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머그에 담긴 까만 아메리카노

작가 공부 1일 차-관찰훈련

by 하늘진주

평일 오전 11시, 시끄러운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추운 날씨에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아메리카노는 반 정도만 남았다. 뜨거웠던 열기는 진작 사라지고 미지근한 기운만이 처음의 '핫'의 이미지를 전한다. 하얀 머그잔에는 홀짝홀짝, 조심스레 마신 내 커피 마신 자욱만 흐릿하게 남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로고가 보이는 머그잔 입 주위로 내 입술 자국만 더 뚜렷해 보인다. 반 정도의 커피, 더 마실까? 아니면 따뜻한 물을 채울까 고민하며 머그잔 안을 들여다본다. 까만색이라기보다는 흑갈색 가까운 음료가 담겨 있다.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내 손길에 따라 얌전한 호수 물결처럼 요동친다. 마실까 그만둘까? 고민하는 약탈자가 두려워 숨 죽이는 사냥감 같다. 이 커피 한 잔 역시 작은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로스팅하는 인고의 시간 속에서 아메리카노로 완성되었겠지.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이 아메리카노는 과연 행복일까? 아니면 꿈을 이루지 못한 불행일까? 미지근한 아메리카노를 머금으며 뜨거운 열대 지방에서 꿈을 키우며 대한민국 한 카페로 자리 잡은 원두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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