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주를 매수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달바글로벌을 비롯한 화장품 브랜드사의 상장 후 실적은 어떨까

by 임동현


지난 5월, 브랜드 달바(d'Alba)를 운영하는 달바글로벌이 상장했습니다. 달바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미 탑 브랜드이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러시아, 북미,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K-뷰티 브랜드입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분명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누고 싶은 얘기는 직장인 입장에서의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바로 '우리 사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만약 제 지인이 달바의 주식(우리 사주)을 매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큰 투자는 하지 않기를 권했을 것 같습니다.



갓 상장한 회사의 주가는 보통 어떻게 움직일까?

상장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요즘은 더 어렵죠.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좌절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어려움을 뚫고 상장하더라도 문제는 그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상장 후의 주가는 대략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잠깐,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주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 흐름을 따른다'는 의견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1단계 (성장 첫날 ~ 첫 주) : 높은 기대감으로 보통 주가가 급등합니다.

2단계 (상장 후 1 ~ 3개월) : 기존 주주(VC, 임직원)의 매도와 기업 가치 거품 조정이 시작됩니다.

3단계 (상장 후 3 ~ 6개월) : 여러 요인으로 주가 하락과 상승의 예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4단계 (상장 후 6개월 ~ 1년+) : 실적과 시장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가 다시 조정됩니다. 성장성 기대가 꺼지면 하락하고, 이익 증가세를 관찰되면 주가가 상승합니다.


위 4단계는 업종이 다르다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바로 시작했으니 화장품 업계로 계속 이어 가보겠습니다. 어떤 예시가 좋을까요? 마녀공장을 먼저 예로 들어볼까요. 마녀공장은 딱 2년 전인 2023년 6월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에 '따상'을 했었죠. 지금은 어떨까요? 초기의 주가는 사라지고 다소 내려온 상태로 보입니다.


기업 가치가 적정한지는 어떻게 평가할까?

기업의 주가가 적정한지에 대해 평가하는 지표는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대표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는데요. 이 또한 딱 정해진 수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10배~15배 정도가 적정하다고 봅니다. PER가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자세히 파고들면 끝이 없어서 그냥 맥락만 보고 넘어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마녀공장의 PER는 17.95배입니다. 상장 후의 주가는 급등했다가 조정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면 실적과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하죠.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고, PER에 기준해서는 마녀공장은 납득할 수 있는 주가에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녀공장_주가.jpg 마녀공장 PER (2025.05.30 기준) - 네이버금융


그럼 화장품 브랜드사 주식은 꼭 떨어질까요?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달바글로벌과 비슷한 규모의 '브이티'를 살펴보죠. 브이티는 브랜드 VT COSMETICS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주가를 보시면 놀랍습니다. 거의 10배는 오른 것 같습니다. 최근 연간 실적을 보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과 순이익 모두 성장했습니다. 특히 순이익률이 아주 크게 늘었습니다. 2022년에는 5.5%였는데, 2024년에는 24%가 됐습니다. 브이티의 2024년 매출은 4,317억입니다. 매출 규모도 크고 돈도 잘 번다는 사실은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제 같은 지표인 PER를 볼까요? 브이티의 PER는 현재 기준 13.85배입니다. PER만 놓고 본다면, 브이티의 주가는 딱히 저평가/고평가 되어 있진 않은 걸로 보입니다.


브이티_주가.png 브이티 PER (2025.05.29 기준) - 네이버금융


자, 그러면 오늘의 주인공인 달바글로벌을 살펴보겠습니다. 달바글로벌의 최근 연간 실적을 보면 역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순이익 자체는 크진 않네요. 매출 규모를 보자면 2024년 매출은 3,091억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ER를 보겠습니다. 달바글로벌의 PER는 현재 기준 95.59배로 확인됩니다. 아직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주가가 형성되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곧 제 21대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점도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고요.


달바글로벌_주가.png 달바글로벌 PER (2025.05.30 기준) - 네이버금융



브이티, 달바글로벌과 성격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바로 '에이피알'입니다. 에이피알도 정말 잘나갑니다. 2022년부터 계속 성장하고 있고 2024년 매출 규모는 7,228억. 2025년의 예상치는 1조 1,535억 매출로 단위가 다릅니다. 시가 총액도 훨씬 크죠.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도 높은 편인데 안정적으로 계속 나와주고 있습니다. 여기도 PER를 볼까요? 현재 기준으로 에이피알의 PER는 32.52배입니다.


에이피알_주가.png 에이피알 PER (2025.05.30 기준) - 네이버금융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슬슬 감이 오실 겁니다. 어떤 종목(기업)이나 특정한 시장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주 매입 전, 이런 것도 따져보면 어떨까?

노파심에 말씀 드리자면.. 저는 달바라는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회사의 문화나 성장 동력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좋은 것과 개인적인 관점의 투자 검토, 결정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꼭 화장품 업계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러니 '회사가 상장한다고 하는데 우리 사주 매입을 얼마나 하는 게 좋을까요?' 라는 질문에는 일단 조건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상장 전에 얼마만큼 메리트 있는 가격으로 우리 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지, 일정 기간 매도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지는 않은지, 대출을 제안한다면 대출 상환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등 살펴봐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무언가를 알아보고 따져본다는 건 분명 번거로운 일이고, 괜찮은 조건이라 해도 투자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주식을 상장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봐야 하기도 합니다.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누군가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규모가 커도 딱히 상장하지 않는 회사도 많습니다. 그들은 투자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기 때문에 상장하지 않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특성상 엑시트 혹은 상장이 목표가 됩니다. 가장 이윤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저점 매수를 최대한 많이 해서 고점에 파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주가가 가장 고점일 때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매도하면' 주식은 떨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2단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높은 가격 매수 순으로 타격을 입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고점일 단계 즉, 상장 후 즉시 매도할 수 없는 조건이 있다면 투자가 매우 장기화(혹은 실패)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사주 매수에 대한 결론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괜찮은 조건을 제안받았을 수도 있고, 회사가 더욱 탄력을 받아 파격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또 우리 사주를 매입함으로써 더 자부심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떨어졌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서 더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우리 사주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성장하는 회사에 다녀본 경험이 몇 있어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느낌'을 알고 있습니다. 정신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영원히 잘될 것만 같죠. 아마 그 회사 자체는 망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내 투자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 같습니다. 동종 업계 내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 정도만 알아보고 비교해도 이미 80%는 먹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대출을 (제안)받아서 투자할 예정이라면 더더욱 꼼꼼히 따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동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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