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 2.5%, 2회 1.9%.
이효리가 마건영 PD와 손잡고 내놓은 새로운 예능의 성적표다.
거대한 이슈를 몰고 온 것은 아니지만, 잔잔한 예능 치고는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주인공은 이효리와 그녀의 엄마, 전기순님.
데뷔 이후 슈퍼스타의 삶을 살았던 이효리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면서 "연예계에 딸을 빼앗긴 것 같으면서도, 유명한 딸을 두어 자랑스럽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막내 딸 이효리가 46세이니, 어느새 어머니는 79세 노모가 되었다.
가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모습이 크게 다가온다. 가깝지만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서투른 순간들이 연속으로 보여진다. 떨어져 있던 시간 만큼, 묻어온 진심을 여정 속에서 하나씩 꺼내 보인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서 공감을 느낀다.
화목한 집안도 많겠으나 대부분의 가족이 이효리의 가족과 비슷한 양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실.
많은 자식들은 이효리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고, 후회하고, 결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작은 것이라도 함께 해보길,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보길 말이다.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꾸밈 없는 어머니의 일상 속 한 마디 한 마디가 뭉클하고 저릿하게 다가온다.
또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효리의 어머니 전기순님은 슈퍼스타 슈퍼리치 딸을 두었으면서도 일체 낭비하지 않는 검소하고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시면서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엄마와 단둘이 떠난 여행.
이효리는 안해 본 것이 많은 엄마를 위해 놀이공원, 사격, 사진찍기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보고 싶어하고, 엄마는 거절한다.
엄마는 딸을 위해서 하는 말이고, 챙겨주는 마음으로 하는 행동인데 딸은 그것이 거슬린다.
투닥투닥.서운함.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음.
우리, 그리고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여행 과정 내내 이효리는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효리의 예능으로부터 우리는 대리 감정과 대리 경험을 겪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사소한 하루하루.
이효리의 예능이 실패가 없는 이유다.
그동안의 발자취만 봐도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다.
2012년 이효리의 소셜클럽 골든12
2013년 이효리의 X언니
2017년 효리네 민박
2018년 효리네 민박 시즌2
2019년 캠핑클럽
2021년 서울 체크인
2022년 캐나다 체크인
2023년 댄스가수 유랑단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화려한 예능 유니버스다. 어느 것 하나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이 없다.
이효리는 그간의 예능을 통해 건강하게 살아가는 톱스타의 일상을 보여주었고, 거침 없고 당당하며 진솔한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솔직한 입담은 언제나 화제가 되었다.
이효리의 예능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효리네 민박에서는 제주살이로부터 얻게 된 내면의 평화와 풍요로움, 휴식기의 사유, 대중과의 친밀함을 보여주었다. 이후 옛 핑클 멤버들과의 화해와 우정, 반려견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관심, 여자 댄스 가수들의 위풍당당함을 뽐냈다.
놀라운 것은 이효리가 예능에서 보여주는 아이템과 행동 루틴 등이 모두 놀라운 파급력으로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족, 그리고 엄마다.
이효리는 늘 앞서갔다. 생각과 행동 모두 말이다.
세련된 가치관을 늘 선점했다. 대한민국 밖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를 이효리는 먼저 영입해 소개한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거부감 없이 선보이는 것이다. 즉,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
이효리의 지혜로움과 영리함 덕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 기지는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효리는 마음의 눈과 혜안을 가진 사람이 분명하다. 보통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이 한번의 인생을 살면서 거쳐가야 할 감정의 관문과 풀어야 할 숙제를 이효리는 예능으로 인간미 넘치게 보여준다.
약자 보호, 지구를 생각하는 생각과 실천, 요가와 명상,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 자연스러운 나이 들어감, 내면 수련,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인생, 반려견 보호, 유기견 입양, 일과 사랑, 일과 휴식의 밸런스, 가족과의 화해를 모두 이효리답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공감과 감정의 파동이 있다.
이효리는 영혼을 건드릴 줄 아는 똑똑함을 지녔다. 진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똑똑함으로 이효리는 자신의 과거와 감정을 진솔하게 내보인다.
지혜로움, 총명함, 진솔함의 집합체다.
이효리는 사실상 한국이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슈퍼스타이자, 대중과 가장 친밀한 친구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배우, MC, 코미디언, 가수 등 모든 영역을 통틀어서 이효리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스타는 없다.
빛나는 화려함과 털털한 인간미가 공존하는 스타. 친구 같은 슈퍼스타.
이효리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 역할을 영리하게 해낸다.
데뷔 26년이 지나도 여전히 대중이 이효리를 소비하는 이유다.
얼핏 안일한 접근이었다면 이효리의 가족 예능 역시 지루하고 뻔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효리는 달랐다.
자신의 엄마를 '잘 모르는 한 사람'으로 인지하고 접근했다. 실제로 그랬다.
과거를 공유하는 관계이지만 서로 입장은 달랐는데, 본능적으로 이 거리감을 좁혀가는 여행길이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감지한 듯하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서툴기도, 복작거리기도, 인내심을 필요하기도, 짜증나기도, 즐겁기도, 낯설기도, 신기하기도, 울컥 북받쳐 오르기도, 예상치 못한 감동과 놀라움이 있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니까.
어머니와 이효리, 모두가 낯선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녀 관계의 좌충우돌 여정,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으로 또한번 성공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효리 예능 유니버스의 또한번의 성공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