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 없다고 생각해 왔고, 경계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또 나만 특별하다는 자만심에 빠졌다.
새로운 단점과 마주하는 건 이제 익숙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학교에서 복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 학교에서 생활하고, 특수 교사 업무를 보조하며 교무실에서 잡다한 업무를 보고 있다.
다른 업무는 모두 새로웠기에 다채롭게 느껴졌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한 모든 일들이 좋았다. 다만, 분리수거와 청소는 사뭇 달랐다.
선생님들이 즐비하게 앉아있는 교무실에서 나만 홀로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비우기 위해 분리수거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창피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며 나의 업무 중 일부이다. 그렇기에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자연스러운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는 내가 부끄러웠다.
회사에 다니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미화업무를 보시는 여사님들께 꾸벅 인사를 하던 나도, 이른 아침에 거리를 청소하시는 미화원 분들께도 이런 마음을, 어느 한 구석에 항상 갖고 살았던 거겠지.
그냥 지나쳐 갈 작은 마음일지 모른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시간대에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본다. 왜 나는 내 업무를 창피해하는 거지?
그럴 이유는 하등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청소라는 업무는 업무의 귀천을 나눈다면 가장 낮은 위치라고 생각한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고쳐먹었다. 사람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지만, 바꾸는 방법을 안다. 오직 자신만이 특정 계기나 충격으로 바뀌는 것, 그것이 유일하다.
찰나라고 느껴질 만큼 잠깐이겠지만, 부끄러워함이 부끄러웠던 순간 덕분에 새로운 나를 마주했다. 새로운 나의 선입견을, 그리고 그 선입견을 부수려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