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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 정착에 대한 질문과 답변

by 서동재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장에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너무 복잡하다", "주관적이다"라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 말입니다. 최근 진행된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 정착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이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혼란을 동반합니다. 특히 조직 구성원들의 성장과 성과를 다루는 인사제도의 변화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자세입니다.


오늘은 간담회에서 나온 핵심적인 질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이 추구하는 방향과 구성원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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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M2, M3의 일의 크기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직급' 개념을 기존 연공서열이 강조된 신분이나 서열의 의미가 아니라 본래 의미인 직무등급, 즉 일의 크기 개념으로 바꾸게 되면서 변화관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입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직급 결정은 일의 크기에 대한 상대적인 차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조직장이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급'이라는 본래 의미를 고려해 구성원들이 보편타당하게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직급 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은 직급 개념을 일의 크기 개념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직적으로 일의 크기에 대해 민감해지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이 과정에서의 혼란과 부작용은 최소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직무에 대해 누구나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완벽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조직장이 조직 내 직무를 어떻게 세팅하고 성장 경로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논리를 세우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직급 결정 과정의 혼란을 점차 줄여나가야 합니다.


"성과평가서 작성에 불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과평가 시즌이 되면 성과평가서 작성에 많은 구성원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아마 구독자 여러분들도 고개를 끄덕이셨을 것입니다.


최근 성과평가 방식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존과 달리 '성과'의 개념을 '결과'와 구분하면서 성과평가서를 좀 더 맥락이 살아있는 형태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관념과 상충하면서 구성원들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과 창출자 입장에서는 조직장이 창출한 성과를 자세히 설명해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 내용을 많이 작성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과평가 고성과 검토 과정에서 기술된 많은 내용 사이에서 평가 대상이 되는 내용을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성과평가는 단순히 내가 한 일의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실행했고, 그 결과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스토리를 드러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성 시 주의사항

✅조직 차원의 문제, 이해관계자의 행동 변화, 조직에 미친 영향을 작성할 때는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근거)을 간명하게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해결대안(핵심 아이디어)을 '명사형'으로 선명하게 기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무엇을 했다(활동)'가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나 아이디어 자체를 명사형으로 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시

✅Before 나쁜 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담당자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After 좋은 예: 디지털화의 효과성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생산지표 대시보드" 제안

✅Before 나쁜 예: "협력사에서 상담을 3회 진행했습니다"

✅After 좋은 예: 맞춤형 기술 컨설팅이라는 접근으로 "공정 개선 솔루션" 제안


"성과평가 과정에서 등급에 대한 판단이 너무 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과평가를 잘해보려고 할수록 역설적으로 구성원들은 일정 부분 평가에 민감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 질문은 아마 인사담당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현실이 있습니다. '가치판단'이라는 의미인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평가의 지향점은 객관성이 아닌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입니다. 간주관성을 이루는 전제는 각자가 합리적인 주관성을 발휘하고 서로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가가 자의적으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합리적인 주관성을 발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1️⃣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근거 기반)이어야 하고
2️⃣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과관계에 의한 논리(가이드라인)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보다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지원부서, 조직장, 성과 창출자가 함께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Impact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최근 성과평가에서 Impact가 강조되면서 Impact가 있다거나 없다는 것에 대한 기준을 무엇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장에서의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단계별 구조로 접근해보겠습니다. Impact는 1단계, 2단계, 3단계 등의 단계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Impact 2, 3 등을 논하기 위해서는 Impact 1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Impact 1이 성과평가의 기준이 되며, Impact 1이 성과평가 기준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Impact 2, 3을 확인 또는 추론해야 합니다.


Impact 1이란?
✅경영계획에 반영된 조직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해결된 상황

✅동료(상사, 후배 포함)들이 각자의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 상황


Impact를 기술하다보면 성과(해결대안)와 멀리 떨어져있는 재무적인 결과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Impact는 해결대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내용만 기술하고 성과와 무관한 결과를 나열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즉 Impact 1에서 바로 재무적 실적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노동자가 창출하는 성과의 유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성과'의 개념을 '해결대안'으로 제시해드렸지만, 현장에서는 '해결대안'과 '일상적인 업무활동'에 대한 구분이 다소 모호한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지식노동자의 성과는 어떤 유형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지식노동자가 창출하는 성과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기본 업무 수행 개선형 성과 : 환경적인 이유로 인해 본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적시에 적정 품질, 비용으로 완수하지 못해서 동료와 조직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환경 변화를 위해 필요한 동료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 대안을 말합니다.


2️⃣ 동료 기여도 향상형 성과 : 본인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 원인이 동료들의 비효과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있는 경우, 해당 동료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함으로써 결국 조직에 기대한 영향을 실현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3️⃣ 전략 실행 기여형 성과 : 조직의 경영계획에 포함된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는 데 기여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대안을 뜻합니다.



변화관리, 끊임없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하고, 반영하는 과정


새로운 인사관리시스템의 정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질문들과 고민들은 시스템이 일단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직급 결정의 명확성, 성과평가의 효과성, 인사결정의 공정성과 합리성, 그리고 기여도의 측정 방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게 변화를 실행해나가는 것과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끊임없이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입니다.지식노동자의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조직의 전략 실행을 촉진하면서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앞서 말씀드렸듯이, 변화는 언제나 혼란을 동반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멀리 가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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