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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Nov 28. 2023

지금 우리 사회는?!

작가 이우 인터뷰 마지막 편

https://youtu.be/2N0nABb30VY?feature=shared


오후 : 샤르트르와 하이데거의 차이점이 그것 같아요. 파랑새의 우화로 이야기를 하면 샤르트르는 실존적인 문제를 가지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끝없이 투쟁을 하면서 찾아갔다면, 반면에 하이데거는 그 파랑새를 찾는 게 결국 '내 안에 있어'라고 하면서 존재 문제에 천착을 한 거죠.

이우 :  동양적이네요


오후 :  맞아요. 하이데거라든가 비트겐슈타인 같은 경우에 신비주의자로 불리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 유럽에 미쳤던 동양 철학이라든가 동양 종교가 그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는가 짐작해요.

이우 : 맞아요! 그때는 서구철학의 한계를 좀 느꼈던 것 같고, 신화학이나 무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철학과 굉장히 많이 융합이 됐던 것 같아요. 칼 융의 무의식의 세계도 불교 철학에 영향을 받기도...


오후 : 작가님, 칼 융을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요. 소설에도 등장하고요.

이우 : 네! 칼 융을 굉장히 좋아했고, 저는 <인간과 무의식>이라는 책을 좋아하거든요. 여기도 있는데... 칼 융의 사상도 과학적으로 명증 하지 않고 신비주의적이에요.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이고 신화적이고, 깨달음의 영역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인간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오후 : 철학이든 종교든 과학이든 사실은 그게 인간이 가지는 눈이잖아요. 어느 한쪽에 매몰되어 있거나 '이것만 옳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과학, 철학, 영성을) 함께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우 : 그렇죠. 제가 칼 융을 좋아하는 이유도 자기의 이론을 설명하는데, 문학 자료도 많이 쓰고 성경, 신화 등등 굉장히 인문학적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오히려 칼 융의 연구가 문학적이고 더 인간적으로 보이더라고요. 더 와닿고. 왜냐하면 사례와 역사적인 사건들 그리고 신화적인 요소들 그런 것들을 많이 설명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와닿더라고요. 

모두 : 그만큼 더 어렵고요? 맞아요. 어려워요.


오후 : 소설 <레지스탕스>에 보면 '민재'가 그런 메시지를 자꾸 던져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우 : 좀 애늙은이 같은...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그런 친구죠!


오후 : 아! <서울 이데아>의 준서에게도 그렇고, <레지스탕스>의 기윤에게도 그렇고 뭔가 주인공을 이끌어주는 인물들이 있어요. 혹시 작가님의 삶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가요?

이우 :  저는 사실...  이거는 언제 한 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았는데. <서울이데아>의 주인공 준서 같은 경우는 어떤 영혼의 안내자랄까? 삶을 이끌어 주는 '생테스 아저씨'라는 존재가 있잖아요. 그리고 <레지스탕스> 같은 경우는 기윤을 이끌어 주는 '민재'라는 친구가 있고, 저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저를 확 이끌어 주는? 동경하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결핍을 소설 속에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소설 <레지스탕스>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인도자, 구도자 같은 존재가 '민재'였잖아요? 그때 당시에 저도 민재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그런 존재를 만들어 놓고! 문학가들이 좀 비슷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놓고 자기가 사상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니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라투스트라'라는 자기가 될 수 없는 어떤 현인을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문학가들은 보면 위대한 인물, 카잔차키스도 보면 '조르바'를 만들어놓았어요. 자기가 되기 힘든 인물, 현실에서 찾기도 힘든 인물이잖아요. 문학가들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어떤 욕망을 투영했던 것 같아요. 


오후 : 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 생테스 같은 아저씨, 멘토가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이우 : 생테스 아저씨, 너무 좋죠. 매력적인 존재이죠. 

생테스와 윤서 / 미드저니

오후 : 제가 처음 느꼈던 작가님의 인상은 '교포'인 줄 알았어요

이우 : 아 그래요?


오후 : 그건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건데, 하지만 오히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참 잘 어우러지는 거예요. 제가 가진 잘못된 인상이 오히려 소설 속에는 더 잘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제 인상이 왜 그랬을까요?

이우 : 제가 그렇게... 살았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제가, 인간실험을 했다고 얘기했었잖아요. 소속감을 다 버렸던, 부정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때 당시에 친구들과도 연락을 잘 안 했어요. 제가 20대 때 여행을 거의 29개 나라를 혼자 여행을 했거든요. 배낭만 가난하게 역에서도 자고 벤치에서도 자고 이러면서 좀 그렇게 여행하는 걸 되게 좋아하기도 했고, 한국에서 친구들이랑도 교류를 안 했어요. 어떤 사람들이랑 교류를 했냐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 친구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여기 뭐 어학당 다니는 친구들, 외국인 커뮤니티에 속해 있었어요. 아랍인들, 사우디 친구도 있고 폴란드 친구도 있고 프랑스 친구도 있고 그런 커뮤니티 속에서만 지냈어요. 한국에 살면서도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연락도 잘 안 하고, 이 친구들이랑만 섞여서


오후 : 이방인처럼?

이우 : 네! 이방인처럼, 그 친구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어요. 다들 불만이 있어서 온 친구들이거든요. 그 세계에서 만족 못한 사람들이 외국으로 가잖아요. 그런 친구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나를 찾기 위한 열정이라던가 이런 게 가득 찬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저도 그 속에서 어울리다 보니까 한국인이랑 전체성을 좀 부정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조금 그렇게 느끼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좀 해봐요.


오후 : 지금은 그게 작품 활동하는 굉장히 큰 에너지가 된 것 같아요. 

이우 : 오! 맞아요. <서울 이데아>에 그 친구들의 어떤 이야기들이 자양분으로 많이 들어가기도 했어요.


오후 : 지금 작가님께서 뭔가 새롭게 배운다거나, 아니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 뭔가 도전하고 있는 게 있나요?

이우 : 저는 요즘에 <서울 이데아> 출간이 끝나서 편집자로 지내고 있어요. 제 동료 작가인 류강호 소설가님의 장편소설을 편집자로 참여해서 출간을 하려고 하는데, 전 이 작품이 좀.. 재밌어요! 

제목이 <2029> 예요. 얼마 멀지 않은 미래죠. 5~6년 후의 미래! 저희가 얘기했던 것 중에 소설가는 좀 징후를 발견하는, 징후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존재라고 했잖아요. [문학서울]을 통해서 작가들과 만나면서 얘기를 자주 했던 것이, 조지 오엘의 <1984>가 완벽한 통제사회를 그리잖아요. 이 시대에도 완벽한 통제사회를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나? 이런 얘기를 저희가 했어요. 

오후 : 오~~(사이렌소리 아님) 

이우 : 팬데믹을 통해서 우리가 통제받는 것에 길들여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재난문자, QR코드 체크하는 것

이런 것들에 좀 익숙해졌고 우리가 어떤 국가 비상사태나, 이런 게 오면 통제가 잘 되는 시스템이... 모의 훈련이 전 인류적으로 한 번 된 게 아닌가!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통제 시스템이 거대 정부, 혹은 과두 권력에게 이양 됐을 경우, 단체나 어떤 권력이 집권했을 경우 악용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오후 : 또 다른 전체주의가 나타날 수도 있는?

이우 : 그렇죠. 예를 들어 가정을 한번 해보는, 소설가들끼리... CBDC의 도입, QR코드에 익숙해지고 이런 제반 기능들이 다 갖춰지면 소설 1984에서 표현된 것처럼 어떤 약물을 통해서 통제하고 어떤 의욕과 욕망을 통제하고. 이런 창의력을 통제하면 이제 완벽한 통제 사회가 가능할지도...,  오늘날 그런 제반 시설이 좀 갖춰지지 않았나,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류광호 소설가님의 <2029>은 포스트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어떤 초기의 현상을 담은 작품이에요. <1984>처럼 <2029>라는! 그래서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오후 : 예민한 촉을 세우고 (이 변화를 보았겠군요). 재밌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거죠? 정말 재밌겠습니다.

이우 : 하하 네, 시의성도 있을 것 같고. 저는 지금 우리 시대가, 어떤 세기말 징조를 보이지 않나? 이런 생각을 소설가로서 하고 있어요. 마약의 성행, 이런 것도 있지만 제가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까 한 국가의 말기, 그리고 왕조의 말기를 보면 가장 큰 현상이 법, 사법기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해요. 그러면서 사법기능을 대체할 어떤 조직이 나온다거나, 자경단이 나오기도 하고, 한국전쟁 시기에는 인민재판 이런 것도 있었잖아요. 그리고 중국에서도 인민재판이 성행했고, 프랑스혁명 때는 사법기능이 마비가 됐으니까, 자기네들끼리 처벌을 하는 거죠. 그래서 단두대도 세우고 자기네들끼리 처형하고 그랬죠. 저는 어떤 것을 요새 느끼냐 하면 우리 시대가

공론화라는 제도를 통해서 사람을 처벌하는 사회적 현상이 대두된 것 같더라고요. 아무나 재판대에 세우고

처벌을 하는데, 이게 사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는 사람마저 이렇게 단두대에 올려놓고, 심판대에 올려놓고

처벌을 하는 시대가 왔더라고요.


오후 : 광장 한가운데 세워놓고 돌 던지듯이?

이우 : 맞아요. 마녀사냥처럼 사건에 진위여부는 관계없이, 어떤 유흥거리로 그리고 사법제도를 자꾸 대신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디지털 탐정이나 유튜버에서도 한 사람을 표적 보도하는 사람도 많고 저는 이런 것들이 사법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도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사법제도가 깔끔하게 돌아가고 처벌을 잘못한 사람들이 받고 이러면 사람들이 이런 걸 안 하겠죠.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 않나?

게티이미지

오후 : 또는 법이 부패가 됐을 때도...

이우 : 그렇죠. 그래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 보면 법은 시대와 함께 재정의 돼야 된다고 하는데 법을 또 건드리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입법자들이 중요한 것 같은데, 입법자들이 사상가들이나 그런 사람들도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좀 어렵다 보니까 제가 말했던, 어떤 시대의 말기적 현상이지 않나! 그래서 그런 것들 속에서 마약도 성행하고 우리가 좀 가치관을 잃어가고 그래서 그런 것들에 주목하고 좀 그런 것들을 소설로 써보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 [문학서울]에서 작가들이랑 주제로 정한 게 '이상징후'거든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목격하지 못했던 '묻지 마 살인'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포착해서 써보자. 이런 취지로...


오후 :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나온 작품 하나하나가 되게 의미심장하고 화두를 던질 것 같아요. 빨리 보고 싶습니다.

이우 : 감사합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졌지만 소설가로서 이런 것들을 하고 있다 말씀드려요. 이런 선상에서 장편도 쓰고 있고 다음에 <오후의 책방>에서 또 소개드릴게요.


오후 : 마지막으로 <서울 이데아>를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이우 : 굳건하게 우리를 당겨주던 소속감, 전통적인 소속감이 와해된 시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를 지표면에.. 두 발 딛고 서게 해 줄 그런 소속감이 무엇인지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실존에 대한 문제, 정체성에 대한 문제, 그런 것들을 소속감을 통해서 저는 답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소설이 <서울 이데아>가 아닐까! 저는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같이 한 번 읽어보면서 한번 담론을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 또 이야깃거리를 이 소설을 통해서 만들면 또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후 : 저는 그럼 30대의 준서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우 : 알겠습니다.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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