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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 마치 Jan 15. 2019

19. 콩고민주공화국의 식습관과 에볼라

2018년 9월 21일 ~ 27일

AFP /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농산물 박람회에서 뱀 사육사가 비단뱀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에 관한 사진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다. 과거 한국에 교육연수를 왔던 DR콩고 사람들을 가이드했던 인연 때문이다. 아직도 몇몇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DR콩고 사진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를 만큼 그들과의 시간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주 <이 주의 장면>으로 DR콩고 농산물 박람회에 등장한 뱀 사진을 선택했다. DR콩고에서는 뱀이 농산물, 즉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가 보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용 뱀을 먹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뱀을 먹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사진이 (그리 좋지 않은 의미에서) 인상 깊었다. 사실 전에 이 블로그에 게재됐던 비슷한 DR콩고 사진으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못 써서 이번 기회에 하고 싶었던 말을 해보려고 한다.


Getty Images / 콩고민주공화국의 도시인 음반다카의 시장에서 한 상인이 야생동물의 고기를 들고 있다. 이 도시에 에볼라가 창궐한 것은 야생고기를 먹어서이기 때문으로 여겨진


위 사진의 설명대로 DR콩고는 우리가 먹기는커녕 접하기도 힘든 야생동물 고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다. 파충류나 박쥐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짐승일 수도 있는 이 야생동물 고기는 안면이 마치 화난 사람을 닮아있어 보기만 해도 징그럽고 섬뜩하다. 그런데 이런 야생고기 섭취가 에볼라 발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이 나서서 국민의 이런 식습관을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에볼라의 발생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DR콩고 에볼라 강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50~90%가 1주일 이내에 사망한다. 안타깝게 올해 2018년에도 DR콩고에 에볼라가 창궐했다. 그런데 DR콩고 내부 사정의 악화 (내전과 총선)로 인해 에볼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에볼라 발발 지역(북부 키부)은 콩고와 우간다의 국경지대로 정부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라 정부가 효과적으로 에볼라를 통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즉, 감염자 확인과 격리수용 및 치료 등 국가가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 심각하고 이해되지 않는 현상은 DR콩고의 일부 정치인과 국민들의 에볼라에 관한 인식이다. 12월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퍼뜨려 국민으로 하여금 의료진을 믿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국민들은 에볼라에 걸린 것을 ‘사악한 영혼의 저주’에 걸린 것으로 믿으며 의료적 치료를 거부하고 종교인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무튼 올해 8월에 발생한 에볼라로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DR콩고인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DR콩고 식생활 문제


문득 내가 만났던 DR콩고인들의 식습관이 떠오른다. 사람마다 식성이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엄청나게 짜게 먹고 단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식습관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먹는 양이 제한되지 않는 뷔페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트 요리점에 가면 DR콩고 연수자들은 그 많은 음식들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일종의 불쾌감을 보이기도 했다. 신경 써서 음식을 대접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DR콩고는 분명 농산물이 풍부하지 않을 것이고 음식의 종류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랜 내전으로 분쟁지역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될 문제이고 말이다. 그들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야생동물 고기를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한 팩트이다. 한국에 온 DR콩고 연수자들은 그 많은 음식을 보며 자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렸을 것이며, 남겨진 음식이 아무렇지 버려지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하필이면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DR콩고의 사진들이 한결같이 ‘몬도가네’를 떠올린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화가 난다. 게다가 그것 때문에 병이 들고,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혹세무민 하고, 국민들도 잘못된 생각으로 병을 더 키우니 설상가상도 이런 설상가상이 없다. 심지어 이 문제가 DR콩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국가 , 나아가 전 세계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보고 있을 수만도 없다. WHO 세계 보건기구와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수많은 NGO 단체들이 이미 DR콩고에 들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에 대대적으로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 자원한 의료인력 15명을 파견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도 했다.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8월 초에 발생한 에볼라는 2달이 훌쩍 지난 지금도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DR콩고 당국이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래서일까, 이 글도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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