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of Table 6
이 글에서 책임은 호텔 인테리어팀의 가구 담당자로 고객 공간에 필요한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호텔 업장에 가구가 세팅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각 업장의 지배인님들이 새가구의 관리자가 됩니다. 세팅 후에 연락이 없어야 별 탈이 없는 것인데, 각종 이슈들로 연락이 옵니다. 10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쌓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며 일했던 부분이 그렇게 해왔기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고, 호텔 가구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모쪼록 가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공간 디자인 관점에서 커뮤널테이블 같은 큰 테이블로 큼직하게 공간을 구획하면 시원시원하고 고급스러운 평면도가 그려진다. 그렇기에 배치도 초안에는 4인 이상의 테이블로 구성된 제안이 많다. 도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업 식음업장 지배인님들의 요청은 한결같다.
2인 테이블로 변경해 주세요!
지배인님들의 최애 2인 테이블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가면 대부분 지름 600~700mm 정도의 2인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대한 좌석을 많이 배치할 수 있고, 잉여 좌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4인 테이블을 혼자 또는 2인이 차지할 수 있다면 매우 땡큐이겠지만, 좌석수와 회전율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공간에서 그런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인 테이블로 쫙 깔린 공간은 정리가 덜 된 듯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고정형 부스석으로 공간을 구획해 주면 그나마 배열을 깔끔하게 유지하기 쉬워진다. 또한 부스석은 2인 테이블에도 3인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에는 어느 지점을 가던 부스석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유롭게 2인 테이블과 의자를 모조리 끌어와서 단체석을 만들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호텔에서도 상황에 따라 고객들의 인원수에 맞추어 변경이 용이하면 좋겠기에 4인 테이블을 2인으로 변경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심지어 10인 이상을 위한 PDR(Private Dining Room)의 테이블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조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공간을 구현해야 하는 호텔 인테리어 설계에서는 테이블 위치에 딱 맞추어 천장의 조명 설계가 이루어진다. 전문 조명 설계사에서 전체 조도를 고려하여 조명의 색온도와 수량까지 계산된 설계를 하게 되는데, 테이블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 각도가 조정되는 조명 기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커버가 되지 않는 범위까지 배치를 바꾸게 되면 조명이 비출수 없는 테이블이 생길 수도 있다. 전반 조도가 어두운 편인 호텔 공간에서 테이블을 비추는 조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배치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유연함은 필요하다. 4인 대신 2인 테이블은 2개 만들어 붙였다 떼었다 하며 좌석수를 조정하거나, 6인 테이블을 4인과 2인의 조합으로 한다던지 정도의 유연함은 업장 운영을 용이하게 해 준다. 그런데 대리석과 금속류를 적용하는 디자인이 많은 호텔 테이블의 무게는 상당해지기 일쑤이다. 2인 테이블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 다음에 꼭 덧붙여지는 요구사항이 있다.
너무 무겁지 않게 해 주세요!!
고급 자재가 적용되고 구조적인 안전성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요청은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10년쯤 연차가 쌓이니 "팔근육을 더 키우셔야겠어요!", "운동되고 좋잖아요!" 등의 농담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노하우도 점점 레벨 업되고 있는 것 같다. 설계 단계에서 변경이 가능한 내용은 반영을 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은 클린 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최선이다.
뷔페 또는 파인 다이닝 테이블의 상판 사이즈 TIP! (단위:mm)
2인 직사각 다이닝 테이블 : 700*900
2인 정사각 다이닝 테이블 : 800*800 / Dia 800
4인 직사각 다이닝 테이블 : 1400*900 / 1500*900 / 1600*1000
4인 정사각 다이닝 테이블 : 1000*1000 / 1100*1100 / Dia 1100
* 다이닝 테이블의 사이즈는 테이블 매트, 플레이트 및 글라스류의 구성 계획을 확인하여 정한다.
* 4인 테이블을 의도적으로 3인이 쓰는 경우, 950*950mm을 적용하기도 한다.
* 공간에 여유가 있으면 테이블이 클수록 좋지만, 마주 보며 식사하기에 1100mm 이상은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고, 700mm 이하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좌석 부족으로 고객 컴플레인이 발생한다고 임의로 추가 가구를 배치한 체인호텔의 라운지에 방문하고 왔다. 커플 고객이 많은 것을 고려해 소파 세트를 없애고 호텔 내 다른 공간에서 의자와 테이블을 가져와 2인 세트구성으로 다닥다닥 배치하여 공간을 꽉 채워두었다. 여유 있고 아늑했던 공간이 뒤죽박죽 어수선하게 바뀌어 있었다.
과연 고객들은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에 만족할 수 있을까?
연인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며, 샴페인 한잔을 하는 추억의 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분위기가 변질되고 격이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과연 가구로 공간을 살려낼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어수선함을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가구'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어 보였다. 예약제의 도입 또는 다른 잉여 공간을 활용한 추가 좌석 배치 및 인력 배치 등의 운영안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운영의 묘미'로 공간을 살려주세요, 총지배인님!! 이라고 외쳐본다.
*호텔 가구가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