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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Jun 20. 2024

직무를 다시 설계하고 싶어요

예전에 인사담당자로 일할 때 퇴사자 면담을 하면서 퇴사이유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직무가 체계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의외로 퇴사자 면담을 하다보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만큼이나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최근 자신의 일, 커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 ‘나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과 같이 직무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요소들이 회사를 선택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죠. 때론 산업특성에 따라서 직무가 잘 바뀌지 않는데 직무기반 인사관리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무는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마치 같은 직무처럼 보이지만 3년 전과 5년 전을 비교해보면 직무를 구성하고 있는 업무활동(activity)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직무기반 인사관리를 해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 직무기반 인사관리로의 변화관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유용한 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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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기반 인사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이런 표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직무 : 채용”,  “채용유형 : 신입 또는 경력” 신입 또는 경력이라 함은 신입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이긴 한데, 경력자가 합격한다면 왠지 그 경력자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직무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대체로 이런 회사들은 직무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일종의 ‘나쁜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직무관리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은 직무를 먼저 규명하고 직무가치를 고려하여 직급을 결정한 뒤, 그 직무의 적임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직무가 따라 붙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어떤 구성원이 다른 팀으로 이동을 했는데 하는 일을 그대로 가지고 이동하는 것이죠.


당연하게도 '직무에 기반한 인사관리를 하지 않게 되면' 구성원들은 직무R&R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못하게 되고 ⇨ 창출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 직무에 대한 자율과 책임, 즉 직무오너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 성과창출이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업무몰입도가 낮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팽배해지면 인사관리 전체에 대한 합리성, 객관성, 공정성, 수용성은 점차 확보하기 어렵게 됩니다. 직무기반 인사관리를 위한 출발점은 뉴스레터를 통해 그간 여러 번 다뤘던 직무R&R을 규명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합니다. 직무R&R규명에 대한 내용은 지난 뉴스레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직무R&R은 어떻게 규명하는가? https://reworker.stibee.com/p/50 / 직무R&R 규명의 접근방법과 활용가치 https://reworker.stibee.com/p/54)



직무재설계를 할 때 직무를 구분하는 두 가지 방법


만약 우리 회사에서 조직을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세팅해야 한다면, 즉 여러분이 경영자로서 조직도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한다면 조직도를 어떻게 그리시겠습니까? 직무를 설계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는 요소보다 조직과 직무를 먼저 고려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는 전략변화에 따른 우선순위의 변화와 기능의 분화와 통합, 인력에 대한 리소스 이슈로 직무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 내부에서 일어나는 잡크래프팅(Job crafting)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직무를 재설계하고 재설계된 직무를 정착시키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때 직무를 재설계하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① 첫 번째는 업무의 기능을 고려한 수평적 분류로 예를 들면 회계, 법무, 교육과 같은 기능으로 직무를 구분하는 것이죠. ② 두 번째는 프로세스가 동일한 자기완결형 업무의 경우 아이템별, 지역별, 고객별로 중요도와 난이도, 책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직적 분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테슬라 영업 담당, 현대기아 영업담당으로 구분을 한다거나, 사무직 인사기획 담당, 현장직 인사기획 담당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위조직의 직무특성을 고려해 수직적 혹은 수평적 직무분류를 진행하면서 직무를 더욱 체계화할 수 있습니다.



직무기반 인사관리로의 변화관리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슈


기존에 직급의 개념을 ‘일의 크기’가 아닌 ‘호칭’이나 ‘서열’의 의미로 사용했던 조직의 경우 같은 직무를 기존에 다른 직급의 구성원이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대리가 하는 일과 차장이 하는 일이 같은 것이죠. 이런 경우에 필연적으로 직무평가와 직무재설계를 고려하게 됩니다. 변화과정에서 흔히 조직 내 모든 직무의 직무평가를 점수법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과정이 반드시 수용성을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우선 현재 직급에 직무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 고려되어 있다고 보고 현재 직급을 기준으로 슬라이딩(수평이동) 하고 예외적인 직무에 대해서 별도 심의를 통해 직급을 세팅하는 것이 변화관리에 있어서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리, 과장은 M2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차장, 부장은 M3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직무를 세팅하는 것이죠. 이때 직무평가시 고려해야 하는 3가지 요소인 input :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경험 throughput : 직무 수행과정에서 수행하는 활동의 복잡성, 난이도output : 성과가 얼마나 공헌도(조직에 미치는 영향)가 큰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쌍대비교법 같은 비교적으로 간단한 방식으로 직무평가를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직무평가 이후에 그 내용을 참고하여 직무별 직급을 직속조직장이 직접 제안하고, 차상위조직장, HR부서(필요시 인사위원회)와의 의견을 공유하는 세션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직속조직장이 결정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향후 조직장이 인사관리 권한을 주체적으로 행사하면서 조직장에게 필요한 인사관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팀원 직급 부여시 이슈와 대안


팀장, 본부장처럼 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조직장에 비해서 직급부여에 있어서 이슈가 되는 것은 팀원들이 수행하는 직무인데, 흔히 2~3개 정도로 직급을 세팅하여 운영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3개의 직급을 운영하는 경우 직급별 정의를 규정함으로써 직급부여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급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직급별 정의는 향후 직급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참고할 수 있기에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M(Manager) 1 등급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직무경험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고, 과업들이 다양할 순 있지만 직무수행의 절차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직무.” 라고 정의하고 M2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실무 경력이 필요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거나 직무 수행 상황에서 스스로의 판단과 해석, 의사결정이 빈번하게 필요한 직무.”, 그리고 M3는 “과업들이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요구되고, 팀장을 지원하여 단위조직 경영계획(미션, 전략, 목표)을 실행하고, 구성원들의 업무를 일부 조정하는 역할이 포함된 직무”와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직급을 다시 세팅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급 기준 차장, 부장이지만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가 M2정도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직무재설계를 통해 M3에 합당한 직무를 설계하고 해당 직무로 선발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선발하는데 있어서 적임자가 아니거나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본인과 협의를 통해  M2직무로 선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직급 기준 대리, 과장이지만 현재 수행하고 있는 직무가 예외적으로 M3정도 수준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슬라이딩한 기준직무와의 상대비교를 통해서 해당 직무가 M3라고 판단될 경우 M3 직무로 선발할 수 있습니다.



직무기반 인사관리로의 변화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직무관리를 함에 있어서 사람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기존에 한국의 인사관리가 속인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인사관리의 합리화를 위해서 조직 내 직무의 가치(크기)를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직무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지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직무재설계에 따른 직급결정, 선발 이후 기본급의 즉각적인 변화를 주게 되면 기존에 승진이 선발이 아닌 보상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게 되고, 직급변화에 구성원들의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게 되므로 직급변화가 즉각적인 급여변화로 이어지기 보다는 다음해 기본급 결정시 merit나 de-merit으로 인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밴드제로 급여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직무관리 더 나은 방식은 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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