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김영하 북클럽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이민아 옮김/디플롯
‘적자생존’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스펜서(H. Spencer)가 1864년 "생물학의 원리(Principles of Biology)"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환경에 가장 적응하는 생물과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 제5판 출간부터 ‘자연선택’ 대신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일반 생물학자와는 다르게 ‘진화론’의 개념을 ‘적자생존’ 즉, ‘생존 경쟁에서 가장 좋은 종족이 살아남는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 역시, 혹독한 자연환경과 매우 힘든 역사 속에서 뛰어난 두뇌를 활용한 도구와 불의 사용으로 여러 종족과 사나운 동물들의 도전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런 기존의 통념을 부정하며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인류의 진화와 생존을 설명하고 있다. 바로 우리 현생 인류만이 지니고 있던 ‘친화력’이 생존의 가장 큰 열쇠라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헤어와 우즈는 인류 진화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질긴 생존력을 지닌 호모 에렉투스와 뛰어난 신체를 가진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해 특별히 뛰어난 인종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이 인종이 가장 생존 가능성이 적었지만,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진 ‘친화력’으로 서로 협력하고 의사소통을 나누며 그들보다 뛰어난 종족과 동물들의 도전을 물리치며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진화인류학 및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우리 인류의 진화와 그 이면에 생성된 잔인한 속성에 관해 설명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안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 전달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2가지이다. 우리 인류는 우리만의 ‘친화력’으로 모든 곤경 속에서 진화하며 생존했고 그 ‘친화력’으로 인해 우리와 다른 무리를 배척하는 잔인한 본성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우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p32)'라는 말로 인류의 본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친화력‘은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이 키우는 동물들에게도 나타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반려동물인 개의 진화과정이다. 저자인 헤어와 우즈는 개에게서 보이는 친화력이 수천 년 전 농경인이 새끼 늑대를 길들이고 번식시킨 결과물이 아니라고 추측한다. 오히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따라다니던 수렵 채집인들의 음식물과 똥을 먹으며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가축화 가설‘이다. 책에서는 사람 역시 ’자기가축화‘로 인해 인지능력을 갖게 되었고 다른 종족들에 비해 번성했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발달 패턴을 보이고 관련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성공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p122)"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p123)“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 대할 때 무한히 친절하고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헤어와 우즈는 이 ’친밀감‘의 이면에는 신경호르몬 ’옥시토신‘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신경호르몬의 힘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가족으로 인식하게 도와주고 ’기꺼이 돌봄을 제공하고 유대를 맺으며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p159)‘고 언급한다.
하지만 같은 종족을 향한 이런 친밀함은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게는 두려움과 잔인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연민을 느끼고 서로 슬픔을 나누는 것은 같은 집단 구성원에게 한해서이다. 집단 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진화를 통해서 터득한 우리 종 고유의 특성‘(p195)이지만 이 친절이 우리와 다른 집단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우리 집단을 향해 다가오는 낯선 외부인은 집단 구성원의 적이다. 우리는 자신들과 다른 인종, 생각, 관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와 피부색, 생각, 외모가 다른 사람들은 먼저 거부부터 한다. 저자는 이런 다른 종족에 대한 비하, 편견, 선입견들은 자신의 집단을 향한 친밀감과 보호 심리에서 작용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런 친밀함, 잔인함이 모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뇌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 종족이 가지고 있는 ’친밀감‘은 협력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평화의 상징인 동시에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바로 돌변하여 칼을 들이밀 수 있는 갈등의 시발점일 수도 있다.
’우리의 본성을 길들이고 협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우리 내면에 최악의 속성의 씨앗을 뿌린 것도 동일한 뇌 부위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다. (p195)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 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p226)"
책에서는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라고 언급한다. 민주주의는 신이나 혈통으로 정해진 지배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 욕구를 대변하기 위해 선택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종교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평등과 인권 보호를 지향한다. 하지만 그만큼 서로 다른 정치관과 관점에 대해서 더 혹독한 비판과 비난을 던질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가 내면의 어두운 본성은 잠재우고 선한 본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견실하게 증명해온 유일한 정부 형태가 민주주의다.(p244)"
"비인간화는 한 국가나 한 경제권 혹은 한 문화권의 산물이 아니며, 대안우파는 민주주의가 직면한 많은 과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이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며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서 두루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p251)"
저자는 인간에게 존재할 수 있는 비인간화와 잔인성을 해결할 방법으로 잦은 접촉과 대면, 그리고 만남을 해결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집단을 위한 지나친 친밀감을 다른 집단을 향한 적대감과 편견, 선입견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서로와의 소통으로 우리 사람들의 사람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교유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 않는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p283-284)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우리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보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2021년 우리 지구는 불안하다. 근 2년째 우리 일상은 극복되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위태롭고 우리 환경은 기후 위기로 나날이 악화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진화과정에서 가장 약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과정의 여러 가지 고난들을 극복했듯이 우리 역시 21세기 위기들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p300)' 말처럼 이 시대, 우리 친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혼돈의 시대를 무사히 잘 견디기 위해서 더욱더 서로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진화가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는 공존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