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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Sep 15. 2024
세모와 네모가 만난 건 잘못이 아니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과 여가 있다. 둘이 만나 서로 알아가다, 견디지 못한 쪽에서 이별을 고한다. 이유를 알지 못한 상대는 비어버린 마음을 부여잡고 닿지 않을 곳으로 떨어진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채워진 줄 몰랐던 가슴 어딘가를 뜯겨내면서도 말 한마디 없다. 이래서 나쁜 여자,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걸까.
눈을 감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상처가 꽤 깊다. 인사치레로 묻는 의사들의 진찰이 아니니 고요함을 유지한 채 들어본다.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아직 말하기 어려운 때인가 싶다.
내가 나에게 털어놓는 시간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쩌면 가장 솔직해지기 어렵고 두려운 상대가 나일지도. 삐친 연인을 달래듯 서성이다 적당한 곳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처럼 이성적인 내가 나와 상대를 변호한다. 다만, 논리가 약하다. 나는 나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감성적인 나는 말문을 잇지 못하고 울다가 물러난다.
정신 사나워 모두 내쫓고 차곡차곡 기억의 서랍을 정리한다. 오답노트를 작성하듯, 순간들의 회상에서 대본을 다시 써낸다. "이 부분은 잘못했고, 다음에는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지" 등의 깨달음을 얻으며.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혹여나 까먹을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메모를 바라보다 지운다. 나는 그 부분들이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상대는 아니었다.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상대가 싫어하는 나의 성향도 있었다. 잘못을 따지기엔 중심에 설, 판사 같은 존재의 부재로 관두기로 한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다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 정리하던 서랍을 닫는다. 이제 더는 의미를 찾지 못할 행동을 그만하기로 했다. 나조차도 온전히 알기 어려우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더더욱이 영원히 닿지 못할 사람을.
긴 시간의, 그리고 짧은 사랑도 있었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사랑에도 이별에도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상황과 잘못도 다 달랐다.
세모와 네모가 만난 건 잘못이 아니다. 그저 맞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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