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에 대한 불안이 있다. 삶이 안정되는 순간, 죽을 때까지 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할 거라는 공포가 나를 긴장시킨다. 변화는 죽이는 동시에 살린다. 조그만 구멍에 코를 박고서 새로운 세상을 핥는 동안 몸이 굳어가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그 숨으로 산다.
산다고 믿었다. 하지만 불안은 기만의 능력을 키웠을 뿐, 삶은 내 방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의 변화는 폐쇄적이었다. 안에서 바깥으로 흐를 뿐, 밖에서 안으로 흘러드는 일은 없었다. 새로움을 갈구했지만, 선택적인 새로움이었다. 나를 닮은 변화만 택했다. 변화는 나를 더욱 나답게 할 뿐이었다. 나는 피할 수 없이 더욱 내가 되어갔다.
어쩌면 나는, 나를 잃을 때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고자 기를 쓰고 낯선 환경으로 기어들어갔는지 모른다. 누구도 나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나를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었으니까. 계속 새로운 환경에 밀어넣어 나를 관찰했을지 모른다.
변화는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단단한 뿌리를 한번 더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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