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M 공장장님께 바치는 간곡한 한 마디!
얼마 전에 한 기사에서 유명(?) 디제이 한 분이 본인의 라디오 방송에서 “60대 여자인데 디제잉을 배울까 벨리댄스를 배울까 고민 중”이라는 한 청취자 분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기사 원문 링크: http://joongang.joins.com/article/493/18471493.html?cloc=joongang%7Cext%7Cgooglenews
"..... 이런 ㅁ@$#%*&"
기사를 보자마자 터져나오려는 육두문자를 참고, 심호흡부터 몇 번 하자. 백 번 양보해서, 그분의 발언에 앞 뒤가 잘렸을 수도 있고, 잘못 전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정보가 공중파를 타고, 신문에선 이 내용에 대한 검증 없이 확인 없이 기사화시킨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디제잉이라는 콘텐츠가 소비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답변을 하게 되었는지, 어차피 방송이니 그냥 한 번 웃기려고 그런 건지. 혹시나 그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길 사람이 있을 지도 몰라 이 글을 빌어 반론을 해보기로 했다.
시작 하기도 전부터 속이 콱 막힌다. 디제잉이 언제부터 남녀를 구분해서 배울 수 있는 취미였단 말인가? 턴테이블에 LP로 음악을 틀던 시절에 디제이분들에게 물어보면, 당시 남자 디제이들도 많은 LP판을 들고 다니기가 너무 무거워 힘들어했다고 하신다. 하지만 요즘은 CD는커녕 wav나 mp3 같은 음원 파일을 랩탑이나 USB에 넣어서 들고 다닌다. 육체적인 힘듦 때문에 앞선 그런 발언을 하진 않으신 것 같다. (이렇게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내가 고생이 많다.) 그러면 도대체 이 대답은 무슨 말일까? 다음 말을 보면 조금 예상이 된다. 아주 조금.
응답하라 1988도 아니고, 여자이기 때문에 기계를 못 다룬다니? 실제 디제이 레슨을 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거나, 다른 프로 디제이 분들께 의견을 구해봐도 여성 분이 남성 분에 비해 특별히 장비를 못 다룬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태생적인 기계 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남녀 아닌 개인의 특성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않을까? 여성 운전자만 보면 혀를 끌끌 차며 여혐 발언을 쏟아내는 몇몇 무개념 남성 운전자들과 이 발언이 뭐가 다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그다음 답변을 보자. (심호흡 2번 더 하고......)
이 분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많은 분들이 본의 아니게 어느 유명 예능 프로를 통해 이 분의 작업실을 본 적이 있을 거다. (혹시 안 보셨다면 구*이나 네**에 검색하시면 나온다. 그렇다고 굳이 볼 필요는 없다.) 그 정도의 시설과 장비를 마련한다는 가정 하에선 위에 답변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제 막 취미로 디제잉을 알아보는 사람에게 해주는 답변으로 맞는 걸까? 이 분이 평소에 본인 입으로 EDM의 팬들을 위해 노력하고, 주변에 디제이, EDM 공장장이라고 불리던 분 맞나 싶다. 아니면 자기처럼 이 정도 번듯하게 차려놓고 할 자신 없는, 돈 없는 분들은 시작도 하지 마시라는 일종의 으름장인 건가? (미래의 경쟁자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건지도...)
휴대폰을 키고 검색어 몇 개만 쳐도, 쏟아지는 디제이 학원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한국에 디제잉이 소개된 지 벌써 수 십 년이 흘렀고, 수 많은 전 현직 디제이들이 지금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디제잉을 알리느라 정신이 없겠만. 그래도 힘없는 내가 참기로 하자. 심호흡 몇 번만 더 하고, 백 번 더 양보해서 그분을 위한 모범 답변을 만들어 보자.
아직 안 끝났다.
이게 그다음 말인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디제잉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왜 스피커를 사라고 했을까? 분명 기자 분이 답변을 제대로 못 옮긴 거라 믿고 싶다. 진짜로. SNS에 이름 난 EDM, DJ 관련 그룹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신선한 답변이다. 디제잉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으로 디제이 장비나 헤드폰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스피커 이런 걸 사야 하니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을 하다니. 개인적으로 #퇴근 후 디제잉에서 바로 잡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거다. 물론 디제이 장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처음에 잘못 이해하면 굉장히 큰 돈을 주고 장비를 사야만 되는 취미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사야 할 필요도, 장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이 답변도 친절하게 수정했으니 다시 읽어보시길 바란다.
짧은 기사에 달린 짧은 몇 줄의 글을 가지고 트집 잡는 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분이 가진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디제잉은 원래 그런 거구나, 돈 없으면, 여자면 못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디제이, EDM의 대중화를 이끌고 계시는 분이라면 좀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본인의 생각을 전하시길 바란다.
스파이더맨 삼촌(?)이 그러지 않았던가?
* [퇴근 후 디제잉]: www.afterworkdj.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