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놀이
우리 또래들의 학창 시절, 그리고 20대 초반은 나만의 작은 세상 미니홈피의 공유 일기, 스크랩, 클럽 등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다. 서로의 미니홈피에 흔적을 남기고 댓글을 기다리고, 좋은 노래를 걸어놓은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노래를 들으러 가고, 도토리로 음악과 미니룸을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던 그때는 지금보다는 조금 순수하게 서로의 일상을 바라보고 공유했던 것 같다. 조금은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비밀스럽게 너랑 나만 남길 수 있는 비밀글도 있었고, 만남의 순간이 사진첩으로 한번 더 즐거운 추억이 되고, 스크랩으로 그 추억을 나만의 공간에 가져가기도 하고, 그때의 추억을 댓글놀이로 재미나게 마무리했었다. 사진 한 장, 일기의 한 줄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소통의 한 가지 방법이었던 그때보다 지금은 사진 한 장, 글 한 줄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미니홈피를 뒤적여보니 그때의 나의 일기들이 손짓하여 몇 번의 클릭을 하다 보니 여러 추억이 밀려들어와 그때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구나 참 고되다 싶다가도 불평불만의 끝에 매번 "그래도 감사하다"로 마무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와중에 기특하기도 하다. 감정선이 들쑥날쑥하고 작은 말 하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파르르 떨었던 그때의 나는 한 없이 연약하고 울보였고 남 신경 쓰느라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아이였다. 마냥 착하게 굴다가 뒤통수도 크게 맞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많은 고민을 하고 관계 안에서 손을 지금 내밀어야 할지 뒤로 물러서야 하는지 백 번, 천 번 혼자 연습해보던 그때의 나에게 그가 나에게 해준 말이 마음에 남아 끄적거려놓은 흔적이 지금도 나를 감동케 한다.
"문득 뒤돌아 봤을 때,
여전히
내가 나를 돌아보지 못하는 바보같음이
나를 사랑스럽게 하는 점이라고 말해주는
그대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어려서 사소한 것 하나가 소중하고, 작은 말 한마디의 위로가 아픔을 녹였던,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까 부지런을 떨었던, 소소한 추억들이 따뜻하게 기억되는 것을 보면 그는 나에게 정말 고맙고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그와 같은 사람이 내게 찾아온다면, 나도 조금 더 순수하게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학생이었을 시절, 친한 언니와 한 겨울에 별을 보겠다며 뚜벅이 여행을 갔던 사진을 보며 혼자 '진짜 추워 보인다. 아 찜질방 옷 왜 이래 정말 웃기다'를 반복하다가 언니에게 연락했다. 언니랑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도 그곳에 그 집이 있을까, 우리 무서워서 노래 크게 틀어놓고 어두운 길을 걸었지 라고 하다가 리마인드 여행을 가자고 했다. 정확히 몇 년 전인지 기억하려면 사진첩을 뒤적여보아야겠지만 같은 코스를 같은 일정으로 가보며 그때를 추억하며 뭐가 달라졌을까, 더 좋아진 것은 무얼까, 더 안 좋아진 것은 무얼까 찾아보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덧입히고 싶어 졌다. 이런 핑계가 아니어도 충분히 여행 갈 수 있지만 추억을 핑계 삼아 또 다른 추억을 쌓고, 쌓이는 추억만큼 깊어지는 관계에서 서로를 느끼고 넉넉히 웃어주며 함께해주면 더 좋지 않은가. 혼자만의 추억놀이가 그때의 서로를 기억하는 우리가 추억을 핑계 삼아 만날 약속을 잡고, 안부를 물으며, 오늘도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서로를 향해 한걸음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