학 시험이기에 얼마가 소요될지 장담할 수 없음에도 믿고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자주 잃게 된다.
나를 잃는다는 건, 내가 늘 취하던 포지션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대화에서 고민을 토로하며 갈팡질팡 헤매는 이가 내가 된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내가 나를 질책하고 나무란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해서 그 과정을 돌다 보면 나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책상에 앉아있게 된다. 아주 비효율적인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답을 알고 있음에도 풀지 못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사실 답을 갖고 있을 뿐 온전히 내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 어떤 시험도 시중에 나와있는 자료나 책들에 모든 답이 적혀있다. 그 어떤 삶에서도 방향을 바로잡고 나아가는 방법을 구글링이나 나무위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자료와 의미는 내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마음에 닿지 못한다는 말이다.
몇 주만에 목표 점수 달성과 같은 말을 믿지 않는다. 집중과 몰입이 없는 시간을 하염없이 보냈음에도 얻어내는 것들은 목표와 거리가 멀다.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들임에도 높은 등급을 얻게 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오른 것이지, 자연스레 하는 것이 왕도가 아닌 것이니까.
결국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어차피 해야 할 공부이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웠다면, 그만큼을 해내야만 한다. 처음 접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들이받고 머리가 깨지는 고통을 겪어야 배울 수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젠틀하지 않지만 사람에게도 그러하듯 세상에게도 배려를 강제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한숨을 번갈아 내쉬며 의지를 모아 본다. 오늘도 해야 할 분량을 해내고 잠에 들고 싶다. 내일도, 모레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