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은 조각의 무게
내게는 문득 떠오르는 강렬한 몇 개의 기억들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 첫 번째 위기는 6-7세 정도였을 것이다.
그날따라 나를 봐주시던 외할머니와 이모들은 시장에 장을 보러 가고 나 혼자 동네를 서성이고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날더러 교회가 어디 있냐고 물으시더니 같이 가자고 하였다.
교회는 그곳 슈퍼에서 첨탑이 보이는 거리에 있었고 지금 기억으론 5분 이내의 거리였다.
나는 교회가 저기 잘 보이는데 왜 같이 가자고 하는 걸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냥 안되요라고만 거듭 말하였다.
할아버지는 나를 앉히고 뒤에서 안더니 500원짜리 동전을 쥐어주셨다. 계속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때 외할머니가 내 앞에 택시를 타고 내리셨다.
외할머니는 택배비를 아끼기 위해 진시장에서 문현동까지 책상을 머리에 이고 걸어오신 적이 있다고 했다.
짠순이 외할머니가 택시를 탄 까닭은 불길한 느낌이었던 것일까
그날 나는 뒷마당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할머니에게 꽤 오랜 시간 동안 낯선 사람을 절대로 따라가지 말 것이라는 교육을 받았었다.
그날 할머니가 택시를 타고 오시지 않았더라면
할머니가 오시기 전에 할아버지를 따라 교회로 갔더라면
나는 30살이 넘은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이제는 할머니가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언젠가 책을 낸다면 나는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주신 할머니에게 그 책을 드리고 싶다.
사람을 살리는 책을 쓰고 싶고 그것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그 작은 기억의 조각이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내가 이것으로부터 배울 것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