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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Feb 12. 2024

얼룩진 테이블의 가치

Episode of Table 5

이 글에서 책임은 호텔 인테리어팀의 가구 담당자로 고객 공간에 필요한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호텔 업장에 가구가 세팅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각 업장의 지배인님들이 새가구의 관리자가 됩니다. 세팅 후에 연락이 없어야 별 탈이 없는 것인데, 각종 이슈들로 연락이 옵니다. 10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쌓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며 일했던 부분이 그렇게 해왔기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고, 호텔 가구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모쪼록 가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띵동! 고객 컴플레인이 접수되었습니다.

고급 호텔 테이블 상판이 지저분하다는 내용입니다.


“책임님~ 테이블에 얼룩이 닦아도 안 지워져요!”


천연대리석의 오염은 전 세계 호텔리어들에게 최고의 골칫거리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각 체인 호텔별, 객실에서부터 식음업장까지 연락을 안 받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이슈이다. 천연자재는 그 자연스러움,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상식이 될 법도 한데 매번 죄지은 사람이 되어 답을 하게 된다.


“천연 대리석이라… 관리를 해주셔야 해요~"


호텔의 럭셔리함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천연 대리석 자재를 손꼽을 수 있다. 특히 화이트 바탕의 대리석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 디자이너들이 선호하는 자재이다. 화이트 계열의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깔라까타' 계열부터 스타투아리오, 폴라리스, 비앙코 등 대중적인 석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블랙 대리석도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기에 좋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런 화이트 & 블랙 대리석은 테이블 상판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오염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석종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산성의 와인, 오렌지 주스나 뜨거운 커피 등에 화학반응을 하는데, 테이블에 흐른 음료로 인하여 물컵이나 와인잔, 커피잔 모양이 표면에 박히듯 흔적을 남긴다. 이렇게 흡수된 오염은 아무리 깨끗이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안 닦아서 그런게 아니에요


상판이 지저분하다고 하시는 고객들에게 내용을 설명해 드리지만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 것이고, 반복되는 고객 컴플레인은 지배인님들의 스트레스로, 쌓인 스트레스는 그런 자재를 가구에 적용한 담당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알면서도 이런 자재를 골랐다면, 그게 잘 못된 거 아닌가요?" "하자로 처리해 주세요" 등 관리가 힘든 자재를 쓴 것 자체에 대해 책임을 물을 때에는 그야말로 죄인이 된다.


종종 '대리석인데 왜 오염이 돼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강도가 강하다'가 '오염에 강하다'와 어쩌다 동일시되었을까? 의아해진다. 자연에 있어야 할 천연자재를 인간의 삶에 취해온 만큼 더 세심하게 다뤄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가치가 높고 그만큼 값도 비싼 것이라고... 운반과정에서도 '취급주의'가 붙듯이 사용하는 내내 취급주의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대리석 테이블 상판의 오염은 표면 연마를 통하여 제거가 가능하다. 단, 관리를 위한 노력과 시간에 따른 비용이 든다. 기본적으로 표면에 발수 코팅을 하기 때문에 이물질의 스며듦을 막아주지만, 이 또한 막이 벗겨지기 전에 주기적으로 코팅을 해주어야 효과가 있다. 좀 더 두꺼운 막을 형성하는 유리막 코팅도 있는데, 이 또한 영구적인 것은 아니어서 6개월, 상황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빨리 코팅이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발수 코팅은 대리석 연마를 하고 재코팅을 하여 복원이 쉬운 반면, 유리막 코팅은 오히려 두꺼운 막을 벗겨내는 작업부터 해야 하기에 노력이 배가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관리 방법으로 대리석 표면에 투명 필름을 붙이기도 한다. 언뜻 보면 감쪽같지만, 자세히 보면 필름의 절단면이 보인다. 제대로 붙이지 않으면 기포가 형성되어 있거나 쓰다 보면 끝부분이 들뜨는 현상 등이 생기기 때문에 이 또한 영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리석의 효과는 살리고 관리를 용이하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로 최근에 많은 호텔들에서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대리석 상판에 투명 필름을...


예산이 부족해서, 관리가 어려운 대리석의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대리석과 유사한 세라믹 타일과 인조석 자재가 많이 개발되었고 퀄리티 또한 높은 제품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관점에서 최고를 추구한다면 대리석만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자재가 있을까 싶다. 맑은 바탕에 수채화 물감을 뿌린 듯 패턴이 오묘하고 아름다운 대리석을 보고 나면 타일이나 인조석으로 타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상급 '깔라까타 오로'

특히나 커뮤널 테이블 같이 공간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는 경우, 천연 대리석의 적용 유무에 따라 효과가 극대화되거나 위축될 수도 있다. 작은 사이즈의 다이닝 테이블이나 서비스 스테이션의 상판은 인조석으로 대체하고 메인 커뮤널테이블은 천연대리석을 유지하는 등의 VE(Value Engineering)으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프로젝트 진행의 일환이 된다. 담당자로서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관리가 용이한 점을 찾는 유연함과 디자인적으로 중요한 부분에는 고집을 부릴 줄 아는 우직함으로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어야 한다.

천연 대리석이 적용된 커뮤널테이블 (5,700 x 1,150 mm)

천연 자재 자체의 가치는 점점 높아진다. 이를 다루는 기술자의 용역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테이블을 만들어서 공간에 들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다. 선의 자재를 고르기 위한 노력, 가공을 최상의 퀄리티로 하기 위한 노력,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패턴을 이리저리 고안해서 맞추는 노력, 운반도중 파손이 되지 않도록 조심 조심하는 노력 등등의 과정을 생각하고, 현장에서도 좋은 자재를 잘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치 있는 자재를 공간에 들일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니, 그런 가치를 알아보고 느낄 수 있는 안목이 키워지기를... 소중하게 다루고 관리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너무 큰 바람 같지만 바라본다.  



*호텔 가구가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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