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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un 02. 2024

달리기의 재미


마음이 답답하고 어지러울 때면, 이유 없이 달리러 갔다.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달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앞으로 잘 나아가지도 않고 몸이 덜컹거리고 무릎도 아픈 것 같아 자꾸만 달리기를 멈추고 걷게 되었다.




등판이 온통 땀에 젖고 안정적으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은 가벼워 보였다.


건강해 보였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어딘가 저하되어 있었다.




지금 나는 꿈꾸던 모습으로, 원하던 그림으로 살고 있는가? 자문하면 그렇지 않았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날이면 나는 우울감에 시달리곤 했다.


우울감은 종종 무기력감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답답함이 커질수록 이유를 달지 않고 양말을 신고, 러닝화를 신고 나갔다.


달리다 보면 오기가 생겼다. 금방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 없이 달리다 보면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의지 근육과 마음 근육과 방어 근육이 많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운동은 마법 같은 측면이 있다.


오늘 운동을 하면 내일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늘 트랙 한 바퀴를 도는 것에서 숨을 헉헉 거리며 멈추었다면, 내일은 한 바퀴 반을 돌 수 있게 된다. 근육의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기하게 다리에 힘이 생긴다.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600미터 트랙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두 바퀴 돌게 되었다.


나의 달리기와 숨에만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숨이 차올랐다. 멈추고 싶었다. 그때 스스로에게 말했다.


"멈추지 마. 더 갈 수 있어. 그동안 너는 이쯤에서 멈춰 왔잖아. 쉽게 쉽게 가려고만 했잖아." 울컥 눈물이 맺혔다.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 순간 놀랍게도 달리기가 재밌게 느껴졌다.


한계 없이 제한 없이 나태함 없이 더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바퀴를 향하며 내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의 여운은 길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뼈저린 자각.


두 바퀴를 돌게 되자, 내일은 세 바퀴를 돌 수 있겠다는 목표이자 자신감이 생겼다.




이유 없이 나갔다가 엄청난 동력을 얻고 온 것이다.


달리다 보면 장막에 가려져 있던 목표가 보이고, 할 수 있다는 힘이 다리 끝에서부터 생겨났다.


결코 원대한 목표를 낮추지 말라고 나에게 주문을 걸게 되었다.




매일 그렇게 달렸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나는 아직 그 꿈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더 나아가고 싶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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