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를 말하는 물건 한 가지

보부상 가방

by 지썬

매일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이 있다.

지인들은 농담처럼 말한다. 어디 가냐고, 뭐가 잔뜩 들어있는 거냐고.

별다른 일정이 없어도, 가방 속이 텅 비어있어도

그냥 들고 다닌다.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무계획은 또 불안하다.

내 가방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무엇이든 담아 올 수 있다.

그 정도의 여유는 늘 필요하다.


이 가방을 드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훌쩍 떠나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세면도구 정도는 늘 챙겨 둔다.

실제로 떠나진 않더라도, 준비되어 있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다른 하나는 ‘혹시나’ 하는 버릇 때문이다.

혹시 비가 올지도, 늦게까지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자주 상상하는 나에게,

넉넉한 가방은 그런 불안을 조용히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안에 이것저것 넣어두면 괜히 마음이 정돈된다.


보부상 가방,

불안하지만 자유롭고, 준비되어 있지만 즉흥적인.

그런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