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 장규일 May 08. 2022

장발 남자로 살아가기(7)

장발 일기 #007

... 말이 나온 김에 올해 핼러윈에 원터 솔저 코스프레를 한 번 해볼까? (장발 일기 #006 편에 이어)




노는 만큼 성공한다, 에디톨로지로 유명한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님의 책 중에 [남자의 물건]이란 책이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는데, 그 이유는 '더 이상 설렐 물건이나 대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이나 20대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두려움만큼 설렘도 컸으나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재미도 없어지고, 딱히 기억할 것도 없어지면서 체감하는 시간의 빠르기 역시 나날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은 최소한 자신의 욕망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고 말한다.

남자에 대한 독특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했던 김정운 교수


책에 등장하는 여러 남자들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나는 저자 김정운 교수의 만년필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는 만년필에서 아버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신의 몸부림을 만났고, 아들과의 갈등과 화해 역시 만년필을 통해 경험했다. 책에 관련된 여러 인터뷰에서도 그는 노트와 만년필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데 특히 그에게 볼펜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지조 없는 대상이며, 사용자의 필기 습관에 따라 길들여지는 만년필이야 말로 진정한 쓸 것이라는 찬양을 퍼붓는다. 그는 또한 50이 넘는 세월을 돌이켜보니 정말 말 그대로 어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더란 자조 섞인 깨달음을 얻는데, 저렴한 것부터 수백을 호가하는 만년필에 이르기까지 만년필만큼은 그에게 있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신의 결핍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만년필은 내겐 언제나 까다롭다.

머리를 기르면서 주변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왜 머리를 기르는가'이다. 그럴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살면서 내 맘대로 되는 게 점점 줄어드는데, 이젠 내 머리 기르는 거 말고는 없더라. 그래서 기른다.'는 답을 하곤 한다. 이번 일기를 적으면서 앞선 김정운 교수의 책과 인터뷰를 다시금 찾아봤는데, 내 마음속 어떤 결핍에 대한 반항이 장발로 나타난 건 아닌까 싶더라. 내 맘대로 되는 게 머리 기르는 거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때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거라도 하나 있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대상이나 물건에 집착하나요?


#장발남자로살아가기 #남자머리 #장발

매거진의 이전글 장발 남자로 살아가기(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