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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위 Nov 17. 2023

일곱 살 터울

일곱 살 터울 남매를 키우고 있다. 

성별도 다르고 나이차도 큰 나무와 튼튼이는 따로 또 같이다. 둘의 접점은 많지 않지만 또 때론 현실 남매이다. 


처음 나무가 우리에게 온 날을 기억한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국에 갔는데 무엇 때문인지 감기 약을 먹으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 결혼한지 1년이 지나고 있었지만 우리는 아이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나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시나리오 습작을 하면서 현장 연출부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감기약을 사러 간 약국에서 약사에게 임신테스트기를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테스트 결과는 두 줄이었다. 결혼은 했지만, 사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놀라웠고 반가웠지만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무가 태어나고 우리 가족의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누구나처럼 나도 육아가 처음이었고 늘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났다. 아무리 육아 서적을 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었다. 늘 서툴렀고, 자주 종종거렸고 쉽게 지쳤던 것 같다. 사람들은 종종 둘째 계획을 물었는데 그때마다 애매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삶이란 참 알 수가 없다. 나무가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어쩐 일인지 둘째가 갖고 싶어졌다. 나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튼튼이가 우리에게 왔다. 일곱 살 터울의 남매. 외동을 두 번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나이 터울이지만, 우리는 또 서로에게 조금씩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튼튼한 나무. 첫째의 태명은 나무였고, 둘째의 태명은 튼튼이였다. 두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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