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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Feb 05. 2024

불편한 인기석

Episode of Table 4

이 글에서 책임은 호텔 인테리어팀의 가구 담당자로 고객 공간에 필요한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호텔 업장에 가구가 세팅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각 업장의 지배인님들이 새가구의 관리자가 됩니다. 세팅 후에 연락이 없어야 별 탈이 없는 것인데, 각종 이슈들로 연락이 옵니다. 10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쌓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며 일했던 부분이 그렇게 해왔기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고, 호텔 가구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모쪼록 가구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길 바랍니다.


“여기 창가 쪽 자리가 제일 인기 있는 자리인데 말이죠…
불편하다고 컴플레인이 많아요, 책임님~”


카톡창에는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배경으로 놓인 나지막한 소파 세트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도면을 협의하던 순간부터 제작 과정을 거쳐오면서 봤던 가구의 모습과 세팅할 때까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바다뷰의 인기석

"책임님 400mm이면 무릎 높이 정도인데... 고객들이 머리를 숙이고 드실 수는 없잖아요."

"네~ 알아요... 이 디자인에서 50mm 정도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올리면 비례가 껑충해져서 이상해집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했음에도 디자인을 총괄하시는 임원분의 선호도에 따라 그 50mm를 올릴 수 없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디자인적으로 소파의 시트와 테이블 높이를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지배인님~ 제 맘 같지 않네요..."로 조율을 못한 채로 그렇게 제작하고 세팅이 진행되고, 그대로 별말 없이 공간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묻어뒀던 이슈로 연락을 주신 것은 총괄 임원분이 더 이상 디자인 총괄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좀 더 강력하게 설득을 할걸.... 하며 뒤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후회 대신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 된다. 


“네~ 거기 설계할 때부터 걱정하며 협의했었잖아요.... 티테이블이 낮은 데다 소파 등받이도 낮아서... 뷰를 가리지 않아서 좋은데... 불편한 사이즈이죠!

"지배인님~ 테이블 베이스는 교체가 가능해요.
베이스만 좀 더 높게 제작해서 교체하면 어때요?"

"그리고 소파가 깊으니까 쿠션을 더 둬서 기댈 수 있게 해 드리면 도움이 될 거예요. “라고 제안을 한다.




커피나 차와 함께 빙수나 디저트 등을 먹을 수 있는 용도를 고려해야 하는 이런 라운지용 티테이블의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이슈가 된다. 호텔의 라운지 공간에서는 뷔페나 파인 다이닝 공간과는 달리 소파와 티테이블, 라운지체어로 구성된 가구들로 안락한 분위기를 살려 줄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저택에 놓일 수 있을 법한 큰 소파와 높이가 낮은 테이블은 그야말로 고급스럽고 멋있어 보이지만, 고급 호텔의 라운지이더라도 식음을 제공해야 하는 용도를 충족시키려면 이런 구성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디자인 설계사에서는 멋있는 공간을 상상하며 낮은 형태의 디자인을 제안해 오고, 실시설계를 하면서 테이블을 높여달라는 운영팀의 요청은 매번 접수된다. 디자인과 운영/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조율이 필요한 지점이다.


등받이가 낮은 소파도 마찬가지이다. 나지막한 디자인이 멋스러워 보인 지만, 편하게 등을 기댈 수 없으면 내내 꼿꼿이 앉아 있어야 한다. 외국 호텔의 풍경처럼 좌석이 깊고 낮아서 소파에 눕듯이 기대어 다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즐기는 모습을 디자인할 때 의도했다면 현실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안락하게 보이는 것과 몸이 느끼는 안락함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어떤 자리를 선호하는가?

전망이 좋은 공간이라면 당연히 창가를 선호하겠지만, 그런 뷰포인트가 없을 경우에는 어떤가?

딱딱한 식탁 의자보다는 안정감 있는 고정형 부스좌석을 선호하지 않는가?

테이블은 용도에 알맞은 높이의 자리를 찾고, 등받이가 높고 방석의 쿠션감이 좋고 공간의 여유가 있는 부스석을 연장자나 여성에게 양보하곤 하는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 중에 몸이 편한 것을 선호하고 있다.   


가구에서 50mm(5cm)의 치수는 시각적으로 큰 차이로 다가오기에, 낮은 티테이블을 500~550mm까지 높이게 되면 껑충하게 높아 보일 수 있다. 반면에 디저트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먹기에는 높을수록 편하다. 이럴 경우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디자인이냐, 기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F&B 용도의 가구 사이즈 TIP!

 식사용 기본 테이블 높이 : 700~750mm
 식사용 낮은 테이블 높이 : 620~650mm

 티테이블 기본 높이 : 450~550mm
 티테이블 낮은 높이 : 400~450mm

 좌식 테이블(교자상) 높이 : 300~320mm



*호텔 가구가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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