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3>
지난 주말, 아주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 3가 무서운 기세로 관람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고 오늘만 해도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달성했다고 한다. 나도 800만 명에 포함이 되었다. 작년에 범죄도시 2에 대한 감상을 적지 않았나. 일 년 만에 후속작을 보고 돌아와 글을 적으려니 신기하다. 다음 작품이 이토록 빠르고 신속하게 나오는 영화가 있던가? 마동석의 유니버스. 범죄도시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아니, 마동석이라는 배우 자체가 장르라는 말이 옳다. 게다가 마동석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시원하고 두려울 것 없는 액션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이번 영화는 보고 싶기도,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이준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하얗고 수려한 그의 얼굴과 몸이 커다랗고 시꺼먼 야생 곰처럼 변한 모습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을 테고, 그가 이번에는 어떤 도구로 변모해 쓰임을 다하려 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기에 알맞은 요즘 계절, 탄산처럼 팡팡 터지는 범죄도시 3은 전작보다 훨씬 더 유머러스하고 쾌하게 돌아왔다. 훨씬 더 강력해진 주먹 액션, 거기에 일본 야쿠자를 더해 장검을 활용한 장면들로 보는 재미를 상승시켰다. 1, 2와 비교해 보았을 때 다소 가볍게 느껴졌는데 대중적인 영화로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잔혹성의 단계를 낮추고 유머와 액션에 집중한 범죄도시 3의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고 솔직해졌다. 거기다 관객으로 하여금 마석도가 휘두르는 주먹의 타격감을 청각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효과음을 활용해 마치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4D로 보면 시원하게 쥐어터질 수 있다고 하여 호기심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 액션 신이 상당했다. 도전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극 중 마석도가 광수대로 옮기면서 그를 조력하는 형사들 역시 새로운 멤버들로 꾸려졌다. 2에서 전일만과 마석도의 티키타카를 재미있게 보았던 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으나 그 빈자리를 김만재가 능청스럽게 메웠다. 그리고 범죄도시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 장이수. 그의 공백은 초롱이와 김양호가 찌질하고 귀엽게 채워 넣어서 허전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차별을 두려 시도한 장치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시리즈 물에 ‘형사가 범죄자를 잡는’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영화이다 보니 자칫하면 관객들이 싫증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그 부분에서 제작자도 고심을 한 티가 나더라. 빌런 또한 주성철 하나가 아닌 리키라는 인물을 투입시키면서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영화의 배경은 2015년. 당시 발생한 신종 마약 사건의 중심인물인 빌런 주성철 역시 서사는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오로지 ‘돈’에 미쳐있는 남자. “왜. 경찰은 죽이면 안 돼?”라고 할 정도로 공권력에 태클을 걸 줄 아는 겁 없는 인물. 나름의 반전이 있는데, 그 순간을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인간에게 폭력을 가할 때 아무런 감흥 없는 눈빛이라던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것까지 악역 그 자체였고 그전의 장첸, 강해상과 달리 상황 대처 능력이 빠른 인물이라 새로웠다.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쓸 줄 아는 나쁜 놈이라니? 비열하기까지 한 캐릭터로서 표현이 잘 되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늘 그랬듯이 마석도와의 대결이 아니던가. 작품 내에서 틈틈이 보여 주었던 것만큼 겁이 없고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라 그런지 주인공과의 싸움에도 짐승처럼 달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영화를 본 이들은 역대 빌런 중 가장 약골이었다는 평을 내놓았다. 전작에서 강해상이 마체테를 휘두르며 마석도에게 위협을 가했던 것에 비해 주성철은 주변 사물들을 활용한 액션을 선보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거기다 빌런이 다수가 되면서 관객 입장에서 볼거리는 늘었으나 악역 자체의 임팩트가 분산되었다. 오히려 그게 나았다. 스토리나 캐릭터가 단순해서 마석도와 주성철, 둘에 중점을 두었다면 루즈해졌을지도. 어쨌거나 주성철은 역대 빌런 중 가장 덜 무서운 인물이다. 지나가는 행인조차 수틀리면 갑자기 죽일 것 같던 강해상에 비해 주성철은 일말의 이성적인 면모가 보였다. 사람도 봐 가면서 죽일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극 중에서도 ‘잘생김’이 언급되는 인물인지라 오히려 깔끔한 비주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뭐, 다들 뜻이 있어 그렇게 스타일링을 했겠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포인트에서 푸하하 웃음을 터트린 것이 오랜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범죄도시는 뜻을 다했다. 애써 꼬지 않아 생각 없이 보기 좋았던 영화, 범죄도시 3. 영화를 보고 나면 복싱을 제대로 배워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만큼 마석도의 주먹을 빠르고 상쾌하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는 어떻게 차별화를 두고 관객들의 환심을 살까 궁금해진다. 다음 편에는 여성 조력자도 등장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