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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 마치 Jan 15. 2019

29. 키베라 소녀, 비상과 자립의 주체가 되길

2018년 11월 30일 ~ 12월 6일

EPA / 나이로비의 슬럼인 키베라 거리에서 발레 공연이 열렸다.


-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



1.



비상하는 발레리나 소녀들


비상하는 저 두 소녀들의 몸짓을 본 순간, 나도 그들처럼 날아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저 날렵한 몸과 매혹적인 몸짓, 그리고 무궁한 가능성의 시기. 그런데 그들은 키베라에 살고 있다. 키베라 같은 곳에서 아이들이 사진에서처럼 계속 비상하며 꿈을 꿀 수 있을까.

  


AFP / 키베라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키베라, ‘날아다니는 화장실’



키베라를 검색하면 ‘세계 3대 슬럼’, ‘아프리카 최대 슬럼’이라는 문구들이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한 키베라는 나이로비 인구의 무려 3분의 1에 달하는 백만 명이 살고 있는 데도 케냐 지도에서는 공란으로 처리되는, 정부조차도 그곳 내부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있는 곳이다. 1963년 독립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착하게 된 이곳은 전기, 수도, 화장실, 배수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날아다니는 화장실(Flying Toilet)’은 키베라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화장실이 없기도 하거니와, 밤에는 치안 문제로 집 안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고 밖에 아무 곳에나 내던져 버리는 것이다. 이것으로 그곳의 사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Al Jazeera, Osman Mohamed Osman / 라스무센은 키베라를 친구들을 데리고 30번 이상 키베라 관광을 했다.



기묘한 관광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비루한 삶이 일부 서구인들에게 (최근에는 한국인들에게도) 이국적이고 흥미롭게 다가가는가 보다. 세계 최빈곤층의 삶이 펼쳐지는 이곳을 관광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치열한 삶의 터전이 이방인들에게는 진기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또 이 덕분에 투어가이드라는 직업을 구해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모순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빈민가를 구경하는 기괴한 관광 덕분에 일없이 살아야 했던 청년들이 돈을 벌고 삶의 활기를 얻을 수 있다면, 동물원의 동물처럼 구경거리가 되어 인격적 상처를 입는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적 삶을 살기 위해 기막힌 관광을 근절시켜 투어가이드로 돈을 버는 젊은이들을 다시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게 해야 하는 것일까.

 

EPA / 발레단에 속한 이 13살 소녀는 케냐의 불우아동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예술 수업으로 발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의 도움


나이로비에는 이런 슬럼가가 키베라 말고도 200개가 더 있다. 그나마 키베라는 이름이 알려져서 국제기관이나 NGO가 위생 및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이기도 하고,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얼마간 돈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슬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사진 속 소녀가 발레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다름 아닌 이런 기관들의 교육 사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교육 사업이 중단된다면 소녀는 발레를 계속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개선 사업이나 교육 사업들 대부분은 단발성으로 진행되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부인이 주도하는 이런 사업들에서 키베라 거주자들은 단지 수혜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2.   





빈곤의 나락


위의 기사에는 케냐 나이로비라고 되어 있지만, 동영상을 보면 키베라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극도의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있고 싶어서, 일거리를 준다기에, 먹을 것과 잘 곳을 준다고 하기에, 이웃 국가 소말리아의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알샤바브와 관련을 맺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들이다.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그곳에서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에 휘말렸었다. 살아야 했기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그런 일들을 치러내야 했다. 그들은 알샤바브 때문에 아들을 잃었고, 남편이 죽자 살기 위해 다른 군인들과 잠자리를 해야 했고, 도망치기 위해 소년병을 사살해야 했다. 또  케냐에 있는 아이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알샤바브의 대장과 이틀 동안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 (기사의 동영상을 꼭 보기 바란다.)  



Al Jazeera / 키베라 여성들이 재활과 자립의 최전선에 나섰다.



엄마들이 일어나다


놀랍게도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이 여성들이 이곳 키베라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 알 샤바브 때문에 아들을 잃은 엄마는 부패한 정부 대신 가난 때문에 희망을 잃은 이곳 아이들과 청년들의 재활과 변화를 지원하는 엄마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살기 위해 군인들과 수많은 잠자리를 해야 했던 여성은 케냐에 와서 에이즈에 걸린 알게 되었지만, 역시 알 샤바브에 부모를 빼앗긴 아이들을 입양하여 신이 주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애타게 바랐던 학업을 시작했고,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미용사로,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케냐의 세 아이들에게 돌아온 어머니는 NGO 단체의 도움으로 치유 중이다. 그밖에도 빈곤과 폭력, 테러, 전쟁 등으로 상처 입은 이곳의 청년들은 노래와 랩, 예술 행위 등으로 자신과 이웃을 치유하고 새롭게 비상하기를, 자립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리고, 소녀들의 미래


엄마들이 나선 건 키베라의 딸들이 자신이 겪었던 비참한 삶을 절대 겪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숙식을 제공한다기에 테러단체에 들어가는 일은 그들의 엄마 대에서 끝나야 한다. 부패한 케냐 정부, 지속적 도움을 주기 힘든 구호 단체들에게 마냥 의존할 수는 없기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키베라든 어디든, 우리가 매우 힘든 삶을  살 거라 생각되는 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의외로 그곳 사람들이 미소를 잃지 않고 강인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후일담을 듣곤 한다. 키베라 소녀들이 비상과 자립의 주체가 되는 미래를 그려본다. 가능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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