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의 사람들

산책일기 1일

by 소하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개들과 함께 걷는 사람들, 허겁지겁 약속에 늦은 듯하게 경보하는 사람, 노래를 흥얼거리며 느긋히 걷는 사람, 산책이라기보다 가야 할 길을 이왕이면 공원 길로 걷는 듯한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걷는 사람, 아이들과 나온 사람,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복장이지만 뛰기보다는 아주 천천히 걷는 사람, 나의 목표는 운동임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빠르게 걷는 사람, 어린이집 외부활동을 즐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공원의 좋은 풍경 가운데에 상체가 이미 하체보다 앞서 구부정하고 뛰는 것은 아니나 빠르게 아닌 급히 걷는 아저씨를 보고 산책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가 빠른 길은 아닐 것 같은데 이곳에서마저도 급히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원래 성격이 급한 사람일까, 아니면 지금 화장실이 너무 급한 상황인 것일까, 느긋한 산책을 연습 중인 사람일까 등등 궁금증이 머리를 들고 쓸데없는 상상을 시작하는데 다음 사람이 나타났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흥얼 하시는 등산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장 하신 아저씨다. 그네 벤치에 앉은 나를 흘깃 보시더니 흥얼 노래의 볼륨을 급히 줄이신다. 그가 부른 노래는 무슨 노래일까. 노래가 무엇인지보다 기분이 좋아서 흥얼 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하시는지, 평소에도 자주 흥얼 노래를 하시는 분인지 또다시 궁금증이 머리를 든다.


4-50분의 산책도 간신히 하던 때의 나는 산책길에 다른 사람들을 볼 겨를이 없었다. 어디까지 걷고 돌아가야 하나, 저기까지 걷고 집까지 걸어가면 대략 40분은 걸을 것 같은데 다리는 아프지 않을까. 나오기 싫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기분은 좋구나. 공기가 맑으니까 하늘도 이쁘다. 오늘은 저곳까지만 걸어야지. 풍경을 살필 새도 없이 내가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너무 힘들지 않게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야지. 오늘 여기까지 걸었으니까 내일은 저기 길도 걸어봐야지. 정도의 생각들을 하며 산책을 했었다.

목표한 곳까지 속도는 느리지만 걷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그래도 오늘 나를 위해서 한 가지는 했어!'라는 뿌듯함이 있었고, 산책은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쉬운 듯 쉽지 않은 행위였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그저 누워있다가 다시 나가는 것이 힘들어 퇴근길에 걷던 내가, 퇴사 후 사람들도 잘 안 만나고 핸드폰 충전하듯 집에서 잘 나가지 않다가 오늘은 한 번 나가봐야지. 오늘 다녀와서 괜찮으면 내일도 나가봐야지. 하루씩 나를 위해서 하나만 해야지. 하는 마음들이 나를 일으켜 산책길에 세워주었다.


이제는 산책길에 만난 벤치에 앉아 산책 중인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몸에 익숙해지니 똑같은 풍경 같지만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그 사람들도 서로를 모르지만 각자의 산책길을 걷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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