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리괘
이 글은 주역을 해설, 설명한 글이 아니라, 날마다 지혜를 구하는 마음으로 신의 뜻을 살피고, 스스로의 행동과 말에 허물이 없는지 경계하는 마음으로 기록하는 주역일기입니다.
맑은 물을 뜨고 기도올린 뒤, 몸을 평안히 하고 지혜를 구했다.
오늘 괘는 중화리괘다.
중화리괘는 상하가 모두 리괘다. 리는 불(화), 명(밝음, 일월지도, 진리), 부(붙는 것, 자리잡다), 려(태양)의 뜻으로 해석한다. 리는 려(자리잡을 이), 즉 어떤 것에 붙어있다는 것이다. 천지간의 만물은 어딘가 자리잡고 있다. 마음은 우리 몸에 자리잡고, 그 마음은 사람이나 물건에 붙어 작용을 나타낸다. 바둑두는 사람의 마음은 바둑돌에 붙어 묘수로 나타나고, 생각은 목소리에 붙어 말이 되고, 말은 쓰는 행위에 붙어 글로 드러난다. 그러게 말이다. 내 마음은 이렇게 브런치에 붙어 글로 남겨진다. 어려움에 빠지면 반드시 어디엔가 몸을 의지하고, 마음을 의지하고 보호받으려 한다. 나는 지금 어떠한가? 무엇에 매달려있는가.
서괘에 '감은 빠짐이니 빠지면 반드시 걸리는 바가 있으므로 리로서 받았으니, 리는 걸림이다.'고 하였다. 29번째 괘가 감괘이고, 이어서 리괘로 받는다. 무언가에 빠지면 반드시 걸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리괘는 태양이다. 상하괘 모두가 리괘로 밝고 밝다. 이 세상을 진리의 밝음으로 비춘다. '리는 곧으면 이롭고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는 말은 어떤 물건이나 일을 따르는 길은 어려울수록 반드시 정도를 굳게 지키고 암소처럼 유순한 덕을 기르는 것이 길하다는 의미이다.
친하게 붙어 따라가는 사람이나, 사람이 믿고 따라가는 도, 직업으로 삼아 붙어 있는 사업 등이 모두 리이다. 정도를 굳게 지킨 연후에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급함에 전략과 전술이라는 핑계로 부정한 방식으로 이기려하고 있지 않는가? 아마 이 점을 경계하란 뜻인가보다. 다른 괘에서는 '형이정'이라 적고 있는데, '내 몸과 마음이 붙어있는 것이 바른 것일 때에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뒤집어 '이정형'으로 되어 있다.
초구는 아침에 해가 밝아오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형국이다.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일어나는 이 때에는 삼가하고 조심하면 실패가 없다. 사업이나, 정치나 나를 다스림에 시작단계, 특히 아침은 가장 왕성한 때이다. 그럴수록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 조심이란 바른 마음이다. 떠오르는 밝은 해처럼 밝은 마음으로 삿된 생각을 태워버리고 하루를 시작함이 옳다. 려는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의 밝음이다. '신'은 '흰, 백'과 같다. 환한 밝음이다. 환국, 배달(밝은 땅), 조선(아침의 광명), 구려, 고려, 부여, 백제, 신라, 대한(천지의 광명이 인간 안에서 구현된 밝음)의 국명에서 보듯 우리 선조는 밝음과 광명을 숭상했던 민족이다. 생긴데로 살아야 한다. 밝은 대로 살아야지.
두번째 효, 육이는 한낮에 해가 중천에 떠올라 만물이 밝게 보이는 때이다. 그 모양을 누구나 밝게 볼 수 있고 사물의 도리가 환하게 드러난다. 육이를 황리라고 하는데, 황은 오행에서 중앙 토의 색이다. 천지의 중도를 얻었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회복해야할 지향해야할 본래 마음을 뜻한다. 부처의 마음, 십자가의 길, 여러 표현이 있는데, 천지와 하나된 중도심법, 즉 천지일심을 말한다. 서경에 '하늘의 뜻을 받들어 극을 세웠다'고 표현한다. 내 마음의 본래처인 천지와 하나된 심법을 얻어 인륜의 도리를 세웠다는 의미이다. 어느 지역, 종교, 경전에 그런 분들을 성자,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는 이유도 천지부모와 하나가 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구삼은 해가 기울어 지는 때다. 인생으로 보면 노인의 시기다. 이 때에 천명을 즐기지 못하고 초조하게 서두른다면 중덕을 갖지 못한다. 인간의 욕심은 나이가 들면 명예욕, 권력욕으로 드러난다. 젊었을 때는 정욕에 휘둘리고, 늙어서는 이름값을 세우려다 오히려 이름에 먹칠을 한다. 사람은 평생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하루를 밝게 시작하였다면, 하루를 마칠 때까지 그 밝고 바른 마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겠다. 비록 아침과 낮의 찬란한 광명은 아닐지라도, 그 밝음을 내면으로 갈무리 한다면 따뜻한 마음을 갖는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튼 아침에 첫단추를 잘 못 채우면, 야근이다!
상괘의 삼효는 후천을 의미한다. 상괘의 초효는 하루가 끝나고 다음 날의 새벽을 의미한다. 하나의 일이 끝나고 다시 시작할 때는 더욱 삼가하고 경계해야한다. 경고망동해선 안된다. 성급하게 했다가는 실패하고 불타고 죽어 버려지는 상이다.
육오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니 화가 다시 복으로 바뀌어 길하다. 몇번 성공했다고 기고만장하다가는 이 꼴이 나기 마련이지만, 이 또한 경험이고 내공이다. 문제는 이 때에도 조언을 듣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상구는 육오 성인이 상구를 등용하여 적을 정벌하도록 하는 상이다. 성인이 소인을 정벌하고 군자지도가 성하는 도덕적인 세계를 이룩하는 것이다. 삿된 마음, 소인을 몰아내고 도와 덕이 내 마음에 세상에 세워지는 것을 말한다.
주역은 한결같이 말한다. 길한 때에도 흉한 때에도 중도를 지켜나가라고, 한결같은 마음, 천지의 마음이 그대로 내 마음에 구현되도록 하라고. 그 마음이 토심이고, 밝고 밝은 마음이라고. 내가 오늘 흉하다면, 조언과 질책에 귀기울이고, 내가 오늘 길하다면 행여 경고망동하게 교만하게 행동하고 있지는 않는지 경계해야겠다.
형체가 없는 것은 형체가 있은 것에 매달려 드러난다. 내 마음은 어디에 매달려 있는가? 돈과 명예에 매달려 정도에서 벗어나려 하진 않는가? 초조할수록 정도를 지키는 것이 길하다. 오로지 내 마음은 밝은 태양처럼 환하게, 원형이정에 매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