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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n 17. 2024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험을 마치고 막연히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행 유튜브 영상보다 근처라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볼까' 하고 메모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까우면서 몇 시간 내에 둘러볼 수 있는 곳. 서울은 너무 멀고 충청권으로 내려가기엔 경비가 너무 많이 들지. 오산 물향기 수목원이었다.


가까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발이 안 움직이던 곳이었는데, 생각났을 때 안 가면 영원히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지금이 아니라면 대체 언제 갈 수 있을까.




짐을 챙겼다. 최대한 가볍게, 그리고 필요할 만한 것들만. 다만, 오늘은 먼지 쌓인 필름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가만 보자... 필름은 어떻게 넣고 빼던 거였더라.


일단 챙겨 나오고 여분의 필름도 한 통 챙겼다. 역시 어디든 시작이 가장 어렵나 보다. 도착해 어딜 찍어도 화보처럼 예쁘게 나왔고, 몇 년 만의 셔터 소리도 무척 정겹게 들렸다.


바이올린, 클라이밍, 헬스, 러닝 등 동적인 삶을 살다 정적인 장소에 오니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어안이 벙벙했고, 입구부터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자연과 함께, 자연스러움. 정말 좋다. 처음 보는 식물들, 이름도 모르는 풀들, 그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함께였다면 둘러보지 못했을 전시관도 천천히 살펴보았다. 괜찮은 앵글이 나오면 잠시 숨을 참고 다가오는 바람마저 기다리 한 장씩 남겼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하루였다. 시간이 생기면 조금씩 주변을 둘러봐야겠다. 돌아오는 버스마저 즐거웠던 짧은 나들이였다.


당분간 글의 배경사진은 걱정 안해도 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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