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닮은 남해의 파도
봄이가고 여름이 다가오면 비가 조용히 내리겠지.
비가 오는 6월 남해 마을은 조용한 파도가 발길을 적시 듯 고요히 다가와 가슴에 스며.
어린 시절, 아버지는 방에 들어와 참고서 사이에 천 원 몇 장 쓱 찔러놓고 가시곤 했다.
마치 그런 비가 내릴 거야. 슬쩍 온 듯, 안 온 듯 그렇게 스며드는 비가.
기분은 좋은데 표현하기는 어색하고,
고마운데 눈 한 번 마주치기 쑥스러운 그런 비가.
멀리 있는 풍경이 그래.
떠나면 정겨운 동네 모습이 그리워지고,
걷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싶지만 쑥스러워.
그래서 다녀온 뒤에 더 그립고 아쉬운가 봐. 생전에 아버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