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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동료 Jun 19. 2022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

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5

2022년 2월, 3년간 몸담은 사랑하는 회사를 뒤로하고 설립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시리즈물로 퇴사의 이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경험한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해서 써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이야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입니다.
= 저... 퇴사해요
+ 헉... XX님, 너무 슬프지만 축하드려요!
= 감사합니다. 그동안 같이 일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어요
+ 별말씀을요. 저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퇴사하시고 어디로가세요?
= 이제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 우와.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주변인들에게 퇴사를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퇴사후 어디로 가세요?" 였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작은 스타트업으로 간다고 하면, 왜 많은 옵션 중에서 (1) 스타트업인지, 그 중에서도 (2) 왜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인지를 궁금해했다. 본 글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왜 초창기 스타트업인가?

요즘에야 스타트업이 워낙 핫해졌기 때문에 굳이 왜 스타트업인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대기업의 경직된 문화가 아니라 젊고 수평적인 문화, 성공시 수령할 수 있는 스톡옵션 등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고 그 때문에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 (시리즈A 투자를 받기 전 단계)의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창업을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

무엇보다 창업을 배우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나의 꿈은 나의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인데, 초창기 회사에 합류하면 창업의 과정과 고민을 함께하며 창업 그 자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로 창업을 하는 옵션도 있었겠지만, 당장에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을 할지가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창업과 가장 가깝고 유사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1) 사는 곳을 바꾸거나, (2) 주변 사람을 바꾸거나, (3) 쓰는 시간을 바꾸는 세가지 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외국계 기업에서 초창기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주변 사람과, 쓰는 시간을 통째로 변화시키는 결정이었다.  


(1) 주변 사람의 변화

실제로 그 변화를 통해 내 주변은 안정지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에서, 모험 지향적인 사람들로 변화되었다. 확실하지 않은 환경에서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기존의 안정을 추구하던 나의 사고의 관성을 깨어나가고 있다. 새로 합류한 회사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상대하는 일이 잦은데, 아직 회사 규모가 작다보니 파트너로부터 환대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면 환대해주는 다른 파트너를 찾거나, 해당 파트너와의 관계를 상사에게 레포팅해서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 그렇게 해도 회사는 잘 돌아갔고, 아쉽지 않았기에 절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초창기 스타트업에게는 전혀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 하나를 잃는 것이 사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에, 모두가 절박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나도 직면하는 어려움 앞에서 피하기보다는 돌파하는 마인드를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일례로, 실제로 까다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게 되었을 때 불편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반대로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어려움을 우리의 경쟁사들도 똑같이 마주할 것이라 생각하니, 우리가 이것을 뚫어내면 역으로 경쟁사들 대비 경쟁우위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함께하는 주변 동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며 배웠다. 주변 동료들이 미팅에 가서 어떻게 어려움을 돌파해내는지, 어떤 마인드셋으로 일하는지를 보면서 자극받은 덕분이었다.  


진취적인 동료들을 통해 진취적으로 변화해가는 나를 보며,
주변의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진실로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2) 쓰는 시간의 변화

외국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넘어오니 하루에 쓰는 시간도 달라졌다. 일단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미팅이 줄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팅 또한 일의 연장선이지만, 어느 회사든지 미팅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은 사람이 많고 팀이 많으니 서로 조율할 것도 많고, KPI도 팀마다 개인마다 다양해서 누가 일을 할지를 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일을 하기 전에 매니저와 업무 우선순위 조율도 마쳐야하고, 마치고서는 얼마나 그 일이 잘 되었는지 전체 팀에 "셀링"하는데에도 시간을 써야만 한다. 사람이 많으니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임팩트를 냈는지를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도 대기업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다. 요리를 잘 할 뿐만 아니라 보기 좋게 차리는 것도 중요한 것 처럼. 


그러나 초창기 스타트업은 그럴 시간도, 필요도 없다. 팀이 워낙 작으니 (지금 내가 속한 회사는 10명이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거의 다 알기 때문에 서로 업무에 대해 셀링할 필요가 없고, 누가할지 조율하는데에 시간을 쓰기보다 우선 조금이라도 잘 알거나 고민을 해 본 사람이 실행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미루고자 하는 마인드나 셀링이 잘 되지 않는 일을 피하는 마인드보다는 우선 해보자는 마인드로 일하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조직은 비대해지면 비효율이 생기기 마련이니 내가 있는 조직도 이러한 문화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작은 조직에 속해서 일을 할 때만 가질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마인드셋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어느덧 퇴사를하고 1달이 넘게 지났다. 얼마 전 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어 전 회사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동료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나가니까 어때요?" 였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되게끔 만들어가는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고, 그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당분간 퇴사를 주제로 계속적으로 글을 작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퇴사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영상은 퇴사와 관련한 퇴사의 이유가 담긴 영상입니다. 퇴사의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53Gp73B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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