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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y 05. 2024

숫돌

손이 미끄러져 접시 한 모퉁이가 깨져나갔다. 그대로 사용하다간 손이 베일게 뻔하다. 버려야 하나 고심하는데 숫돌이 눈에 들아왔다. 날카롭게 깨진 부분을 갈았다. 한참을 다듬다 검은 숫돌물을 씻겨냈다. 눈을 감고 손끝으로 깨진 면을 쓰윽 문지르니 제법 힘주어 만져도 탈없이 쓸만했다.


사람도 이와 같을까?

본래부터 날카롭지는 않았던 사람일 텐데

깨진 곳도 다듬으면 둥글러 질지도 모를 텐데

이 고심은 품어내지 못한 내 좁은 마음에 대한

미련일까, 후회일까…


“보기 싫다. 버려라.

본래 그릇 깨진 건 안 쓰는 법이다.”

어머니께서 툭 던진 말에

마음이 가벼운 듯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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