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by KAK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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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을 만나기 몇 달 전에 그는 한 부부와 저녁 식사를 했다. 살라망카에서 대학을 같이 다닌 오랜 친구들이었다. 세 사람은 소식을 주고 받으며 활기찬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마친 후 빅토리아가의 레스토랑을 떠날 때 마르타가 후안의 카멜색 코트 깃을 매만져주고 진홍색 목도리를 정성스럽게 목에 둘러주었다. 그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해서 라비는 마치 배를 한 방 맞은 듯, 그의 존재와 운명에 철저히 무관심한 이 세계에서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절감하는 부수 효과를 맛보았다.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산만한 파티를 끝내고 혼자 걸어오는 귀갓길, 다른 사람과 말 한 마디 섞지 않고 흘러가는 일요일, 아이들 때문에 녹초가 되어 대화를 나눌 기운조차 없는 부부들 뒤를 따라다니는 휴가, 누구의 가슴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 못했다는 쓸쓸한 깨달음은 이제 족했다.


그는 커스틴을 깊이 사랑하지만, 그 못지않게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싫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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