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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Aug 22. 2023

기록은 하찮게 시작하는 거예요

[인터뷰] 밑미 사람들의 작은 반짝임 발견하기

나는 내향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리가 길어지면 에너지가 빠르게 닳고, 혼자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기운이 더 없어지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향인이다. 어느새 밑미(Meet Me,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음성장 플랫폼)에서 리추얼을 한 지 1년 3개월 차, 치어리더 활동을 한지는 8개월 차가 되었다. 나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활동하게 될 줄 몰랐고 최근 마음에 품고 사는 '잘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게 덜 어렵다. 기대 없이 오늘 그냥 하는 것이다.'(장수연 PD)라는 문장처럼 계속하다 보니 나에게 쌓인 것들이 많아졌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내향인인 메이커(리추얼 리더)들은 매 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지 않을까? 리추얼을 꼭 같이해야 하는 걸까? 밑미에서는 같이하는 것의 힘을 말하는데 메이트(리추얼 참가자)들도 느끼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내향인 리추얼 메이커인 김신지 메이커를 만났다. 

김신지 메이커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쓴 작가이자 행복의 ㅎ을 모으는 기록 리추얼을 이끌고 있는 밑미의 시그니처 리추얼 메이커이다. 




밑미의 리추얼은 타 습관형성 프로그램과 달리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을 강조한다. 신지 메이커가 이끄는 기록 리추얼 메이트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른 사람들의 리추얼과 댓글들이 리추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내 일상도 응원해 줘서 가치를 부여받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분의 리추얼을 보는 것만으로도 얻어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이런 것도 좋구나! 다른 사람들의 리추얼(기록서랍)을 보고 싶어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른 모임 프로그램과 뭐가 다르냐고 진짜 자주 물어보는데 그런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강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면 밑미는 강제성 없는 커뮤니티 같고 그 안에서 저는 마케터다 보니 인사이트를 많이 얻어가요."

"퇴사한 사람으로서 소속이 없는데 리추얼은 느슨하고 안전한 커뮤니티 같고 얇게 세상과 이어진 끈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혼자 절대 꾸준히 못하는 사람인데 반강제로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면서 돈을 내면 좀 더 열심히 하게 되기도 해요.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신중하게 모여서 하다 보니 더 끈끈해진달까요. 보통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모임에서 한 번씩 생기는 문제들이 없어 순탄하게 잘 진행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리추얼은 꾸준히 하는 힘, 같이 기록하는 즐거움이 있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것 같아요."

"혼자 자유롭게 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다른 샛길로 빠지거나 쉽게 중단하게 되는데 누군가와 느슨한 약속이더라도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을 차리고 리추얼에 집중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밑미 메이트들의 카톡을 하나씩 같이 읽으며 신지 메이커는 밑미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한 번씩 생기는 문제들이 없어 '커뮤니티 청정지대' 같다고 말했다. 




소하: 메이커님은 1년 이상 고민이나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적은 없으세요?

신지: 고민을 했었어요. ‘기록’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으니까 범위를 좁혀서 ‘식사일기’ 같이 ㅇㅇ 일기를 정하고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면 더 꾸준히 하고 덜 빼먹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누구랑 비교하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독서 기록을 보고 나는 독서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탄력 받는 게 약하지 않는가 고민했었어요. 근데 다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일기 형식으로 가다 보면 속마음도 털어놓고 더 친밀해질 수 있는데 그 정도의 단계는 아닌 것 같고 단순한 남의 일상이어서 더 편하게 댓글을 남기시는 것 같아 응원하기 더 쉬운 것 같아요. 업데이트에 고민을 해서 다른 리추얼에 가서 배워오겠다고도 이야기했는데 메이트들은 느슨하고 편안한 리추얼 분위기가 충분하다고 해서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요. 

리추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메이커가 고민하지만, 리추얼 모임을 만들어 나가는 메이트들이 지금의 분위기와 형식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 매일 꼭 해야만 한다는 압박 없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메이트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소하)


소하 : 밑미는 리추얼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밑업이라고 오프라인 모임이 있잖아요. 내향인들이 많이 모인 리추얼이라 오프라인 모임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신지 : 제가 생각했을 때는 내향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임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모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리추얼을 계속했었으니 온라인에서 서로 지켜보고 댓글도 달고 응원했기에 내적 친밀감은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나니 낯을 가리고 어색한 거죠. 그거였어요. 

3-4명씩 소그룹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때는 엄청 활발하다가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정적이 흐르는 그런 거요. 내향인들은 3-4명 정도 모여있을 때에는 말을 잘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굳이 자기가 먼저 말하지 않다 보니 아까 신나서 떠들던 옆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죠. 그리고 그런 어색한 분위기로 모임을 마치고 건물 밖을 나서면 카톡방이 엄청 활발해지는 거예요. 너무 재미있었다고. 

신지 메이커님은 오래된 메이트들이 “기록 리추얼이 우리에게 맞는 속도랑 온도인 것이 무척 좋아요.” “느슨한 연대가 더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크고 일상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소하 : 신지 님도 내향형 사람이신데 매 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인 메이커를 하시는 것에 걱정이나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신지 : 회사에서의 리더 역할을 생각하면 방향성을 제시하고, 책임을 지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해야 하고.. 부담도 많이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많이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리추얼 메이커도 리더십이 필요하긴 하지만 회사랑 성격이 정반대인 리더십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고 도움이 되었던 기록이라는 행위를 사람들에게 “이런 기록들로 꾸준함과 거리가 멀었던 저도 꾸준히 하게 되었어요.”하며 알려드리고 같이하는 것 자체는 부담되거나 힘들지 않았어요. 메이커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내향인의 특성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고 도움이 되었던 기록이라는 행위를 사람들과 같이 하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신지)


소하 : 리추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메이트나 변화가 있었던 메이트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신지 : 치어리더 지선님이 생각나요. 치어리더를 지원하신 것도 리추얼에 애정이 있지만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서 신청하셨던 분인데, 평소에 많이 조용하셔서 치어리더를 하신다고 했을 때 놀랐었어요. 지선님은 행복의 기록을 하셨었는데 회사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법을 모르시고 너무 성실하고 좋으신 분이시더라고요. 인증 글에 메이트들이 쉬엄쉬엄하라는 댓글들을 달아주고 이야기해 주다 보니까 지선님이 ‘무리하지않기록’ 기록 서랍을 만드셨어요. 이게 함께하는 리추얼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내가 그냥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조금 무리하고 있구나 하는 신호도 리추얼로 알아채시고 기록 리추얼의 변화를 만드신 것도 리추얼 덕분이죠. 그리고 메이트들의 반응을 보며 소통을 했기 때문에 매일 인증하며 나를 지켜보는 가까운 사람들이 해주는 말이니까 내가 너무 애끓듯이 회사 일 하는 것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겠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선님의 새로운 기록 서랍이 만들어졌을 때 지선님을 알던 모든 메이트들이 너무 축하해 줬어요. 

저희 메이트들은 어떻게 하면 덜 열심히 사는지를 모르는 분들이 모여 있는데 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리잖아요. 그 하루를 보내고 그냥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내가 하루를 수동적으로 흘러가듯이 살지 않고 능동적으로 하루를 들여다보게 하는 시간이어서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쌓이면 단단해지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신지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기록 리추얼은 ‘너무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서 흘러가는 하루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조금 덜 열심히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 파이팅을 내려놓고 싶거나 속도를 조금 느리게 조절하고 싶은 사람’ 들이 신청해서 함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소하)


소하 : 기록이라는 키워드 없이 '덜 열심히 무언가를 해보고 싶거나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느낌으로 신지 님 리추얼 방을 소개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기록’이라는 키워드가 무거운 느낌이 다소 있어서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지 : 맞아요, 원래 기록은 밀린 거 쓰는 재미예요. 밀린 일기 안 써본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도 5년 다이어리 몰아서 쓰기도 해요. 요즘은 여행 갈 때 안 들고 가요. 여행 때는 여행에 집중하고 돌아와서 다이어리를 쓰는 것도 재밌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리추얼을 시작하면 첫 주에 인증을 못하셔서 미안해하시며 둘째 주에 시작을 못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메이트님들께 자주 하는 말이 “여러분, 하찮게 시작하셔야 돼요. 선언미팅 때에는 과도한 목표를 잡으신 것이다. 자기 자신만큼 못 믿을 게 없어요. 그냥 진짜 시시하게 한 장 남긴다고 생각하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자신을 봐줄 수 있는 포인트를 얘기해 드리면 훨씬 편하게 참여하세요. 

기록은 성실함이 기본이어야 할 것 같지만 다른 리추얼에 비해서 가볍고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건 운동해서 몸이라도 건강해지고 콘텐츠 리뷰 이런 것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일상 기록이라 진짜 부담 없이 와도 되는 방이에요. 매일 인증이 어려우면 그냥 그날 사진 찍고 어디다 점 하나만 찍어두었다가 여유로운 주말에 내용을 수정하고 인증해도 되거든요. 

기록 리추얼에 진입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 뿐 아니라 리추얼이 궁금한데 시작하지 못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하찮게 시작합시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리추얼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말 매일매일 100%로 하지는 못하거든요. 프로작심삼일러이고 프로월요시작러라서 월요일이니 시작하기 좋은 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지속하기 어려울 때는 딱 3일만 해보자고 저를 다독여요. (소하)


소하 : 리추얼을 궁금해하시지만 선뜻 신청 못하는 분들이나 내향인이라 적극적이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세요? 

신지 : 얼마 전 북토크에서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나요. 소규모 북토크라서 8명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장소에 도착했더니 너무 조용하고 진지한 분위기라서 뒤돌아 나갈까 고민하셨데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서 앉아서 참여했더니 새로운 걸 해보니까 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꼭 1-2명씩은 문 앞에서 아, 이거 아닌 것 같다 돌아갈까? 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한 번 해보면 좋은 걸 아는데. 오늘처럼 비 너무 많이 올 때 진짜 나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오면 공기도 상쾌하고 빗소리도 좋고 하듯이 말이죠. 일단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냥 소하님이 간증하면 다 들어올 것 같아요. 치어리더 5명만 이야기 들어도 될 것 같아요. 밑미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소하 : 마지막으로 내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리추얼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신지 : 하루 한쪽 외면일기 리추얼이요. 메이커인 해서 님이 내향인이어서 할 수 있는 외면 일기 세팅도 잘해주시고 내향인들이 안으로 수렴하고 침잠하는 스타일인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서 기록하는 거죠. 저희 기록 리추얼도 사실 비슷해요. 밖에서 발견한 행복의 ㅎ을 포착해서 기록하는 것. 

저는 신지 님과 이야기하면서 ‘일단시작기록’을 처방받았어요. 요즘 미루고 있는 일들이 있다고 하니 추천해 주셨습니다. (소하)


밑미 김신지 메이커의 리추얼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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