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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n 04. 2024

놀면 뭐하니와 유재석의 대위기 ‘미안한데 핵노잼이에요’

토요일 6시 25분, MBC에서는 놀면 뭐하니를 방영한다.


김태호와 유재석이 주고 받는 안부 ‘놀면 뭐하니?’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는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열렬한 팬으로서 무도의 자막으로부터 괄목할 만한 언어력 향상을 맛본 나는 여전히 팬심으로 놀면 뭐하니를 틀어놓곤 한다. 토요일 저녁의 습관이랄까.


놀면 뭐하니의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유재석의 부캐 인생 체험기부터 인생라면, 싹쓰리와 환불원정대까지는 상승곡선을 탔다.


무한도전의 영광 재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존재감 있는 방송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기존 성공 공식을 따른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놀면 뭐하니는 특유의 휴머니즘적 인사이트로 비판을 방어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가끔씩 일반인 출연자의 일상과 추억을 보듬으며 휴머니즘적 스토리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재석 부캐 유니버스로 출발해 하하가 오기 시작하더니, 정준하까지 영입했다. 신봉선, 미주, 진주, 이이경도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정준하, 신봉선이 하차했다. 빈 자리는 주우재가 자리를 메웠다.


지금은 유재석, 하하, 이이경, 미주, 진주, 주우재 체제로 어찌저찌 가고 있다.


쓰레기 아저씨 김석훈이 가끔 구원투수로 등장하지만 그 효력도 한 두번이다.


유재석을 선봉으로 한 놀면 뭐하니 팀은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앞으로 항해하지만 점차 가라앉고 있음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유재석이 임원희의 집을 찾아간 지난 방송은 차마 끝까지 못보고 가차 없이 채널을 돌려 버렸다.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무도의 진성 팬이라면 탄식과 지탄을 금치못했을 것이다.


임원희 집에서 진행을 맡은 유재석은 날아다니지 못했다. 침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출연자로 나온 전파상회 멤버들과의 어색한 공기. 계속해서 마가 뜨는 순간들. 텅 빈 오디오.


웃음이 유발되지 않는 지루한 토크. 느닷없는 라면 먹방. 그조차도 푹 가라 앉은 분위기라 전파 낭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 축구 현장이었다면 당장 유재석을 벤치로 불러들였을 것이다.


이상하다.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에 가면 재미가 없다.


제작진은 직장인 밴드인 전파상회 특유의 수줍음과 예능에서의 낯선 적응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 같았다. 패착이었다. 그냥 그저 노잼이었다.


확실히 감을 잃은 것은 맞는 것 같다.


한번 감을 잃어버리니 제 갈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동기간에 촬영되는 틈만 나면에서는 유재석의 까불거림과 나불거림과 깐족이 발산된다. 놀면 뭐하니만 가면 축 처진다. 웃음사망꾼이 되는 것.


전성기를 지나고 그저그런 경기력만 보여주는 패잔병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잘되는 방송은 시끌벅적하다.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공고히 연대하고, 서로 아드레날린 속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출연진들은 흐름을 타고 분위기를 살리는 범주 안에서 서로 서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비난도 아끼지 않는다.


웃음을 위한 자연스러운 전략이 난무한다. 케미가 기가 막힌다. 홍김동전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의 나 혼자 산다가 그러하다. 출연자들끼리 잘되는 흐름을 만든다.




안되는 방송은 침체되고 잘 안풀린다.


요즘 놀면 뭐하니를 보면 진주, 미주, 이이경의 오디오가 잘 들리지 않는다.


화면에 나오는 비중도 확연히 줄었다. 쓸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이경은 그렇다 치고, 미주와 진주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뻔뻔함도 익살도 입담도 모두 실종됐다.


절박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전문 예능인이 아니기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를 뿐.


멤버들의 케미와 활약이 좋지 않기에, 재미가 없다.


오고가는 멘트 속에서 깨알 재미와 빅 재미가 나오는 것인데 출연진이 멘트를 치지 않으니 당연히 재미를 잃어버린다.


지금 이 멤버로는 재미 보장 아이템인 요리, 식당 편도 재미없을 것 같다.





만드는 사람들 자체가 힘이 쭉 빠진 모습이다. 웃음의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시든 것처럼 보인다.


다들 유재석만 믿고 가는데, 유재석이 특유의 나불거림과 까불거림을 발산하지 않으니 문제가 크다.


예능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하하도 유재석의 침잠 앞에 손을 쓰지 못한다.


주우재가 밉상 캐릭터로 깐족거리지만 그걸 받아주는 출연진의 위트는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멤버간의 케미 정렬부터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케미스트리의 불꽃이 전혀 튀지 않는다.


일부 출연자들은 정말 출연료가 아까운 정도다. 더 적극적으로 토요일 저녁을 웃음으로 물들여야 한다.


제작진은 컨셉이라도 좋으니 더 적극적인 케미를

요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웃음 DNA가 현재로선 너무 없다.




일단 만드는 사람부터 재밌어야 한다.


모든 브랜드와 상품, 서비스는 제공하는 자가 만족해야 제공받는 사람들에게 감동이든 재미든 유익함이든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 당장 폐지되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유발하지 않고, 무관심 속에서 사장될 것 같다. 외면 받는 현실 속, 제작진의 고심이 정말 깊을 것 같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반길 수도 있다. 더 재밌는 게 올 가능성 하나가 생긴 것이니까.




재정비라는 말도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위기 국면에서 놀면 뭐하니가 가장 잘하는 것을 확실히 살려야 한다.


시대를 읽는 눈과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당근을 통한 자전거 배우기, 할머니의 손만두 복원 프로젝트 등이 호평받았던 이유는 일상의 틈에 깃든 휴머니즘적 요소 때문이었다. 뭉근한 감동을 일으키는 인간미가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결핍된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지점을 공략할 때, 놀면 뭐하니 팀의 팀워크는 필수다.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알고 멘트 각축전을 벌여보길.


놀면 뭐하니가 영리하게 미래를 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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