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신우일신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느님과 선령님께 기도 올리며, 가르침을 구했다.
오늘 주역점은 택화혁괘澤火革가 나왔다.
혁革괘는 진리를 상징하는 수풍정괘水風井 다음에 오는 49번째 괘인데, '우물井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내부를 혁신한다'는 의미로서 정괘 다음에 위치한다. 혁革은 낡은 것을 버리고 잘못된 병폐는 제거하는 것이다.
『설문해자』에서 혁革은 십十이 3개라서 삼십년을 한세대로 간주한다고 하는데, 한 세대가 지나야 개혁이 완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인생살이 서른이 넘어서야 자신을 돌아보며 허물을 뉘우칠 수 있는 깜양이라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건국도 30년은 지나야 수성守成으로 돌아설 때가 오고, 창업회사도 2세대 3세대가 되면, 다음 30년을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지금 세상의 흐름은 더 빠르고 더 자주 변하고 있으니, 30년이 아니라 3년도 늦을지도 모른다.
생리적으로도 남자는 8수 변화로, 여자는 7수 변화로 생장의 시기를 지나 성숙의 시기로 넘어간다. 대략 서른 전후에 오행의 질량변화가 일어나, 오장육부의 성질이 반전이 일어난다. 외부로 향했던 생각을 내면으로 돌릴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젊음이 아닌, 인격이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얼굴을 결정한다. 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알았더라면..
명리심리학이란 호감가는 제목의 책이 있어 읽기 시작했는데, 오행의 설명에서 조금 모호하고 오인할만 한 곳이 있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런 점을 배제하면 참고할 만한 귀한 내용을 많이 담겨 있으니, 한 번쯤 교양으로 읽어볼 책이라 권해드리고 싶다.
운運이란 개인의 운이 있고 개인을 품은 나라의 운이 있으며, 나라를 안고 운행하는 천지의 운이 있다. 대개 명리는 개인의 운에서 그친다. 수많은 정치가가 기업이 바꾸고자 해도 어려웠던 정책과 사회구조를, 한 순간에 바꾸도록 밀어 붙이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은 개인의 운이나 나라의 운으로 해석하지 못한다. 이것은 천지의 운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나라의 운은 천지의 운이라는 큰 흐름에 작은 소용돌이에 비유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생사가 한 순간에 좌우되는 내전지역에 태어난 사람이나, 반상의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노비로 태어난 사람이라면, 아무리 사주가 좋아도 그 시대의 운, 나라의 운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전쟁과 전염병이 창궐하는 때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우리는 개인의 명리를 넘어 자연의 법칙과 삶의 의미를 크게 깨우치기 위해 깨어진 의식을 살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은 천지의 법칙을 운운하면 귀를 닫아버린다. 자신의 이야기로 개인의 이야기로 끌어와 풀어주어야 그나마 들어주기라도 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존재에 대한 질문은 명리나 심리학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긴 하나, 결국 나와 우리를 품고 둥글러가는 천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만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해서 우주론 공부가 모든 공부의 근본인 이유다. 그리고 오행은 우주론을 공부하는 기초다. 음양오행을 사주를 보는 정도의 학문으로 이해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彖에 "천지가 변혁해서 사시가 이뤄어진다 하며, 탕왕과 무왕은 혁명을 일으켜서 하늘에 따르고 사람에 응하니, 변혁의 그 때의 뜻은 크기도 하다"고 말한다. 혁명은 천지의 도를 따라야 순조롭다. 나라의 혁명이든, 조직의 혁신이든, 오늘 나의 작은 변화든. 내면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내 마음 본래자리를 회복하는 것이 혁革이다. 그러니 현실에서의 혁명은 어느 순간 때를 만나 등장하는 것일지 몰라도, 내면에서는 날마다 매순간 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괘의 부모괘인 건괘乾卦 상전象傳에 '자강불식自强不息'이란 말이 있다. 잠시도 쉬지 않는 하늘의 강인함, 매순간 순간 새로워지는 하늘의 마음이다. 이를 닮아 사람은 일일신우일신한다. 비록 잘 안될지라도 본래 사람에겐 그런 심성이 있다. 자식이 누굴 닮겠는가. 제 부모를 담지. 오늘 나의 지침이 되어 준 괘는 혁괘다. 아버지 하느님을 좀 닮으라는 질책 같다. 말만 번지르하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꾸지람 같다. 얼마 전 영면하신 김재홍 박사님께서 혁괘를 설명하실 때, '인간의 실존적인 삶이 혁이고, 각고의 노력이 혁'이라고 풀어주신 적이 있다.
오늘 내가 이렇게 피로하고, 풀어져있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것은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다. 오장육부의 질량변화와 더불어 신장의 수기와 간의 목기가 약해진 탓일 수도 있다. 내 사주에 본래 게을러지기 쉬운 오행을 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금 과도한 스트레스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커피를 뽑아 놓고, 글에 빠져 다 식혀버린 것도 이 상황도 나를 깨우려는 각고의 노력이고 혁의 발버둥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의 주인은 나 자신이니, 재국아, 부디 오늘도 화이팅하자, '혁革하자'.
이 글은 주역 괘를 통해 일일신 우일신하는 일기같은 저의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주역에 대한 풀이나, 해설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