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하 Apr 17. 2024

댓글을 남기면서 타인을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요

[인터뷰] 지용의 달리기 & 글쓰기 리추얼 이야기 

매달 한 명의 리추얼 메이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리추얼 치어리더 소하가 인터뷰어가 되어 매달 한 명의 메이트를 만납니다. 이번 달의 메이트는 15개월간 쉬지 않고 <달리기&글쓰기>리추얼을 하고 있는 지용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지용님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만나 볼까요? 

Q. 지용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회생활 10년 차이고 그중 3년은 외부에서 창업을 해본 지용입니다. 좋은 기회에 회사에서 창업을 투자하고 회사로 복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3년간 창업을 했었고 작년 6월에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고 회사 생활로 복귀한 직장인이에요. MBTI는 ESFP랑 ISFP가 거의 반반으로 나오는 사람이에요.


Q. E와 I가 반반이시군요, 저도 그래요! 반갑습니다. 밑미와 리추얼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밑미를 최초로 접한 것은 반려인이 최예슬 선생님의 요가 리추얼을 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어요. 그때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이 이상하셨어요?) 요가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요가 매트를 주는 것도 아닌데 5만 5천원이 너무 비싼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창업 활동을 하면서 리프레시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쯤에 달리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달리기 크루에 들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반려인이 밑미에도 달리기 리추얼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되었어요. 


Q. 아, 그래서 달리기 리추얼을 시작하신 거군요. 밑미에는 달리기 리추얼이 2개가 있는데 그 중 ‘달리기 & 글쓰기’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심리적이나 신체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면 활자를 찾아 막 그냥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는 것 같아요. 달리기에도 관심이 있는데 글쓰기까지 합쳐 있어 딱이겠다 싶어 신청했어요. 


Q. 달리기 & 글쓰기 리추얼을 2년 동안 하셨다고 들었어요. 

2년까지는 아니고 정확히 살펴보니 재작년 11월부터 했어요. 대략 15개월 정도를 쉬지 않고 했어요. 햇수로는 3년 차네요. 


Q. 햇수로 3년 차라고 들으니 정말 오래하신 느낌이에요. 달리기는 활발한 활동이고 글쓰기는 차분한 활동이라 안 어울리는 주제 같기도 해요.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해보시니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달리고 나면 그냥 남기는 것 없이 사라지는 것이 강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리추얼 메이커인 상민님이 달리기 마무리 5분, 10분 전에는 천천히 걸으면서 무엇을 기록해 볼까, 어떤 글을 써볼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고 얘기를 해주셨어요. 저도 달리고 쿨 다운을 하면서 집으로 걸어갈 때 항상 오늘 무엇을 쓸까 생각해요. 달리기에 관해서 뭐가 잘못되었던 것 같고 어떤 부분이 잘 된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쓰니까 달리기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져서 좋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써요. 그러면 머리 아팠던 것들도 좀 사라져요. 


Q. 지용님은 리추얼을 통해 달리기를 처음 하셨는데 스스로 느끼신 변화가 있으세요?

저는 취미가 없었어요. I (내향)성향이라서 그냥 집에 있었는데 반려인을 만나고 결혼을 하면서 같이 하게 된 활동이 많아요. 요가, 필라테스가 그런데 달리기는 전혀 하지 않다가 밑미를 통해 규칙적으로 하게 되었고 3km를 뛰고, 5km를 뛰고, 10km를 뛰다가 결국 작년 10월에 하프 마라톤인 21km 까지 뛰었어요. 이것 자체가 자존감을 높여주더라구요. 달리기라는 행위의 좋은 점이 이만큼 거리를 쉬지 않고 뛰었다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활동 중 하나더라고요. 하프 마라톤을 뛰면서 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는 것이 큰 성취에요. 마라톤 대회도 밑미 멤버들이랑 같이 갔어요.  


Q. 밑미 안에서 댓글이 길게 달리는 리추얼로 유명하더라구요. 처음에 익숙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당황스럽지는 않으셨어요?

초반에는 제 기록에 대해 남기는 것, 그 기록에 어떤 댓글이 남겨지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리추얼을 시작하고 3-4개월 되었을 때, 선언미팅에서 리추얼 메이커 상민님이 공유해주신 글귀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성공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타인의 성공을 돕는 경험도 좋은 경험이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해 주었어요.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고 공감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는지 함께 이해해 주고 기록을 남기는 활동 자체가 좋은 활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메이트들에게 많이 공감을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댓글을 다는 것이 즐거워요. 저도 달린 지 1년이 조금 넘어서 알고 있는 팁 같은 것을 공유하기도 하고 메이트의 복잡한 일상을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잘 남겨봐야겠다고 하는 것들이 다 즐거워요. 


서로 댓글을 잘 달아주고 다정하고 응원을 많이 해줘요. 메이커님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해요. 저는 우스갯소리로 밑미팀이 저희 리추얼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해요. 정말 댓글이 많이 달려요. 작년에는 송년회를 했는데 밑미팀에서 성수 그린랩이라는 공간을 빌려주기도 했어요. 송년회한 리추얼은 저희밖에 없을걸요? (웃음)


Q. 리추얼 분위기가 좋은 느낌이에요. 오래된 메이트가 많아 댓글이 잘 달리는 것인지 궁금해요. 

저보다도 오래된 메이트들이 있어요. 상민님이 리추얼 시작할 때부터 계속 같이한 메이트도 있고 메이트들이 거의 친구 같아요. 아마 이것도 유일할 것 같은데 리추얼 번개를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해요. (상민님이 주최하시나요?) 상민님이 거의 하시고 오래된 메이트 중에 성수에서 카페를 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분 카페가 아지트처럼 되었어요. 평일 8시에 각지에서 모여 성수, 안양천 같은 곳을 뛰고 카페에 돌아와서 맥주 한 잔씩 하고 집에 12시 넘어서 돌아가요. 약간 특이하죠. 사전 인터뷰 질문 주신 것에 오랫동안 리추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셨던 것과 연결돼요. 달리기라는 행위가 자존감을 올려주기도 하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랑 끈끈한 관계인 것 같아요. (번개에는 몇 명 정도 모여요?) 많이 오면 10명 이상 온 적도 있고 적게 오면 6-7명 정도인데 만나서 할 얘기가 많아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Q. 저도 리추얼 메이트들과는 인증글과 댓글로 이야기 나누면서 내적 친밀감이 높아지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반갑고 어색하지 않더라구요. 댓글을 많이 다는 리추얼이라 더욱 그럴 것 같아요.

맞아요. 리추얼 메이커인 상민님이 구심점이 되는 것이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이 리추얼에는 치어리더가 따로 없어요. 상민님이 혼자 하시고 주변에 있는 오래된 메이트들이 댓글을 잘 달아주니까 지속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침에 출근 후 루틴이 30분 정도 리추얼 인증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거예요. 제가 출근을 좀 일찍 해요. 원래 9시까지 출근인데 7시 40분까지 출근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요. 개인적인 시간 중 하나가 리추얼 댓글이에요. (댓글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네요) 리추얼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출근해서 인증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오늘 괜찮은 하루다, 재미있는 하루라고 느껴져요. 


Q. 리추얼을 통해 변화된 모습이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네요. 글쓰기나 댓글도 리추얼을 통해 처음 해보셨어요?.

네. 달리기도 그랬지만 글쓰기나 댓글은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없었어요. 신문 기사나 콘텐츠를 읽고 댓글을 다는 것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밑미에서 댓글을 남기면서 타인을 공감하는 방법을 계속 배워요. 내가 어떤 이야기를 남기면 저 사람에게 위로가 되겠구나 싶은 부분을 점점 배운다고 할까요? 이것이 가족들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살갑게 해야겠다고 연결돼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이런 공감을 하려 하는데 가족들에게는 어땠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바뀌었어요. 가족한테 조금 더 다정하게 직장 내에서도 팀원들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해야겠다. 창업 기간에 팀원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어요. 달리기를 하면서 신체적인 에너지도 채워지고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에너지가 생기면서 반려인과 활동을 활발하게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밑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죠. (이제는 돈이 아깝지 않으세요?) 맞아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Q. 달리기 리추얼 하나를 시작했는데 많은 것들이 바뀌신 것 같아요. 

맞아요. 밑미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에너지가 되고 저의 바운더리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경험하게 되어서 트레바리도 하게 되었어요. 트레바리를 할지 말지 고민을 엄청했는데 밑미의 경험이 좋아서 트레바리를 시작했고 재미있기도 하고 적극성도 생겼어요. 리추얼을 시작할 때 장난삼아 하프 마라톤을 뛰겠다고 했는데 진짜 하프를 뛰었고 작년 송년회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풀코스를 뛸 때까지 밑미를 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1년은 더 해야 할 거 같아요. 

(트레바리랑 밑미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트레바리는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4시간 정도 하지만 밑미는 온라인으로 매일 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연대라고 느껴지는데 끈끈해요. 밑미를 통해 배달의 민족 마케터, 오롤리데이 CS 직원, 틱톡에서 일하시는 분, 개인 카페를 하시는 분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재밌어요.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밑미를 했기 때문에 트레바리도 할 수 있었어요.


Q. 리추얼을 지속 하는데 어려운 순간은 없으셨어요? 창업 기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기간 동안 리추얼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창업 기간보다는 창업 기간이 끝나고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방황했었어요. 그때 번개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위로가 많이 되었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있을 때 성수에서 처음 모였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창업 기간에는 사람을 만나는 게 조금 피곤하고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사업과 아이템에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만나니까 피곤했지만 밑미 메이트들을 만날 때는 그냥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그리고 상민님을 비롯해서 취향이 뚜렷한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도 영감을 받아요. 상민님이 최근에 팥이 좋아서 인스타그램에 팥빵 관련한 부계정을 만들 거라고 했어요.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그렇게 뚜렷한 취향을 가진 메이트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며 저도 재미있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려 해요.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들이 좋아요.



 

Q. 오랜 기간 리추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메이트나 댓글이 있으세요? 너무 많으실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받은 댓글이 정말 많지만, 참미님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리추얼을 시작했을 때 그분도 5km, 10km 정도 뛰시는 분이었는데 1년간 계속 거리를 늘려서 작년 10월에 풀코스를 뛰었어요. 창원에서 서점을 하시는 여자분인데 1년에 3km, 4km 뛰던 사람이 풀코스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된 거예요. 실제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이 주는 영감이 커요. 나도 뛰어야겠다. 참미님이 힘들어하지만 성취를 경험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나도 풀코스를 뛰면 좋지 않을까 영감을 받아요. 

제가 댓글을 받아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제가 댓글을 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을 해주는 것도 좋아요. 밑미에 입사를 해야할거 같아요 ㅎㅎㅎ 



Q. 지용님이 소개하는 우리 리추얼

나의 리추얼 성공을 경험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넘쳐나는 곳이에요. 나는 달리기를 못해서 안 될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괜찮아요. 오래된 메이트님들도 1km, 1.5km 달리는 분들도 있고 많이 달리는 분들도 있어요. 리추얼이라는 행위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 해볼만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정말 훈훈해요. 



지용님을 인터뷰하며 리추얼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점이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작은 성취를 반복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리추얼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함께 리추얼을 한 메이트들과 소통하며 쌓은 공감과 응원이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리추얼을 통해 얻은 큰 배움인 것 같아요. 지용님처럼 자신의 바운더리를 너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이런 즐거움이 또 다른 작은 도전과 시도를 만드는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달리기 리추얼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지용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답니다. 밑미 레터 인터뷰로 변화한 메이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1열에서 듣는 특혜를 받는 소하였습니다. 메이트님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기다릴게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