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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Dec 04. 2023

리틀 정우성이었습니다만,

part 1

*제목사진: 정우성, pinterest


네, 맞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대표 미남배우.

하면 떠오르는 그 정우성 맞습니다.

갑자기 소환되는 정우성 님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의 뭇매를 맞을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먼저, 글을 읽어 내려가실 독자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릴게요.

성난 인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살짝 스포를 하자면, 제목을 보시면 끝에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론이 주저리 길어졌지만, 이 글은 저의 둘째 아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유난히 많이 울고, 잔병치례가 많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으로 안고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던 아기였습니다.

또, 엄마를 꼼짝 못 하게 하는 엄마 껌딱지에 자기 주관은 뚜렷하여 안된다고 하면, 손에 들고 있던 공을 던진다던지, 와서 툭 건드린다던지, 애기 때부터 뜻대로 안 해주면 꼭 보복(?)을 하고야 마는 아이였어요.


그러니, 체력은 바닥을 치는데, 둘째인데도 쩔쩔매며 24개월을 꽉 채우고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힘들어했는데, 좀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서 엄마보다 훨씬 상냥하고 재밌는 선생님들께 전문적인 돌봄을 받는 게 나았겠다 싶은 후회도 들어요.

그땐 온전히 집에 있는 전업주부가 아직 아기를 맡기는 것이 미안했던 거 같아요. 양심상 내 마음 편하고자 헉헉대며 망가진 몸은 방치한 채로 키웠던 거 같아요.






어쨌든,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요.

첫째 때 이미 경험했지만, 너무 찔통짓을 하는 둘째를 하루종일 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첫째 때와는 비교불가의 기쁨이었습니다.


" 현이, 잘 생겼어요.~~

  정우성 닮았어요.  리틀 정우성. "


" 예에?? 저..정우성이요? "

살짝 당황은 했지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을 해서 방문할 일이 많았는데, 갈 때마다 선생님들의 외모 칭찬이 끊이지 않았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나, 지인에게서 듣긴 했어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만나는 같은 라인 주민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고요.

하지만, 전 그때만 해도 키우는 게 힘들어서 그 말들이 깊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저 인사해 주시는구나, 하며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돌아설 뿐이었죠.

근데, 선생님들도 이야기를 하시니 기분이 좋아지고 점점 사실로 믿게 되더라고요. 한 번도 떠 올려본 적 없는 정우성을 대입하게 되고요.

가족들의 말이 아닌 남들이 계속 이야기하니까 정말 어느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타고 있더라고요. 제가.



글에 부합하기 위한 사진을 고르느라 눈 빠질 뻔 했어요. 근데 그런거 치고 사진이 많쥬?ㅋ또 고르다보니 그 시절이 아쉬워서.;;




너무 자랑처럼 늘어놓았죠? 죄송합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입니다.






글쎄, 이게 웬일입니까.

아마도 코로나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야외 활동도 못하고 학교며, 어린이집도 다 원격수업, 가정보육으로 돌리고 툭하면 격리하던 그때, 집에 콕 박혀 있어야만 했던 그때부터 말랐던 아이가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첨엔, 잘 먹으니 살도 고, 키도 클 것을 기대하며 좋아라 했지요. 근데 웬걸 덩치가 점점 산 만해지고 배가 나오고 옷이 다 작아졌습니다. 당연히 얼굴도 눈, 코, 입이 살에 묻혔고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서른 즈음에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정우성은 온데간데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의 외모 칭찬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part 2 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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