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네스장 Jan 29. 2024

세 개는 불안해

Episode of Table 3

이 글에서 책임은 호텔 인테리어팀의 가구 담당자로 고객 공간에 필요한 가구의 디자인부터 제작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호텔 업장에 가구가 세팅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지배인님들이 새가구의 관리자가 됩니다. 세팅 후에 연락이 없어야 별 탈이 없는 것인데, 각 종 이슈들로 연락이 옵니다. 10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쌓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며 일했던 부분이 그렇게 해왔기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 글이 모쪼록 가구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길 바랍니다.
삼발이로는 부족해

테이블의 디자인은 다양하다. 중앙에 원형 기둥으로 상판을 받치고 있는 구조, 네 귀퉁이로 다리를 내린 구조 같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삼발이 테이블은 설계사에서 종종 추천해 오는 디자인 중 하나이다. 디자인사의 의도를 살리고자 여러 번 삼발이 테이블을 제작해 봤지만, 무사히 넘어간 적이 없다. 요리조리 각도를 조절해 보기도 하고, 배치를 소파에 끼어 놓는 등의 요령도 부려보았지만, 결국 잘 넘어가서 상판이 깨지거나 또는 고객의 발등을 찢거나 하는 등의 사고에 바람 잘 날이 없어진다. 삼발이 형태의 테이블은 카펫 위에서 뿐만 아니라 단단한 플로링 위에서도 안전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카펫 위에 놓을 것이라면 삼발 형태의 디자인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삼발이 테이블에 관한 웃픈 해프닝이 생각난다. 설계사에서 일하던 시절, 고객사에서 고가의 해외 브랜드 테이블을 가져다가 동일하게 만들어야 하는 일, 일명 카피를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삼발이 형태의 테이블이블을 보면서 상세하게 사이즈를 재고 캐드로 도면을 그렸다. 캐드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테이블 베이스를 그릴 때 다리 형태 한개 그린 후 다리의 수량과 위치에 따라 적합한 명령어를 입력하여 복제할 수 있다. 상판이 원형이었기에 다리를 한 개를 그리고 상판의 중심을 기준으로 180도로 회전, 복사를 하여 다리 세 개를 만든다는 것이 그만, 관성적으로 반전에 반전을 반복하게 되면서  다리 네 개를 그렸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채 그 도면은 그대로 공장으로 넘겨지고 가구가 제작되었다. 마감 품질 검사까지 다 완료하고 잘 포장을 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새로 제작한 가구를 납품하면서 오리지널 테이블을 반납했다. 포장을 풀러 보던 클라이언트 측 담당자는 "어~ 그런데 이거 삼발이 아니고 사발인데요??"

결국 크게 혼이 나고 다시 원안과 동일하게 만들어서 납품하고 마무리되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삼발이 테이블보다 사발이가 더 안정적으로 유용하게 쓰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렇게 카피를 한 제품은 대부분 가구 소유자의 집이 아닌 상업공간에 쓰기 위해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드 센트리 모던 스타일의 의자

삼발이는 의자도 안심할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의 의자가 있는데,  미드 센트리 모던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다양한 버전이 제작되어 호텔과 카페 등 여러 공간에 많이 쓰이고 있는 삼발이 형태이다.

라운지의 PDR(Private Dining Room)에 놓을 예정이어서 다이닝 용도에 맞게 사이즈를 변형하여 제작을 했고 공장에서 앉아봤을 때, 작정하고 기울이면 기울어지는 정도였다. 워낙 유사 제품이 많고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걱정하는 지배인님들을 달래며 "이 의자 다른 호텔에도 많이 쓰고 있어요." (다들 잘 쓰고 있는데.. 걱정 마세요) 하며 안일하게 대처했었다.

업장 리뉴얼을 마치고 임원분들이 인스펙션을 다녀오셨고, 코멘트를 전달받았다. 고객들이 의자에 앉다가 잘못하면 넘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신 것이다. 술에 취하거나 위치를 바로 하지 않고 모서리에 힘을 가하면 기우뚱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난감했다. 테이블도 아니고 제작이 완료된 의자를 다시 만들지 않고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했나 보군

핀터레스트에서 유사한 구조의 의자와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있을지 모조리 뒤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된 구조로 변형된 의자들이 있었지만, 새로 의자를 제작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자를 유지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또한 공장으로 빼가지 않고 현장에서 작업이 가능한 디테일을 고려해야 했다. 연중무휴, 오전 8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하는 업장의 가구를 빼내간다면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기존 의자에 금속 플레이트를 덧대는 것이었다. 뒤쪽만 일자로 델 수도 있고, 발굽모양으로 데는 방법도 고안되었다. 스케치와 간단한 샘플작업으로 형태적으로는 발굽 모양으로 진행하기로 방향을 결정했지만, 플레이트의 두께와 결합 방법 등은 테스트가 필요했다.


먼저 가장 저렴한 5mm 두께의 스틸로 샘플을 테스트해 본 결과, 모서리에 강한 힘이 가해졌을 때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5mm 스테인리스 스틸은 더 강하겠지만 금액이 비싸지기 때문에 8mm 스틸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강도도 괜찮았고 금액 상승 없이 파트너사에서 진행해 줄 수 있다고 해주셨다. 금속 마감이 완료된 발굽을 설치한 샘플 의자를 원래 위치였던 PDR에 가져다 놓고 지배인님들과 최종 확인을 하였다.

지배인님들은 오케이, 나는 한 가지 보완 요청을 덧붙였다. 거칠 거칠한 절단면을 연마해 날카롭지 않게 마무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한마디는 작업 손품이 꽤나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인 호텔에 날카로운 금속 마감의 위험요소를 남겨둘 수는 없었다. 하나하나 손으로 연마를 하느라 공장 작업자분들의 투덜거림을 달래 가며 어렵게 완료를 했다는 공장 관리자분의 투정은 내 몫이었다.

발굽을 달고 안정을 되찾은 의자.

그렇게 완료된 보완작업은 카펫에서도 부드럽게 잘 끌리고 구조도 안정적이어서 지배인님들의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가 되었다.

"사장님,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지배인님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공장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니에요, 빨리 해드렸어야 하는데.. 이렇게 해보긴 처음이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이렇게 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렇게 했던 경험이 남았음에 감사한다.


테이블이건 의자이건 삼발이 구조는 이제는 무조건 의심부터 한다. 바닥을 카펫으로 마감하는 공간이 많은 호텔과 같은 곳에 놓이는 가구를 고를 때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테이블의 구조가 안정적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텔 가구가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 지금 떨고 있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