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먼 훗날 우리> Review
<만약에 우리>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린 1차로 양고기를 실컷 먹었지만 음식 양이 부족했다. 대방어를 먹으며 배를 채웠지만 이야기가 부족했다. 2차로 끝을 낼 순 없었다. 3차로 문래에 있는 채윤희로 갔다. 양을 채웠고 못다 한 이야기를 채웠다. 술에 취한 우리 중 누군가가 영화 <만약에 우리>를 입 밖으로 꺼냈다. 모두 유튜브 쇼츠를 통해 만약에 우리를 알게 됐고 예고편을 봤다고 했다. 우리는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채워도 부족했던 것 같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우리였으나 각자 혼인 한 상태로 만난 부부상태였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의 줄거리상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기엔 애매했다. 하지만 콘텐츠가 부족한 우리는 이야기를 더 채워보고자 합의 하에 영화관으로 곧장 달려갔다. 이건 기막히게도 우연히 <만약에 우리>를 보게 된 과정을 나열한 것이다.
그렇게 올해의 영화가 될 것 같은 <만약에 우리>를 보게 됐다.
술에 취해 졸며 영화를 볼 줄 알았다. (대부분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글을 보겠지만...) 영화 내내 왠지 모를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니 사실 주르륵 계속 흘렀다. 와이프에게 들킬까 봐 더 처절하게 눈물을 감췄다. 하지만 영락없이 들켰다. 영화관에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그날 나는 3차까지 술을 먹었고 영화를 보면서 맥주까지 마셨다. 보통 때처럼 이렇게 먹었다면 택시를 타는 귀갓길에 폭풍 수면을 취했을 나였으나. <만약에 우리>에 나오는 구교환이 나 같았고 옛 추억들이 문가영 같다는 생각에 잠은 오지 않았다.
영화의 공학적인 얘기는 이렇다.
결혼이 아닌 연애의 3가지 법칙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3개의 법칙이 있다.
하나. 사랑은 후회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존재다.
둘. 사랑이 후회를 먹는다고 그 자양분을 모두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셋. 누구를 만나든 하나와 둘의 법칙은 계속 지지고 볶고 반복된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3가지 법칙들 아니었을까? 연애 때 사랑과 이별은 3가지 법칙 안에서만 움직인다. 파릇했던 시절 당신의 사랑은 달랐나요?
진짜 그랬나요?
사실 너무 슬프고 아려서 감정을 추스르고자 공학적인 얘기부터 시작했다. 영화 <만약에 우리>와 <먼 훗날 우리> 모두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면 옛 추억을 얘기할 게 많았단 얘기다. 요즘에도 적재의 by your side를 들으면 <만약에 우리> 지하철 장면이 떠올라 먹먹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 특히 평범하면서 진득한 연애를 하면서 살아온 30~40대는 그때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각자의 마음속을 헤집으며 본인과 본인의 의식&무의식이 함께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때의 나와 그때의 네가 각자 서로 얘기하며 그날을 떠올릴 수도 있다. 아마도 이렇게?... 내가 그때 저랬나? 아 나도 그랬어! 그때 그러지 말걸... 아니야 그래도 그랬을 거야.
이들이 다시 만난다면 좋을까 행복할까? 만나고 싶어! 아니야 만나도 결과는 똑같을 거야. 그래도 한 번쯤은! 아니야 추억으로 남기자.
조금 더 잘해줄걸 그랬나? 미안하다. 아니야! 너도 나한테 못한 거 많았어. 그래도 우리 서로 지금쯤은 미안해하고 있겠지.
연인을 사랑하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애증 하고...
그 모든 아련했던 추억을 한 영화에 담아 놨다. 영화는 사랑의 좋고 나쁨만을 얘기하진 않았다. 찬란했던 젊고 아련한 사랑과 추잡한 결말을 같이 스크린에 담았다. 남자와 여자의 본능적인 내용도 추잡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꼭 인간과 인간의 사랑 관계에만 연인이 존재하는가? 가족, 우정 등의 관계에서도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뿜어냈다. 인연과 인연 사이의 복잡함과 그 추억을 잔잔한 물결치는 파도에 담아놓은 영화다.
최애 장면인 지하철 장면을 섬네일로 한 영화 ost 플레이리스트 링크가 있어 공유해 본다.
<먼 훗날 우리>를 조금 설명하고 글을 끝내자면. <만약에 우리>는 <먼 훗날 우리>의 한국판 리메이크작이다. 중국의 춘절 귀성열차에서 만나 연인이 된 린젠칭과 팡 샤오샤오가 누추한 현실에 부딪혀 헤어지고. 10년 후 서로 성공해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하며 일어나는 일이다. 시놉시스는 전반적으로 <만약에 우리>랑 비슷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 관계의 중요성과 그 사랑의 깊이가 <만약에 우리>보단 더 좋았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구교환과 문가영의 연기가 더 처절하고 더 한국적이어서 먹먹하다. 그래서 아련하게 생각이 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