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하얀 종이 위로 펼쳐진 백야였다
그 백야를 뚫고 곧 열차가 달릴 것이다
열차는 밤을 깨우며 지나간 자리마다 소리를 내어
생을 기록할 것이다
소리는 생이 이어진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조그만 기척에서 시작된 생은 탄성이 되었다가
어느 구덩이에 주저앉아 울다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빨랫줄에 널려져 있기도 하였다 그때 생은 햇빛에 건조되는 소리를 불꽃처럼 냈고 별이 되는 꿈을 꾸었다
쓴다는 것은 하얀 종이 위로 소복 은하를 흐르게 하는 일
별이 뿌려진 음표 위로 영영 마침이 없는 노래를 부르는 일
숨이 끊어져 소리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단 하나의 마침표가 기차의 종착이 되게 하는 일
종착역을 그리워하는 것은 언제나 생 어딘가에
백야를 깔고 열차에게 길을 내어주는 일이다
온 백야를 달려 아무도 보지 못한 은하에 다다른다면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서 나는 당신의 우주가 되리라
여기 이 종이 위에 흩어진 나의 별빛들이 한 줄
당신에게로 미끄러져 당신의 마음속에 폭폭 은하수로 터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