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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사 가고 싶다아~

4월 6일 주제 - 이사

by 생각샘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결혼하고 세 번째로 살고 있는 집이다. 결혼하고 이사를 딱 두 번 해 봤다.

첫 번째 집은 의정부의 낡고 큰 아파트 단지였다. 그곳에서 6년을 살았다. 한참 집값이 올랐던 때 샀다가 집 값이 떨어진 때 겨우겨우 힘들게 팔았다. 그리고 강동구의 더 낡고 좁은 아파트 월세를 살았다. 빈민촌 같은 집이었다. 낡은 건 둘째치고 바퀴벌레가 얼마나 많던지. 그곳에서 1년 살며 본 바퀴벌레가 내 평생 본 바퀴벌레보다 많았다. 그래서 계약했던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빌라를 사서 나왔다. 원래 계획은 3, 4년 정도만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건축주한테 사기를 당해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 집에 평생 발목을 잡힐 듯하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었다. 꿈을 이뤄주는 집이 아니라 꿈을 접는 법, 꿈을 포기하는 법, 꿈을 지워버리는 법을 알려준 집이다. 이사를 가고 싶다. 너무너무 가고 싶다. 그 생각을 하면 또 병이 날까 봐 애써 잊어버리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이 보다 넓고, 이 보다 해가 많이 들어오고, 이렇게 비가 새지 않고, 이렇게 매 해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다. 그래도 나의 현실은 이사를 갈 수 없다는 것이니 이사를 가지 않고도 이 집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이 집의 가장 좋은 점은 이웃들이 대체로 선하다는 거다. 다들 형편은 넉넉하지 않아도 마음이 팍팍하지 않다. 그래서 10년을 무난하게 버티며 살 수 있었다. 고마운 이웃들이다. 그래도 이사는 가고 싶다. 언젠가는 나도 꼭 내가 살고 싶던 집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사를 너무 하고 싶어 이사 예찬론자가 될 것 같다. 이사를 하면 환경이 바뀌니 새로운 마음으로 무언가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고, 묵은 짐들을 싹 정리하면서 집이 넓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난 이사를 좋아한다. 10년째 이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가 꿈을 접었다가 또 꿈을 꿨다가 또 꿈을 접으면서 살고 있다.


한 동안 접고 살았으니 이제 또 열심히 살면서 그 꿈을 펼쳐봐야지. 접을 때 접더라도 오늘 밤엔 또 이사 가는 꿈을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봐야겠다.


훨~ 훨~


오늘 밤엔 코알라다방 작가의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보며 위로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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