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나에게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

by 아그네스

유럽에 살면서 동양인의 외모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던 시기가 있었다. 내 얼굴이 다르게 생겼고 얼굴을 갈아엎거나 복면을 쓰고 다니지 않는 한 이건 반드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도 동양인처럼 생긴 걸까? 피부? 눈? 코? 그렇게 계속해서 얼굴을 뜯어보던 중에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어색했지만, 가장 이질감을 느꼈던 점은 아무도 내 얼굴을 특이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나고 20년 넘게 자란 토박이인데 "이 사람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이 나를 외지인으로 대하는 것에 섭섭함을 느낄 정도로 그곳에 녹아들었던 내게는 이 감각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다.


여기서도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한국도 분명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인데 대체 내 얼굴의 어떤 부분이 같은 민족이라고 느끼게 하는 걸까? 피부? 눈? 코? 한국 내에서도 아랍상처럼 진하게 생긴 사람도 있고, 두부상처럼 연하게 생긴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분명 모두가 다른 피부, 눈, 코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 어떠한 부분 때문에?


나는 내 얼굴이 여전히 낯설다. 평평한 얼굴 윤곽, 작은 눈, 작은 코, 까무잡잡한 피부는 명백한 동북아인의 특징일 테지만, 고작 이런 특징으로 사람을 '인종'이라는 거대한 분류에 가두고, 그 안에 속하도록 한다는 게 여전히 이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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