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B컷 #021
일을 하다 보면 사고는 언제나 일어난다.
10여 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사고들만 다 나열해도 책 한 권은 족히 채울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행사에서 발생한 돌발적인 상황, 급한 화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 제품을 보관하던 냉장창고의 온도계 이상으로 꽁꽁 얼어버린 내용물을 직접 확인했을 때 그 황당함. 제 아무리 잘 준비하고 또 준비해도, 사고란 놈은 어쩜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만 골라서 나타나는지.
사고로 인해 벌어진 틈에 잘못 빠져들게 되면, 준비와 노력보단 요행만을 기대하는 '자조적인 운명론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고가 벌어진 그 순간엔 눈 앞에 아득하겠지만, 우리는 눈 앞에 벌어진 사고가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사고 덕분에 ‘이런 상황도 발생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얻기도 하며, 한 두 단계 더 들어간 생각과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다져진 체력과 멘털 덕분에 다음번엔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가끔은 뒤집기도 가능한 기회를 잡기도 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 좋겠지만, 삶이 언제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이미 벌어진 건 지나간 일로 생각하고,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습하고 그 속에서 뭔갈 끄집어낼 수 있어야 사고를 그저 사고로 남겨두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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