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상품기획자는 마케터인가요?

온라인 커머스 상품기획자는 무슨 일을 할까

by 임동현

안녕하세요, 임동현입니다.


메인 직업이 상품기획자인데, 생각해보니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그동안 글감은 조금씩 모아두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늘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보려 합니다.


"상품기획자는 무슨 일을 할까요?"


가끔 제 직업을 설명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상품기획자라고 말씀 드리면 "아, 마케팅 같은 거죠?"라는 질문이 따라오곤 합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무적인 부분만 다를 뿐 시장과 고객을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닮아있다는 생각에 '비슷합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온라인 커머스 상품기획자는 무엇일까

우선 단어를 하나씩 해체해볼까요?

온라인커머스

상품기획자

'인터넷에서 판매될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 정도 되겠네요. 사실 상품기획자라는 단어는 포괄적으로 쓰이는 직업군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화장품 상품기획자, 건강식품 상품기획자, 공산품 상품기획자 등 카테고리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화장품, 일반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경험이 있어 그냥 커머스 상품기획자로도 정의되곤 했습니만, 요즘은 복수 카테고리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기에 제 이력이 특별하다고 말하기가 이젠 좀 어려워지긴 했습니다. 이 분야도 어느새 능력 인플레이션이 온 걸까요. 아무튼 상품기획자는 기획에서 출시까지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크게 뭉뚱 그리자면 기획을 검증하고, 실행을 관리하는 일.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획에 대해 검증하기

기획자는 묻습니다. "이 제품, 팔릴까?" 아주 단순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100% 확신하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무조건 되는 상품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미백 화장품이라면 미백 화장품 시장에 대한 규모,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 등을 분석합니다. 이 시장에 참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어떤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를 설계합니다.


상품의 흥망이 꼭 논리적인 이유로 설명이 되진 않습니다. 수많은 변수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내부 설득을 위해서는 정량 데이터가 필수입니다. 숫자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지만, 숫자 없이는 아무 말도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회사마다 바라보는 기준이 다릅니다. 논리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고, 우선 순위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령, 다이어트 제품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회사는 다이어트 제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테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다이어트 시장이 아무리 크더라도 다이어트 제품은 후순위가 되겠죠.


charlesdeluvio-OWkXt1ikC5g-unsplash.jpg 출처 : unsplash


출시 과정을 관리하기

기획이 괜찮다고 판단되고, 검증도 마쳤다면 제품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내가 기획한 상품을 실제로 구현해줄 제조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제조사를 찾았다면 생산 관련 내용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일정(리드타임)은 어떻게 되는지, 최소 생산 수량(MOQ)은 얼마나 되는지, 대략적인 단가는 어떻게 되는지, 결제 조건은 어떤지 확인해야 할 게 많습니다.


출시 과정 중 평균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이 걸리는 건 샘플링(시제 생산) 단계입니다. 제조사에서 제작한 시제품을 받아 어떤 방향으로 시제를 개선할지 구체적으로 디렉팅 해야 합니다. 기획자의 역량이 크게 드러나는 단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주니어 기획자가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명확한 기준이 없이 시제를 의뢰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피드백이 길어지고, 일정도 늘어지고, 제품 방향도 흐려집니다. 물론 제품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수 차례 샘플링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지연은 기획자의 늦은 의사결정 그리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샘플링을 끝냈다면 본격적으로 생산 준비를 해야합니다. 제품명과 규격을 확정하고 최종 견적 및 일정을 확인합니다. 이때, 제품명은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품명은 상품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거든요. 또한 광고 심의 기준, 상표 등록 가능성 확인 등 해야할 일이 꽤 많습니다. 품목제조신고 등 행정적인 처리는 제조사에서 진행하지만, 그 일정에 대해서는 기획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소통과 문안에 대한 검수도 1차적으로는 기획자의 몫입니다. 디자인 자체는 당연히 전문 디자이너가 맡아야겠지만, 기획자가 디자이너에게 기획 배경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소통할수록, 상품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획자의 설명력이 구현력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끝났다면 이제 생산만 남았습니다. 생산과 납품은 제조사에서 진행하지만 그 사이에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상세페이지 기획과 제품 자료 제작입니다.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제작하기

생산 일정이 확정되면, 마케팅을 위한 준비도 동시에 시작됩니다. 그중 핵심은 당연 상세페이지 기획입니다.


상페(줄임말), 디테일페이지, 기술서, 랜딩페이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상세페이지의 정확한 명칭은 제품 상세설명 페이지입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클릭했을 때 넘어가는 제품 설명이 쭉 보이는 페이지. 한 번쯤 다 보셨죠? 상세페이지는 제품 판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광고물입니다.


상세페이지를 디자이너나 콘텐츠 마케터가 제작(기획)할 수는 있겠으나, 상품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건 아무래도 그 기획자겠죠. 효율적으로는 기획자가 기획을 하거나 혹은 기획(제작)을 할 수 있도록 자세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건 회사마다 다르지만 상품기획자가 검수나 심의를 같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ed-badr-chemmaoui-ZSPBhokqDMc-unsplash.jpg 출처 : unsplash


제품 자료를 제작하고 공유하기

앞서 말씀드렸듯, 그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기획자 본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제품이 출시되면, 마케터, MD, CS 등 다양한 동료들과 이 제품을 함께 다뤄야 합니다. 그들이 제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을 해야 합니다.


제공해야 하는 정보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 정보 - 제품명, 원료, 규격, 판매가, 기능 등

마케팅 자료 - 소구 포인트, 경쟁 제품 대비 장점 등

자주 묻는 질문 - 복용법, 사용법, 주의사항 등

회사 내부에 학술팀 혹은 전문 인력이 있는 경우, 자료에 대한 검증을 더 철저하게 하기도 합니다. 에스더포뮬러(주)같은 회사가 내부에 학술팀을 둔 대표적인 조직이죠.


분업이 잘 되어 있는 회사일수록, 더 친절하고 상세한 공유가 필요합니다. 마케팅 인력은 마케팅 방법 자체에는 빠삭해도 제품의 분류나 광고 표현 기준과 같은 그런 세부적인 내용은 모를 수 있거든요. 제품을 제안하거나 실제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MD나 CS도 상품에 대한 기본적이 학습이 필수입니다.


특장점은 무엇인지, 경쟁 제품에 비해서는 어떤 부분이 더 좋은지, 어떻게 섭취 혹은 사용해야 하는지 등 제품 하나에 알아야 할 정보가 정말 많은데요. 상품기획자는 기획하는 기간 동안 이미 정보를 많이 습득한 상태겠지만, 다른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아주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친절함이 필요해집니다.



시장 조사 : 규모와 욕망을 읽어내기

상품기획에서 시장 조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시장의 판단 기준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규모와 욕망. 두 가지 모두 중요합니다. 아무리 탁월한 상품이라도 시장이 작다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큰 시장에서는 그만큼 정교한 전략을 짜거나 세밀한 틈을 잘 파고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어서 욕망을 읽어내야 합니다. 시장이 크던 작던 pain point가 명확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상품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팔리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욕망 ↔ 대안의 구조가 잘 떨어집니다. 만약 러너들이 '신발을 통한 러닝 퍼포먼스 향상'의 욕망이 없었다면 운동화 시장이 아무리 크고, 달리기용 운동화가 수십 종류가 쏳아진들, 유의미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 맥락은 기회가 된다면 추후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그 반대도 똑같습니다. 러너들이 신발을 통한 러닝 퍼포먼스 향상의 욕망이 있더라도 대안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그 대안은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달리기를 위한 운동화는 쉽게 납득할 수 있겠지만, 달리기를 위한 반지라면? 현실에서는 어렵겠죠. 아마 게임 속 아이템으로 더 적절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상품 기획은 시장과 욕망을 읽는 것에서 60%는 이미 끝난다고 봅니다. 배합, 컨셉, 디자인, 제품명, 디테일 등 다른 요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시장과 욕망을 초월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상품 기획은 의사 결정, 감각, 속도의 싸움이 됩니다. 따라서 상품 발주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판단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op-Down 기획이 흔하기도 한 것입니다.


guillermo-latorre-0nrjQ_76IHI-unsplash.jpg 출처 : unsplash


출시 후 제품 개선하기

온라인 커머스에서 상품이나 상세페이지는 출시하면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여기는 조직도 있지만 살아남는 조직은 속도의 차이일 뿐, 개선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내부적으로 상품/브랜드의 완성도를 최대한 올리고 출시하는 게 옳다고 믿었습니다. '완성도=성공 확률'이라는 인식이 존재 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아래와 같은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시장(고객)을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서 단순히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빨리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관찰한 뒤, 학습하며 그에 맞춰 개선해나가는 린(Lean) 방법론이 커머스 업계에서도 더 많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특히 FMCG(소비재) 영역에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완성도까지 같이 끌어올릴 수 있을까?"의 접근인 것입니다. 완성도는 부차적인 것,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대부분의 조직이 지향하는 구조입니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개선도 즉각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놓친 부분이란, 꼭 퀄리티 측면은 아닙니다. 고객의 반응이 즉시 오는 만큼, 불편을 빠르게 해결하고 고객들이 보내는 힌트를 빠르게 캐치하는 그런 맥락입니다. 고객의 목소리(VOC)를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서 더 나은 대안으로 변모시키거나, 제품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상품기획자가 하는 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 회사의 상품기획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 미리 밝힙니다. 혹시 상품기획자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잘하는 상품기획자는 무엇이 다를까' 혹은 '상품기획자가 흔히 범하는 오류'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임동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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