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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동료 Jun 26. 2022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 (1)

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6


2022년 2월, 3년간 몸담은 사랑하는 회사를 뒤로하고 설립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시리즈물로 퇴사의 이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경험한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해서 써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여섯번째 이야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옮겨오고 난 후, 전 회사 동료들과 만나게 되면, 동료들은 나에게 "스타트업에 가면 뭐가 대기업과 가장 다르냐?" 를 궁금해했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을 스타트업에서 보내게 될 예정이라 향후 시간이 지나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점도 있을것 같다. 지금의 글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넘어온지 약 2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느끼는 두 형태의 회사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다.  


1. 사람이 곧 시스템

대기업에서 업무를 할 때면 당연한 것들이 있었다. 휴가를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 회사 지원자들을 인터뷰 할 때 제공되는 회사의 가이드, 분기별 목표 세일즈 수치가 잘 못 나왔을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이트, 제품에 오류가 있을 때 신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모든 것이 당연하던 그 때는 몰랐다. "시스템"이라 불렀던 모든 것이 사실은 회사 누군가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수많은 피드백을 거쳐 현 시점에서 최선의 상태를 구축해 놓은 회사의 절차와 도구들이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그 시스템이라는 정체였다.  


구직할 때 멋도 모르고 친구들과 가고싶은 회사들을 이야기하며 "XX 회사는 시스템이 좋다더라"라는 카더라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대기업들의 시스템을 몸소 거쳐보고, 그 당연한 것이 없는 스타트업에 와보니, 좋은 시스템이란 단순히 어떠한 경영 정보 시스템 (MIS)도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프로그램도 아닌, 직원들이 긴 시간동안 고민하여 만들어 놓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스타트업에 오니 그런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없었다.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 워낙에 초기 단계이다보니, 누군가가 절차와 도구들을 고민해서 구축하기 보다는 우선 하는 것이 급하고, 공유할 사람이 많지도 않거니와, 시스템을 만들기 보다는 서로 말 한마디로 공유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말 그대로 사람이 곧 시스템이다. 


생산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자동 경고 시스템을 가진 곳이 대기업이었다면, 사람이 일일히 챙겨야 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어쩌면 대기업보다 인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이 요구되고 그 역할을 해내야 하는 곳이 스타트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2. 사격 자세 vs. 실전 사격

스타트업에 다니다보니, 친한 형이 예전에 회사를 다니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마치 사격자세를 배우는 것과 실전 사격을 익히는 것의 차이라고 했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실제로 스타트업 환경에서 일을 해보니 그 비유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를 나타내는 적절한 비유는 없는 것 같다.  


사격 자세를 잘 익혀두면 실전에서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총을 적에게 실제로 쏘는 것은 완전 다른 차원의 것이다. 나도 좋은 회사들에서 잘 훈련받았다고 자부했기에 실제로 쏘는 것은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나와보니, 내가 실제로 총을 쏴본 경험, 특히나 야생이라는 환경에서 총을 쏴본 경험이 적음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다.  


대기업에서 마케팅과 영업이라는 영역에서 일을 했지만, 실제로 실행 단의 영역은 에이전시 파트너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보니, 마케터라면서 실제로 네이버 검색 광고나 유튜브 광고도 한 번 '직접' 세팅해서 집행해 본 적이 없었다. 매번 네이버 광고는 이렇게, 유튜브 광고는 저렇게 집행해달라고 가이드만 전달하고, 에이전시가 가져오는 성과를 리뷰하는 것이나 할 줄 알았지, 직접 해본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실제로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 내가 지금까지 배웠던 것은 적을 섬멸하는 실전형 기술이 아니라, 적이 있다고 가정하고 연습하는 비실전형 기술이었던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래도 다행히 대기업에서 배운 것들이 스타트업에서 전혀 쓸모없지 않았다. 기존에 배우고 익혔던 자세들을 기억하며 실전 환경에 맞춰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익혔던 업무 방법 또한 누군가의 고민과 시간이 반영된 것이기에, 실전에서 완전히 빗나가는 기술은 아니었다. 


스타트업에 갓 조인하고 야생의 환경에 당황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기존에 대기업에서 익혔던 시스템적인 업무 스타일과, 실전에서 몸소 익히는 스타일을 결합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기존의 성공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해서 어색하기도 하고 고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사업을 커리어의 지향점으로 삼고있는 나에게 30대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야생의 환경으로 뛰쳐나온 결정을 한 것은 참으로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야생 필승 사격법을 익히는 그 날 까지 정진, 또 정진이다. 


외국계 기업 취업, 사회 초년생의 이직, 면접 팁 등 다양한 직장인, 사회 초년생, 취준생들을 위해 컨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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