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디제이 No.19 DJ Fishbubble a.k.a 박상훈
#퇴근후디제잉 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 디제이들을 응원하는 Point01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다양한 직장, 직업을 가진 #직장인디제이 분들의 퇴근 후 디제잉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영상과 음악의 결합, 단순히 말로만 설명해도 뭔가 오감을 자극하는 그런 느낌이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 만나볼 분은 음악과 영상을 뒤섞어 본인만의 작업물을 만들어내며, 본인의 하루하루를 알차게 채워가는 사업가 디제이다. 혹시라도 VJing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상훈님의 인터뷰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Point01(이하 P):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상훈(이하 박):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하게 돼서 되게 쑥스럽네요.
P: 아닙니다.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ㅎㅎ 상훈님 지금 하는 일을 설명해주신 다면요?
박: 네, 저는 영상제작, 모션 그래픽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이나 패션쇼를 하면 뒤에 큰 전광판에 영상 나오는 거 보신 적 있으시죠? 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는 영상을 만드는, 비주얼 라이징을 하고 있습니다.
P: 회사에 소속된 게 아니라...
박: 제 개인 회사를 차려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고 회사에 있다가 나와서 하게 되었습니다.
P: 오! 처음에 어떻게 음악을 하시게 되었나요?
박: 전에 중고등학교 때, Kwork이 처음 나왔을 때, 재미를 느껴서 독학으로 가지고 놀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어요. 제가 컴퓨터 쪽을 전공했는데, 대학교 수업 중 그래픽스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제 스스로 거기 관심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좀 더 해보고 싶어서 졸업하자마자 바로 광고 회사에 들어가서 FD 생활을 2년 정도 했죠. 그리고 편집 PD가 돼서 일을 하던 와중에, 광고에 음악을 넣어야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기존의 음악을 넣을 경우 저작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짧은 클립의 음악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P: 직접 다 작업을 하신 거 군요.
박: 네, 그런 개별적인 작업들의 양이 쌓이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더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주변에 광고하시는 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광고 음악, 로고송 등의 작업을 맡게 되고 종종하게 되었어요. 회사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작업을 했던 게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P: 본업이 바뀔 정도였네요 ㅎㅎ 그러면 전자 음악 쪽으로 넘어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다면요?
박: 전자 음악은 만들어 본 적은 없었는데, 이아라 리의 <모듈레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보고 너무 충격을 받고, 조금씩 작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주변 지인들 중에 음악가, 디제이 들이 있어서 종종 남들 앞에서 제 작업물을 보여주고 이러면서 짜릿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익스페리멘탈 계열로 넘어가게 된 거 같아요.
P: 그러면 본인의 주 장르가?
박: 지금은 익스페리멘탈, 테크노 쪽을 만들고 있고, 디제잉하는 건은 테크노나 딥 하우스 쪽으로 하고 있어요.
P: 회사 생활을 하시다가 아예 방향을 틀어야겠다 라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박: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병행하니까 너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때 회사에서는 주로 관공서 쪽 홍보 영상 작업을 하던 때였어요. 이때는 회사 생활을 통해 제 음악 욕구를 풀 수가 없었어요. 하고 싶은 게 진정 뭘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회사를 잠시 그만두고 사무직 쪽으로 직장을 옮겨 일해보기도 했어요.
P: 다 그렇겠지만, 광고 쪽이 워낙 힘든 걸로 유명하죠...
박: 스트레스도 많고, 쉬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제 스스로한테 계속 물어봤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요. 그러다 딱 깨달았죠. 지금까지 배운 게 영상이고, 좋아하는 게 음악이니 두 가지가 결합된 걸 한 번 해보자!라고요.
P: 오! 멋지네요!
박: 그때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패션 쇼나 공연장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홍보하고 그랬어요. 나 이런 사람이니까 써달라 하면서.. 초반에는 돈 안 받고 1-2년 정도 계속 일해주고 그랬어요.
P: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신 거네요.
박: 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어요. 좋으신 분도 만나고, 돈도 안 주고 막 절 이용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랬죠. 그때부터 개인사업자 내서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죠. 횟수로는 6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P: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런 힘든 시기에 굳건히 살아남으시다니!
박: 그런가요? ㅎㅎ 초반에 일 시작하고 4년 동안 패션쇼, 공연을 정말 많이 했어요.
P: 그럼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
박: 4년 반에서 5년 정도 지났을 때 조금씩 본 궤도에 올라간 걸 느꼈어요. 아마 회사를 안 나오고 계속 다녔다면 벌써 결혼하고 살고 있겠죠 ㅎㅎ그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아직도 제 곁에 있죠 ㅎㅎ
P: 아... 힘들 때를 같이 보내셨군요.
박: 네, 힘들 때 함께 해준 친구라 더 애틋하고, 제 밑바닥까지 본 친구라... 뭔가 사랑을 넘어 신뢰...소울메이트 같은 사이예요. ㅎㅎ
P: 그럼 1인 기업으로 계속 진행해 오셨나요?
박: 네, 일은 혼자서 하고 있고요. 지금 연남동 쪽에 있는 사무실에 저와 뜻이 맞는 2 분이 있거든요. 각자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인데, 크루를 만들어서 지내고 있어요. 목표는 법인 회사이지만, 아직은 좀 더 저 혼자서 챙기고 있고, 프로젝트별로 인원을 충원하는 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죠.
P: 그래도 업계에서 1인 기업가로 계속 활동 중이신데, 주변에서 맨토나 밑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진 않으신가요?
박: 많죠 ㅎㅎ 하지만 다들 처음엔 열의를 보이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현장에선 막내거든요. ㅎㅎ 그러다 보니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대부분 1-2년 정도 하다가 발을 빼더라고요. 힘들고 돈도 안 되고 하니... 자리를 마련해줘도 다들 핑계 아닌 핑계를 대더라고요. 하지만 이해는 돼요. 제가 고생을 했다고 그 사람들도 똑같이 고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P:음...
박: 저는 제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고 어떻게 지내왔다는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말을 다 하게 되면 열정을 가지고 뛰어든 친구들에 대부분이 질려할 거예요. 부당한 대우나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보니..
P: 하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으시겠습니까?
박: 사업 초기에는 정말.... 이용도 많이 당하고, 몰라서 제가 고생한 경우도 많아요. 다 제 불찰이죠. 그래도 제가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서 일을 할 때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것 같아요.
P: 아무래도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더욱 노련해지신 게 아닐까요. ㅎㅎ디제잉 쪽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거죠?
박: 광고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홍대 클럽 데이 때 아시죠? 그때 클럽, 나이트클럽 등에 아는 지인들이 디제이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더 자주 갔던 것 같아요. 거의 1년 가까이 클럽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ㅎㅎ
P: 계속 음악만 들으신 거죠? ㅎㅎ
박: 네네 ㅎㅎ그땐 정말 돈도 없고, 마냥 음악 듣고 지인을 어깨너머로 디제잉을 보고 배우던 Rave kid 였다고 할까요? 그땐 LP, CDJ만 있던 시절이어서 ㅎㅎ 형님들 작업실 가서 구경하고 즐기다가, 월급 모와서 온갖 장비 다 지르고 1-2년 동안 미친 듯이 디제잉을 혼자서 즐겼던 것 같아요.
P: 베드룸 디제이의 시작이었네요 ㅎㅎ 그러다가 실제 무대는 언제 한 번 서보셨나요?
박: 제 친구 중에 국민대 작곡과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졸업생 또는 재학생들에게 거의 무료로 음악 홀을 빌려줬거든요. 그래서 제가 친구를 꼬셔서 제가 가진 장비 다 들고 가서 전자 음악 공연하자고 꼬셨죠 ㅎㅎ 몇 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곳이었고, 음향도 정말 빵빵하게 준비했죠. 그래 놓고 거기서 주변 지인 몇십 명 불러서 공연을 했죠 ㅎㅎ 막판엔 사람이 안 와서 무료로 막 표 뿌리고 친구 후배들 부르고 그랬어요.
P: ㅎㅎㅎ 몇 명이나 온지 헤아려 보셨나요?
박: 다 합쳐서 한 40명 정도 왔나?ㅎㅎ 그래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는 게, 그때 처음 그래픽 툴과 음악을 맞춰하는 VJing을 했었어요. 건반도 치고, 드럼 머신도 만지고...
P: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하셨네요.
박: 네, 지금도 생각하면 제가 무슨 깡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음향과 영상이 결합된 공연을 해본 거죠. 그 이후로는 도저히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생각하는 게 그때 생각하는 거랑 같은 거라 참 신기해요.
P:젊음의 혈기랄까요?
박: 왜.. 그런 젊었을 때의 기발한 영감 있잖아요? 지금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지금은 노련해진 거지만..
P: 그때가 데뷔 무대였고..
박: 그리고 조금 조금씩 해보다가... 명월관에서 오디오색스라는 분이 메인으로 3-4년 정도 계셨을 때, 전자 음악 태도라는 디제이 스핀, 라이브 기회를 주는 행사를 했었거든요. 물론 공연은 망했지만 ㅎㅎ그래도 남들 앞에서 내 음악을 틀어주면서, 많은 유명 디제이 분들을 알게 되면서 진짜 디제이 세계가 뭔지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요. 작년 여름 같은 경우엔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조만간 작업물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개인 사운드 클라우드 주소: https://soundcloud.com/fishbubble/god-in-flames )
P: 오! 멋지네요! 조금 더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박: 작업해 둔 5곡을 아이튠즈, 멜론, 아마존 닷컴 쪽에서 발매할 예정이에요. 테크노, 익스페리멘탈 쪽 음악이에요.
P: 쇼케이스 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박: 사실 어떻게 할지 고민이에요 ㅎㅎ
P: 이런 걸 위해 퇴근 후 디제잉 그룹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ㅎㅎ그룹에 소개해주시고, 시간 내셔서 공연도 한 번 하시죠!
박: 오!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감사하죠.
P: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작게 작게 자주 번개를 할 생각인데, 그때 초대 한 번 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고딴거 팀도 같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박: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자주자주 연락하시고 놀러 와 주세요 ㅎㅎ 12월 말 정도 발매가 될 것 같고요..
P: 지금 따로 어떤 베뉴에서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시고 계신 건가요?
박: 저도 계속 그런 장소를 찾다가, 누믹스 언더그라운드라는 크루에 소속되었어요. 그 크루도 공교롭게도 다 직장인 분들이세요.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각자 활동하는 베뉴들도 다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행사를 자주 진행하다 보니 디제이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들을 종종하게 돼요.
P: 상훈님의 경우 본인의 일에 디제이가 필요한 경우가 많네요.
박: 비율로 따지면 지금 거의 반반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페이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으니깐요. 물론 많은 페이는 아니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P: 그동안 하신 고생을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시겠네요.
박: 저도 제 스스로 제 디제잉 수준을 잘 알고 있고, 프로 디제이 분들을 리스팩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장르나 제가 트는 음악 장르의 역사, 최신 트렌드에 대해 꾸준하게 지금도 학습하고 있어요. 왜냐면 이걸 정확하게 알아야지 저 때문에 이 문화가 흐려지거나 퇴색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P: 씬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고 계시네요.
박: 남들이 봤을 때 테크노 음악을 트는 디제이지만, 그 곳에 숨겨진 의미나 이 음악이 태동되어 오기까지 어떤 사회적 맥락, 그 밖에 다른 장르들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디제이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생각해요.
P: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직장인 디제이라는 것도 사실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거든요. 저도 좀 더 많은 아마추어 분들이 제대로 된 내용을 알고, 이 문화를 즐겨서 프로들에 대한 리스팩트를 줄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들었으면 하거든요.
박: 저도 예전에 명월관이나 엑시트와 같은 이름 있는 클럽에서 음악을 튼 적이 있었는데, 사실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돈은커녕 기회만 주셔도 감사한 거잖아요. 그래서 마치고 나서 페이 받을 계좌 불러 달라던 말씀을 정중히 거절했었는데, 가게 측에서 되려 화를 내시더라고요. 물론 큰 돈은 아니었지만, 무대를 생각하는 모습, 의식 있는 프로의 자세를 본 것 같아 굉장히 울림이 컸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더 조심스럽게, 이쪽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P: 많은 직장인 디제이 분들이 노력하고 계시겠지만, 프로 디제이분들이 보셨을 때 인정할 만한 에티튜드를 계속 보이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겠죠. 주변에서 디제이 알려 달라는 요청은 없으세요?
박: 엄청 많죠 ㅎㅎ 그런데 다들 그렇게 오래하진 않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막 다그치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냥 사람들에 맞춰서 권하고 있는 편이죠. 근데 항상 좋게 이야기하면 다들 잘 안 하세요 ㅎㅎ 제 성격이 문제인 건지 ㅎㅎ
P: ㅎㅎ 이제 막 디제이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박: 제가 디제잉을 해보면서 느낀 건, 아마 로컬 디제이 분들을 항상 리스팩하는 게 우선 인 것 같고요, 그리고 나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가 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힘을 키워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점차 늘려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플레이할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고요.
P: 일단 음악을 사랑하는 게 우선이겠죠.
박: 물론 디제잉 스킬에 대한 동경으로 디제잉을 시작하려는 분들도 있겠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음악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디제이라는 게 음악을 틀어주는 게 일인 사람이니 먼저 음악을 사랑하고 많이 들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P: 디깅을 많이 하시는 편이겠네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박: 물론 저도 남들 방문하는 비트포트나 아이튠즈 같은 사이트 항상 서칭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영상 일을 하다 보니 음악과 패션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TV 채널을 항상 틀어놓고 봐요. 그리고 주변에 은퇴하신 디제이 지인 분들이 운영하는 바에도 들러서 음악 이야기하곤 해요.
P: 아무래도 본인 일에도 도움을 받으셔야 하기도 하고, 음악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드시는 편이군요.
박: 솔직히 온라인이나 방송도 좋지만, 가끔 해외여행하면서 들리는 오프라인 레코드 샆에 들러 음악을 찾는 걸 정말 즐겨요. 저는 디제이가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P: 크~!!!
박: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관점, 배경에 대한 설명을 저만의 양념과 함께 주면서... 최대한 오리지널을 왜곡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나누는 걸 좋아해요.
P: 오! 그런 작업 물들 이 있으시다면 저희 그룹에도 공유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박:저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영광이죠.
P: 감사합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상훈님의 작업물, 의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디제이 이름이 피쉬 버블(Fishbubble)이시던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박: 좀 쑥스럽긴 한데..ㅎㅎ 버블 피쉬로 지었는데.. 비슷한 이름이 꽤 있더라고요... 럼블피쉬도 있고 ㅎㅎ 그래서 피쉬 버블로 지었거든요. 저한테 있어서 음악은 제가 물과 같다고 생각해요.... 음... 자뻑인 것 같지만... 저는 음악을 들으면 물 만난 고기처럼 에너지가 넘치게 돼요. 기분도 좋아지고요.
P: 영상이랑 음악, 두 가지 중에 더 좋은 한 가지를 뽑자면요?
박: 저는 둘 다 좋아요. 저는 만약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둘 다 싫어하게 될 거 같아요. ㅎㅎ 저는 영상도 사랑하고 음악도 좋아합니다. 사실 사업 초기에는 숙소비가 없어서 화장실 라디에이터 앞에 신문지 깔고 자고 그랬어요. 정말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어요.
P: 힘들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다거나, 다시 그 힘들었던 순간으로 가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박: 음... 저도 가끔 주변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했느냐 라고 질문을 받는데, 예전에 제가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지만 ㅎㅎ 그때는 뭔가에 홀렸던 게 아닌가 싶어요. 20대 혈기 왕성한 시기였기에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ㅎㅎ
P: 그럼 어떤 미래에 그림을 그려놓고 참으면서 버티신 건 아녔네요?
박: 네, 저는 지극히 현실주의 적인 사람이라서.. 현실에 좀 충실한 편이에요. 미래를 만드는 건 지금이기 때문에 항상 지금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살자 라는 생각으로 지내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면서도 제일 재미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P: 말이 그렇지 ㅎㅎ 그걸 한다는 게...
박: 만약 제 자식이 제가 간 길을 간다고 하면, 도시락 싸고 다니면서 말릴 거예요 ㅎㅎ
P: 그럼 앞으로의 목표는 있으신가요?
박: 최종적인 목표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에요 ㅎㅎㅎ 한때는 목표를 크게 또는 작게 잡고 산 적이 있었는데, 그거에 대한 기준치를 못 맞추니 스스로에게 계속 실망을 하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금은 특별히 큰 목표는 없어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고 살자.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많은 분들도 만나고 제 능력 이상의 일도 맡아서 하게 되고 다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ㅎㅎ
P: 그러면 본인이 한 일 중에 남들 앞에 자랑할 수 있는 큰 행사 한 번 말씀해 주신다면요?
박: 해마다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하는 문화 축제가 있거든요. 행사를 하면 메인 오프닝, 행사 진행 시 나오는 영상이 있거든요. 그런 걸 멋지게 만들어주는 게 있는데 그런 걸 제가 하고 있거든요. 그 일을 할 때마다 스스로도 되게 뿌듯해요. 횟수로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근데 이런 것도 제가 잘나서 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P: 끝까지 겸손하신 박 PD님이시네요 ㅎㅎ뭔가 굉장히 많이 배운 인터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 기대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합니다.
박: 감사합니다. 기회 되면 또 뵐 수 있었으면 하네요.
화장실 라디에이터 옆에 신문지를 깔고 지친 몸을 누이고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며 이 자리까지 달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겸손의 손사례를 친다. 이 짧은 인터뷰에 그의 식지 않는 열정의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담겼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앞으로 더욱더 멋지게 달려가길 퇴근 후 디제잉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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