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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r 06. 2024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https://youtu.be/hVe0Zv7SXbE?feature=shared

오후 : 오늘은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김선호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김선호 : 안녕하세요.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저자 김선호입니다. 지금 서울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 하고 있고요. 더불어서 교육 관련 저서 집필하고 또 학부모님들을 위한 강연하고 있고요. 교육 관련이 아닌 수도원 이야기로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좀 새로운 기분이 듭니다.      

오후 : 본명은 '야고보'이시고요, 수도명이 '가브리엘'이죠?      

김선호 : 자기 세례명을 그냥 수도명으로 쓰시는 분도 있고, 수도원마다 조금 규칙이 다른데, 보통 본인이 선택을 해요. 세례명 같은 경우도 부모님이 이렇게 지어주거나 또는 성직자분들이 이렇게 권유를 하시는데, '수도명'은 수도 생활을 하면서 서약할 때 '내가 내 이름을 갖고 싶다' 해서 본인이 보통 짓죠. 

 저 같은 경우는, 그런데 '야고보'라는 분이 (이미) 계셨어요. 이름이 겹치면 암암리에 바꾸라고 메시지를 줘요. 그러면 바꿔야죠. 그때 고민을 하다가 저는 '미카엘'로 하고 싶었어요. 천사들도 느낌이 좀 다른데, 대천사 미카엘은 좀 강해요. "누가 감히 건방지게 하느님을 함부로 불러?" 이런 느낌! 가브리엘은 조금 자상하고 그리고 메신저 역할처럼 다가가서 미래를 알려주죠. '예수님이 탄생하실 겁니다' 등등... 근데 저는, 그때 제가 이름을 갖고 싶어 할 때는 아직 한참 젊었고, 에너지도 좀 있고, 뭔가 좀 세상을 부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미카엘로 하고 싶은데, 미카엘이 또 누가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이제 가브리엘로 할까 했는데, 그래도 의미를 가져야 되잖아요. 보통 가톨릭에서는 가브리엘이라는 의미가 예언자적인 의미가 있고, 말씀드린 대로 메신저 역할,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해 주는 역할로 의미를 알고 있는데, 히브리어로 '가브리엘'이란 말 안에 두 번째 뜻이 뭐가 있냐면,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다'라는 뜻이 있어요. '어른이 되었다'라는 그런 의미가 '가브리엘'에 있어요. 그래서 그 문구를 보고, '아 괜찮다!' 이제 천방지축에서 나도 좀 사춘기 좀 지나가고 이제 어른이 됐다는 의미로 '가브리엘, 마음에 드네', 하고서 가브리엘로 정했어요. 그런 의미가 있어요. 

 수도원을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보면 '가브리엘'이란 이름이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지만, 저는 그냥 가브리엘이라고 대답을 해요. 그때 제가 선택한 이름이기 때문에! 이름을 다시 선택하는 건 다시 태어나는 거랑 마찬가지잖아요. 외부에서 물어보면 사례명 대신 가브리엘이라고 얘기해요.      

수태고지 / 레오나르도 다빈치

오후 :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처음 시작하실 때 "나는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수도원 아니든 밖에서든 변한 게 없다"라는 말로 책을 시작하셨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가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 아닐까? 또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짚어보는 작업이 아니었을까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작가님께는 이번 책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김선호 : 처음이 책을 쓴 것도 거의 10년 가까이 된 거 같아요. 그때 사실 (항해 출판사) 대표님과도 인연이 있었고, 그때가 40대 초반 정도였죠.      

오후 : 처음 기획하고 난 다음에 한 10년 정도 지나셨잖아요.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김선호 : 하하, 처음에 기획하고 그때 다른 출판사에서 한번 나왔었죠. 다른 제목으로 (젊은 수사의 자화상) 

오후 : 아! 제가 이해를 잘못했군요! 이 책은 그럼, 처음 나온 책이 아니라?     

김선호 : 이번 책은 개정판이에요. 그때 내용에서 조금 수정한 부분도 들어가 있고, 그때 나왔지만 아무도 몰라요. 지금 이제 때가 된 거 같아요. 

사실 어떤 구도자적인 그런 것보다 사회생활을 30대, 서른 하나에 시작했고, 40대가 된 시점이면 10년 정도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아직 수도원에서 지낸 시간보다는 좀 적은 시간이었고, 몸은 (수도원을) 나와 있는데, 내 무의식은 아직 수도원에 있는 걸로 알고 있구나,라는 걸 자각한 순간이 있었어요. 근데 그게 보통 우리가 군대 갔다 오면 한 2~3년은 군대 꿈을 꾸잖아요? 재입대하는 꿈 꾸고 그렇듯이 나는 이제 아이를 낳고, 학교 다니며 선생님을 하고 있는데, 꿈속에서는 수도원에 있다든가, 이제 그런 게... 그럴만하죠. 10년을 넘게 있었으니까. 그런 꿈을 안 꾸는 게 더 이상하죠. 꿈에서 깨어나고 '아! 내가 무의식은 아직도 수도원에 있는 걸로 아는구나!' 그러면 이 고리를 좀 끊어 줘야 될 때가 지금 됐다. 이게 '애도'를 못한 거죠.  '그 시기를  애도하지 못한 부분이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애도를 할까?‘

 그것이 글로, 보통 애도 작업 중에 하나가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그때 상황을 다시 회상하면서 글을 쓰면서 매듭을 지어주는 거죠. 그게 첫 출발점이었어요. 그때의 의미는 나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와의 이별인데, 수도생활은 지금도 하고 있죠 , 진리를 추구하니! 수도원 생활, '아직도 내가 수도원에 있구나'라고 하는 무의식한테 좀 찬물을 끼얹어 주려고 이 글을 쓴 거죠. 어느 정도 일단락은 됐고, 그 이후에 수도원 꿈을 잘 안 꿔요. 

오후 :  글 쓴 이후로요? 

김선호 : 책이 나오고, 글 쓴 이후로는 그 안에 남겨진 것이 된 거죠. 저한테는 이별의 의미예요. 그것도 하나의 성장 과정이죠. 이번에 《수도원에서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게, 대표님과 같이 논의해서 정해진 거지만, '어른'이라는 키워드가 그때 제가 이별을 준비한 과정 키워드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오후 : 책의 마지막 장에서 생애 한 번쯤은 오롯이 홀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길 권하셨어요. 책 전체에서 이 내용은 흐르고 있는데, 아까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벌써 하셨거든요. 책의 제목처럼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김선호 : 일단, 책의 마지막 장에 넣은 내용은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가톨릭에서는 그걸 '성소聖召'라고 하는데 '거룩한 부르심'이라고 표현을 해요. 이거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가 아니라 이제 어떻게 보면 선택받은, 그런 길, '부르심을 받은 사람'인데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단 목적으로 마지막 장에 넣었어요. 보통 망설이긴 해도 직접 뛰어드는 경우는 덜 하거든요. 들어와 봐서, (수도원 생활의) 맛이라도 보고 나가라는... 나가도 충분하다는, 그 안에 남아 있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일상이 있거든요, 그래서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뛰어들어 보라는 의미로 일단 마지막 장에 그걸 넣었고, 전반적인 내용 안에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걸 진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존재存在'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철학용어로는 '도道'를 추구하시는 분들 '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예전에 우리 선조들이 도道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했는데 저는 존재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고요, '진짜 있다'라는 그런 의미! 그런 것을 얻는 데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은 전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근데 그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게 대부분은 동굴 속에 들어가죠. 동굴 속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세상이지만, 다른 것들은 스쳐 지나가는 듯 스스로 '마음의 동굴'을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만들든지 간에 그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는데, 그 이유는 뭐냐면 제가 '존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진짜'로 있는 것과 '진짜처럼' 있는 것을 구분하려면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게 잘 보인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어느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은 게 있어요. 놀이공원에서 벤치 사진을 찍었어요. 놀이공원에 있는 벤치. 그런데 그걸 조리개를 계속 열어놓고 찍은 거죠. 그리고 결과를 찍힌 걸 작품으로 내놨는데 놀이공원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았다가 지나갔다가 거기 앉아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가,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남고 그냥 의자만 남아 있는 거예요. 결국에는 그 상황에서 진짜 있었던 건 '의자'만인 거죠. 이게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또는 그 작가가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이 작가도 뭔가 좀 오랫동안 물론 그 의자도 세월이 흐르면 사라지겠죠. 하지만 최대한, '존재하고 있는 걸' 찍고 싶었나 보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같은 거예요. 이렇게 혼자 있는다는 게 그 의자처럼 주변을 막 흘러 지나가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최대한 모습이 존재라는 비슷해지거든요. 우리가 한계라는 게 있잖아요. 이제 한계라는 것 안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육신이든 생명이든, 시간이든 공간이든, 한계라는 것 안에서 가만히 있을수록 존재란 가장 비슷하고 온전히 다 느낄 순 없겠지만 비슷한 형태에 있을 때 잠깐이라도, 찰나라고 할 수도 있고 순간이라도 그런 걸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올 확률이, 확률이 높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 의미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후 :  '어른이 된다'라는 표현을 제목에서도 있고 설명에도 몇 번 말씀하셨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김선호 : 일단 심리학에서 보면 어른은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고요. 보통은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에 어떤 저항들이 많이 오죠. 아니면 회피를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오고. 일단은 내가 지금 마주한 상황에 대해서 잘못한 거든 잘한 거든, 그냥 '기꺼이 책임을 지고 가겠다' 보통 아버님들이 '우리 가족을 이끌고 가겠다' 이것도 하나의 책임이잖아요. 근데 그것도 어른이 되는 거죠. 

 또 다른 차원에서 어른이라고 한다면 '나를 알아가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근데 정말 나를 아는 사람이 드물잖아요. '내 성격이 어때?'라고 할 때, 그 성격조차도 대부분 부모로부터 전수된 경우도 많고, 진짜 나가 아닌 경우도 있고, 내 감정조차 그 상황을 모르고 그 '나'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도움이 많고. 어떻게 보면 저는 나의 20대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나를 적는 작업을 다시 했잖아요. 그게 이제 이 책으로 나왔고 그러면 보내 주는 건 뭐냐면, '나로 알았던 것'들 그리고 나인지 몰랐으나, 조금씩 알게 된 것들은 남겨 놓고 그게 거기에 멈춰 있지 않고, 또 성장하는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이렇게 캐치해 가면서 그러한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30대는 지나고 40대쯤 되면서 해야 작업이 더 잘 들어가 지는 것 같아요. 제 경험상으로는 그렇고 또 융 심리학이든 정신분석, 프로이트 쪽이든 어느 정도 누적된 것이 있고 그걸 바라보는 시기가 거의 마흔, 그래서 '삶의 중간 항로'라고- 아까 사모님께 주신다던 책, 그 책도 '삶의 중간항로'를 다루는데, 그 시기가 적절한 거 같아요. 그래서 그때쯤 돼서, 혼자 있는 시간 갖고 되돌아보고, 아파하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고 물론 이게 한순간에 되지는 않고 꾸준히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수도원에서 도움이 됐던 게 뭐냐면 그런 작업을 계속 시켜요. 수도원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기도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수도원마다 달라요. 관상 수도원이 있고 활동 수도원이 있고,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활동 수도회이기 때문에 외부 활동을 많이 한다 말이에요. 책 내용도 거의 다 외부활동하는 내용이에요. 주기적으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보내요.

 이걸 가톨릭에서 일반 신자들도 해요.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어려워요. 혼자 있는 게, 잘 안돼요. 자꾸 자고 싶고 뭐 자고 쉬는 것도 충분한데… 그래서 훈련이 필요해요. 그 과정을 수도원에서는 꾸준히 시키면서 같이도 하고 그러면서 누구는 리더의 역할을 하거나 누구는 보조 역할을 해주면서 방향을 잡아 나가죠. 종신서약 할 때쯤 되면 혼자서 그 상황을 할 수 있는 여력들이 생겨요. 쉽지는 않아요 (그렇겠습니다) 수도원에서는 도움을 많아요. 저는 그걸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혼자서도 그런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차곡차곡 저도 모르는 사이에 쌓였죠.     

오후 : 수도원 생활 중에서도 그렇게 특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수도원 생활을 안 하신 분들도 '그 시간은 굉장히 부럽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선호 : 그걸 이제 피정이라고 하고요. 이제... 일반 신자들도 '피정의 집'이라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프로그램화된 피정을 하죠. 왜냐하면 혼자서 스님들도 면벽하듯이 여기 들어가서 혼자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가톨릭 안에서도 혼자서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아서 그냥 혼자 단번에 하라고는 저도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조금씩 조금씩) 이게 근데 꼭 신앙 차원이 아니라 요즘에는 정신분석이나 수련하는 과정 안에서도 그런 걸 많이 권장하고 프로그램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거기서 이제 차곡차곡 밟아 나가시면서 중요한 건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오후 : 선생님께서는 수도 생활을 20대에 하게 되셨고...     

김선호 :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10대 후반,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들어갔으니까요. 1월 달에 들어오라고 했기 때문에, 보통 2월 달에 졸업식이잖아요? 고3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했는데, 안 보내주더라고요.   

   

오후 : 20대 전체를 수도원 생활로 보내셨고, 또 아까 칼용에 대한 말씀도 잠깐 언급하셨지만 보통 중년 되면 '중년의 사춘기'라든가 인생의 가치관이 다 무너지거나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이 이것인가, 묻는 시기가 있잖아요 가급적이면 우리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도 있듯이 저희가 10대 때 누구에게나 원하기만 하면 이런 시기를 좀 가질 수 있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아이들은 늘 경쟁이라든가 성적, 이런 것에 내몰리잖아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부모로서 또 우리 사회가 이런 홀로 있는 시간, 자신을 오로지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런 시간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김선호 : 교육 쪽으로 물어보셨으니까, 교육 쪽으로 답변을 드리면 발달시기 상 맞진 않아요. 그게 우리가 좀... 애늙은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아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들거나 수업 중에 너무 일찍 철든 아이들을 보면 사실 저는 걱정이 들어요. 이게 지금 자기 때 할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도 지금 만약에 10대 후반이든 20대든 더 일찍이면 초등 사춘기든 그 시기를 견딜 여력이 없어요. 아마 바로 스마트폰 열고 게임으로 들어갈 거예요. (오후 : 맞아요) 그런데 저는 방식을 어떤 식으로 하냐면 초등 아이들한테 명상을 하게 해요. 하루에 한 번씩 딱 1분만 시켜요. 1분 명상 학기 초에는 제가 알려주고, 숨 쉬는 방법을 알려주고, 종교적인 게 아니에요. 그냥 말 그대로 명상! 길게 해도 5분을 넘기진 않아요. 그럼 이제 1년 끝나갈 때쯤 돼서 아이들이 명상을 좀 하는구나 하면, 그때 하지 넘기지 않는 이유가 뭐냐면 1분만 해도 어른들 그 이상의 효과가 나와요. 길게 한다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어른들은 한 30분 40분 앉아야 뭔가 떠오르는 생각을 이제야 좀... 허리가 아프다 하면서 생각을... 허리가 아픈 게 그 덕분에 딴생각 안 하고 거기 하나에 집중하면 명상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이들은 말하는 대로 그냥 해요. '숨 쉬는 것만 집중해' 그러면 진짜 숨 쉬는 것만 딱 집중해요. 그래서 1분만 해도 깊이 있게 들어갔다 나오거든요. 그것만 가끔씩 하게 해도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러한 그 맛을 잠깐만 봐도 나중에 본인 시기가 오면, 혼자 있는 곳에 들어가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졌던 그 숨쉬기를 하면서 가만히 있고,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제가 10대든 20대든 오히려 그때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몰입, 하나의 몰입하는 시간 자신에게 맞는 부분에 몰입하다 보면 몰입하는 걸 남겨 놓고 다른 건 잊잖아요? 그것도 명상이랑 같은 거예요. 하나만 쥐고 가는 거 그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는 게 아이들한테는 청소년이나 10대한테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부분 몰입 시간을 못 가져요. 왜냐면 수능 준비를 해야 돼요. 내신 준비를 해야 돼요. 그나마 저항을 해서 몰입하는 아이들이 있죠.       

오후 : 게임요?      

김선호 : 아뇨. 그러니까... 게임은 어떻게 보면 몰입이 아니라 회피나 마찬가지인데 제가 말씀드린 '저항을 한다'는 의미는 여기서는 긍정적 의미의 저항인 거예요. '진짜 나 여기에 몰입하고 싶어!' 해서 요즘에 자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요. 고등학생에서도 자퇴하거나 그냥 대학 필요 없다는 얘기 하면서 뭐 고등학생 중에도 저 유튜브를 봤는데 혼자 세계 여행하는 아이가 있더라고요. 근데 많은 고등학생들이 그걸 봐요. 대리만족처럼 그 아이는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 몰입해 가고 있는 거죠. 그 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몰입하면서 부딪치고, 실수하고, 힘든 과정도 거치겠지만... 

 우리 딸아이도 학교에만 집중하다가 갑자기 표지 디자인이라는 게 들어와서 거기에 몰입하는 과정, 힘든 과정을 거쳤어요. 저는 이것도 같은 과정이에요. 잠시 다른 걸 잊고, 작품에만 집중했잖아요?  

 마찬가지로 그래서 아이들이 저학년까지는 초등 시기까지 몰입이 그렇게 필요는 없어요. 몰입보단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게 중요해요. 많은 체험을 하면서 만나야 내가 무언가에 몰입할지를 건지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만 가도 이미 만난 부분들이 있고, 몰입할 것들을 본인이 어느 정도 알아요. 아니면 무의식은 알지만, 이미 입시라는 게 너무 그것부터 우선 해야 되기 때문에 그냥 모르는 채로 잊어버리는 상황인데 그 시간이 너무 안타깝죠.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혼자 있는 시기 보단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좋다. 명상을 하게 한다면 1분만 해도 충분하고 몰입도가 어른들보다 훨씬 좋아요.

오후 : 제가 돌아가서 잘...      



에필로그(영상에는 없습니다)

오후 : 표지 디자인을 따님이 직접 그렸다고 들었어요. 책 표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김선호 : 딸이 예고에 다니거든요.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출판사 대표님이) 혹시 딸이 그림을 그려 줄 수 있느냐고 말씀을 해주셔서, 딸에게 물어봤어요, 지금 예고 생활이 좀 바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될까 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에 요청이 들어오기를 스테인드글라스 분위기의 느낌을 내달라고 요청받아서 가운데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갔고요. 주변에 고래랑 바다의 물결 떠 있는 부분은 자유로운 영혼을 뜻한다고 해요. 안에 보면 장미 밑에 이렇게 매듭 같은 게 있어요. 이게 수도원의 서약하는 끈을 의미하는 그런 내용이에요. 서약 끈도, 출판사 대표님이 주문을 주셨던 것 같아요. 스테인드글라스랑 서약의 의미를 담기도록 해달라고 해서 이걸 최대한 첨부했던 기억이 나요. 디자인 작가의 의도는 <항해 출판사>의 항해라는 의미도 들어가고 바다 안에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 안이 어떻게 보면 수도원 세상일 거고, 그 밖은 우리가 아는 세상 그런 의미가 들어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오후 : 범상치 않은 솜씨입니다. 저는 처음 출판사로부터 메일이 왔을 때 표지를 보고, 뭐라고 답변을 드렸냐면, 마치 바닷속 아주 깊은 심연에서 핀 꽃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구도 생활에 대한 이야기니까, 너무 잘 어울리는 표지가 아닌가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듣고 보니까 많은 상징이 담긴 것 같아요. 아버지로서 굉장히 기쁘셨겠습니다.     

김선호 : 네 맞아요. 이게 한 번의 컨택된 게 아니고 이거 외에도 몇 장이 더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해요. 딸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때 뿌듯했던 거 같아요. 완성작보다 아이가 자꾸 고민하고 또 했던 거 다시 치우고 다시 시작하고 힘들어하는 과정을 보는 게, 이게 성장 과정이잖아요 그 과정을 해내고 있구나! 그때 기뻤던 느낌이 있어요.     

오후 : 선생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히 많은 의미를 주시는 것 같아요. 

2부에서 다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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